사랑믿음교회 제이콥정 목사님의 관계론 마지막 시간
관계론을 듣는 몇 주간 나의 관계적 악습이 내면 깊은 곳에서 본격적으로 들쑤셔지고 뒤집어져서, 그 오물과 찌꺼기가 수면 위로 둥둥 떠올라 내내 악취를 풍기는 시기였다. 새로운 나를 위한 전환점을 제시했던 공황장애라는 사건을 마주한 이후로 특정 대상을 향해 비독립적이고 의존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자존적 오류가 부끄러운 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의식의 수면 위로 그 수치심이 드러날 때마다 나름의 적극적인 견제와 모색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픈 의지가 강했지만, 집착을 버리지 못한 최선은 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같은 자리를 빙빙 돌게 만들었다.
이상스러웠다. 그간의 노력과 그 행보를 통해서 여러 변화를 한껏 체감해 왔던 것과 달리, 왜 관계적 문제에 있어서는 스스로에게 발전과 변화를 느끼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케케묵은 악습은 상대방과 충돌할 때만 간헐적으로만 나타나서 나를 불편하게 할 뿐 자주 괴로운 것은 아니었기에, 그리 심각할 것은 없다고 나는 믿고 싶었나 보다. 어떤 노력이 '될 일'로서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면 한 차원 더 고도를 높여 조망해야만 근원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그 이상의 고뇌에 대해서는 게을렀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관계론' 수업을 듣기 시작한 이후로 마치 빛의 파장이 닿아 드러난 암흑물질처럼 진지한 집중의 불이 밝혀졌기 때문일까, 내면의 '의식화'가 이루어진 덕일까,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평소보다 더 조절하기 어려운 관계적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까지 나름대로 쌓아왔다고 자부심을 느꼈던 이타적 노력도 한낱 허망한 물거품처럼 단박에 무효해졌다. 괜히 건드린 바람에 곪는 줄도 몰랐던 상처가 터진 것 마냥, 내게 악재를 가장하고서 변화에 대한 절체절명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사랑믿음님의 '관계론'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내게는 '자유의 횃불'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던 시행착오의 원흉을 밝히고 지목할 수 있었고, 진리가 결여된 허튼 이상주의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어 구속시켜 둔 관념 속에서 비로소 자유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평생을 엉뚱한 방향으로 거세게 흐르던 내면의 물줄기는 깊게 파여 있어, 한참을 하릴없이 거세게 흐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도랑의 빈 옆자리에 어떻게 홈을 파내고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흐름을 다르게 유도할지 알게 되었으니 절망적이기보다는 감사하고, 막막하기보다는 설렌다.
관계론은 완전히 내면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매일 아침마다 곱씹어 머리에 집어넣을 것이다. 또한 자극과 불편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해서 연습하고, 점점 더 유연하게 숙달해나는 시간 속에서 이제껏 모르던 충만과 재미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내가 가장 먼저 잊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내용을 전체 수업을 관통해서 정리해 본다.
1. 언제나 본래의 나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
나 자신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하라. 내 본래의 모습을 알고, 되찾고, 충만함의 향기를 품은 자가 되는데 우선적으로 힘써라. 진짜 나를 먼저 바라볼 수 있도록 홀로 되는 시간과 침묵에 익숙해지고 그 외로움을 나만의 향기로 승화시켜라. 내 향기가 진실하고 투명한지 항상 점검하고 개선에 힘써야 실수를 유발하지 않는다.
2. '하나님의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
하나님께서 어떤 조화로운 뜻을 목적하여 맺어주신 상대방의 말과 행동 전체로부터 본질적 가치가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진실성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감각을 갖춘 자가 되어라. 그리고 그로부터 순수하게 영감과 배움을 얻고, 창조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상대에 대한 예우와 매너, 존중과 배려는 곧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기도 하니, 이에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하라.
3. 주인공은 '관계', 나와 상대는 모두 '엑스트라'.
스스로에게 허락된 운명이 적어도 내게는 가장 완벽하여 다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내가 타인에게 내가 관계하도록 허락하신 연유에도 가장 적절하고 조화로운 모습의 운명이 배비되어 있음을 믿어라. 내 존재의 역할을 의심하거나 염려한다는 것은 곧 그 뜻에 대한 의심이 되는 것이니.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관계'이며, 나와 타인들 모두 관계를 이루는 엑스트라임을 기억하라.
4.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평소 '글'이라는 형식을 통해서도 내게 입력된 모든 영감을 기록하고 출력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는 것처럼,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감사와 기쁨을 스스로와 타인에게 솔직하게 드러내어 표현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란 없음을 알수록 누리는 모든 것에 안하무인인 내가 부끄러워진다. 올바른 방향성 안에서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허락된 모든 대상에 긍정의 생각과 말로 상기하고 되새기며 각인하는 일에 적극적일수록 충만함을 느낄 기회는 늘어간다.
5. 이 모든 것은 내가 재미있으려고.
지금 이 순간 협업하는 관계를 통해서 누릴 수 있는 재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일에 성실한 마음과 태도를 가져라. 함께 나아가는 방향이 개인의 이기적인 만족이 아닌 하나님의 공의로운 뜻을 섬기기 위한 것이 되고자 합심하여 공동의 생산성을 이룰수록, 그 시간 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허물들은 관계를 저해하지 못한다. 매료된 대상에 대한 순수하고 투명한 열정은 인간의 불완전성이 발생시키는 소모적이고 비생산적 순간을 정제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