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만 소비하는 시절은 지났다. 혜택을 강조하자.
몇년 전 와디즈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크라우드펀딩은 가치 소비의 느낌이 강했다. 그때도 와디즈 플랫폼 특성 상 제품 스펙이 중요했지만, 펀딩의 취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꽤 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느끼는 점은, 와디즈 펀딩이 예전과 분명 달라졌다는 것이다. 다소 상업적이 되었달까. 굳이 비유하자면 온라인 버전의 홈쇼핑 같다. 작년 온라인 스토어의 런칭, 그리고 올해 프리오더(공동구매)의 런칭을 보면 플랫폼이 이런 방향을 지향하는 것 같고. 크라우드펀딩의 본래 취지와는 엇나가는 듯해 아쉬움이 남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겠나.
플랫폼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는 포인트도 전과는 달라졌다.
그래서 어떻게 변화했냐고?
이제는 가치 보다는 실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대비 가격 할인율, 한정수량, 한정판 등 고객이 이번 펀딩에서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부터 먼저 명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취지나 개발과정 등 구구절절한 스토리는 그 다음이다. 고객에 필요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TV를 틀어 홈쇼핑을 1시간만 시청해 보시라. 이 부분에서는 그들이 국내 최고이다.)
가격 혜택을 강조하라는 게, 절대 저가형 제품으로 준비하라는 말은 아니다. 와디즈 서포터들은 저렴하다고 구매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도 낮은 스펙의 제품은 와디즈의 스마트하고 깐깐한 고객층을 설득하기 더 어렵다. 참고로 와디즈 서포터들의 구매력은 매우 높은 편이며, 20~50만원대 까지는 가격적인 허들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와디즈 서포터들은 비싸도 더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
위의 코펠 세트는 최근 담당한 프로젝트인데, 풀 세트 399,000원의 단일 리워드 구성으로만 판매했다. 고객이 집어나갈 수 있는 최소 금액이 39만대라는 의미이다. (일반 커머스였다면 굉장히 비싼 가격이겠지만, 와디즈에서 이정도면 평균보다 조금 비싼 축에 속한다.)
수량은 300 세트를 준비했는데 1주일 만에 완판되어 1.2억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대단한 성과 같지만, 이 펀딩의 성공공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애초에 39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하는데, 제품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티타늄 소재가 비싸고 좋은 건 이정도 소비를 고려할 정도의 캠퍼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제품 스펙을 설명하는 데 아까운 도입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 대신 실리를 강조했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제품의 가치를 알아줄 고객을 대상으로, 이번 펀딩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혜택을 강조한 것이다. 소비자가 대비 할인가와 할인율, 한정제작 및 한정수량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더니,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펀딩의 혜택을 강조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혜택을 잘 전달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펀딩의 스토리는 혜택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요즘 펀딩 트렌드에서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