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동안 저지른 몇가지 큰 실수들
두 번째같은 첫 창업을 시작하고, 3년 가까이 함께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특별한 분쟁이나 그럴만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창업할 때의 나의 마음가짐이 그랬다. 거의 첫 창업인만큼 모르는 것도 많았고, 만약 내가 3년이나 열심히했는데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반증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같은 주니어 디자이너가 같은 일을 3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커리어 쪽에서의 고민 때문이었다. 다행히 3년의 끝이 나쁘지 않았다, 더 커다란 회사, 그것도 이제 막 더 잘 나가려고 하는 회사에 안정적으로 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팀원들과도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창업한 3년동안 얻은 것도 정말 많았지만, 부끄럽게도 후회하고 아쉬운 것들이 그것보다 배는 많다. 누가 아쉬울 것 없을 만큼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쉽지 않다.
이런 반성점들은 사실 나의 고유한 약점이다. 유약하고 흔들리는 정신력에 대한 고백이다. 그런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써놓아도 되겠느냐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나는 배운 점을 기록해야하는 사람이고. 이번에는 유독 후회하는 것들이 많았으니 다시는 이런 후회를 하지 않도록 진솔하고 담백하게 써내릴 뿐이다.
양보의 미덕이 듣기야 좋겠다만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모두의 욕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이 얼마나 달콤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말인지, 정말정말 소중한 말이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에 있어 꼭 필요했던 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순간 나는 딴지를 걸 에너지를 비축하지 않았다. 화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특히 다른 팀의 일에 대해서는 더욱 소극적이었다. '직접 하는 사람이 화내지 않는데, 내가 굳이 대신 화를 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들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부대표가 화를 내지 않는데 내가 화를 낼 수는 없다'고.
*여기서 화를 낸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일을 조정하는 과정을 뜻함
팀원이 조금 더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아이템이 조금 더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나는 더 잘 할 수 있었을거야.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상상 속에만 있는 완벽한 상황을 상정하며 조금씩 상황과 환경 탓을 했다. 그랬으면 안 됐다. 오히려 그 상황과 환경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했어야하는 것을 돌이켜 깨닫는다.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 않을 것, 그 상황과 환경이 곧 나의 필요를 만든 것이라는 걸 꼭 기억하기.
생각해보면 처음 회사를 운영할 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커리어도, 검증된 능력도, 안정적인 환경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우리가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무엇을 바꿔나가는 것인지 끊임없이 되새김질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서사를 담고 있었던 나의 일을 어느 순간 한 줄의 task로만 느끼게 되었다. 회복하고 싶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분위기 속에서 비전과 미션을 이야기하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러면 안 됐다.
비전과 미션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할 것.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은 그것 뿐이다.
흔히 시간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다른 것들은 화수분마냥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사람과 열정과 시간은 아껴야하고, 회복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하는 유한 자원이다. 이 자원들을 아끼는 것의 기본은 항상 중요한 것을 시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종료시키는 것이다. 즉 시간과 사람과 열정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도 계속해서 에너지를 쏟았다. 일의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할 것, 우리에게는 자원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