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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사이트 Mar 09. 2023

하마타면 브런치 카페를 차리는 게 더 빠를 뻔 했다.

어느 미룸중독자의 부끄러운 고백.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 작가 등단,

오늘 그토록 바라던 작가 승인을 받았다.


감격스러운 느낌보다는 '이걸 왜 이제야 했지' 하는 아쉬움이 솔직히 더 크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인가도 싶고, 뭐랄까 복잡오묘한 감정이다. 항상 브런치를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알면서 실천을 안 했을 뿐. 이제라도 해내서 다행이지만 지나간 세월이 아까운 건 사실이다.


돌아보면 평생을 미루며 살아왔다.


그중에는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들도 많았다. 운동, 글쓰기, 책읽기, 커뮤니티 활동 등등.. 귀찮음을 핑계로 하루하루 미루다보니 어느덧 30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발전을 미뤄가며 만든 소중한 시간은 술과 친구, 유튜브, 게임 등 나를 갉아먹는 것들에만 낭비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낭비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미룸에 중독된 내 자신을 혐오하기로 했다.


작년 말 즈음인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크게 들었다. 스스로에 작년의 나보다 올해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냐는 질문을 던져 봤는데 자신 있게 답을 못 하겠더라.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더 퇴보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나란 사람에 큰 문제가 있음을 그제서야 뼈저리게 실감했고, #미룸중독 이라는 악질적인 만성병을 반드시 고치리라 굳게 결심했다.


내가 미루는 이유부터 생각해 봤다.


나는 어쩌다 미룸에 중독된 것일까.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 아니, 나는 누구보다도 절실하다. 그렇다면 사실은 하기 싫은 일들이어서? 그것도 아니었다. 막상 시작하면 또 즐기는 편이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럴듯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애초에 나는 '혼자서는 잘 해내지 못 하는 인간'이었더라. 근 몇년 간 쌔까맣게 잊고 살았을 뿐.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나는 어려서부터 주변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는 편이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주변 사람들을 쉽게 동경했다. 또 따라하려고 했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누굴 사귀느냐에 따라 나의 상황도 달라졌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를 사귀면 공부를 하려 했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면 금방 또 게임에 중독됐다. 좋게 말하면 카멜레온 마냥 변화에 능하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만큼 줏대가 없다는 말도 되겠다.


그간 잊고 있었다.


내 인생이 잘 풀렸던 시절을 회고해 보면 좋은 주변인들이 늘 함께 했다. 반대로 게임에 중독됐던 중학생 시절이나, 사업에 망했던 몇년 전은 공교롭게도 좋은 사람들을 멀리한 시기와 거의 겹친다. 그만큼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내가, 나에게만 몰두하느라 주변 환경은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터디 크루원'을 모집해 최고로 멋진 5인의 크루를 결성했다.

처음부터 다시 채우기로 했다.


타고난 의지박약에 쉽사리 전염되는 내 자신을 인정하고 나니,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가 선명히 보였다. 주변을 내가 동경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 특유의 전염성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고, 이러한 사람을 만나려면 어떤 노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실행했다.


지금은 실행중독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 주변은 진취적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의도했다. 함께 실행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를 독려하고, 나아가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이 또한 전염되었는지 더 이상 실행이 어렵지 않아졌다. 이렇게까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아하니 전생에 카멜레온 이었던 게 확실하다. 여하튼 미룸중독을 탈피해 실행중독이 되기를 희망한다. 제발!


하마타면 브런치 작가가 되기보다 브런치 카페를 차리는 게 더 빠를 뻔 했다.

이상 어느 미룸중독자의 부끄러운 고백을 마다.



가벼운 커피챗도, 무거운 제안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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