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생님은 필명이 겨자씨앗이에요~ 겨자씨앗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앗 중 하나일 거야. 잘 보이지도 않는 겨자씨앗이지만 이 안엔 어마어마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숨겨져 있지. 싹이 트고 잎이 나면 그 어떤 나무보다 무성하고 크게 자라 새도 다람쥐도, 청설모도, 곤충들도 쉼터와 거처가 되어 주고, 그네도 매달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자란단다. 선생님은 앞으로 이런 믿음을 가지고 위대하고 독특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한 명으로 보길 원해.
선생님과 함께하는 글쓰기 수업에 온 여러분을 환영해요!
(양육공동체에서 만나게 된 초등 11세~13세 7명의 학생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온 아이들이 아니다.)
먼저 선생님 글쓰기 수업에 제목을 붙여보고 싶어.
겨자씨앗 선생님의 _____________ 글쓰기 수업~
이 공간에 너희들은 어떤 말을 넣고 싶어?
재미없는, 힘든, 하기 싫은, 귀찮은. 이런 형용사들이 마구 떠오르네.
누군가는 재미있는, 행복한, 신나는 이라고 붙일 수도 있겠구나. 선생님의 수업은 '설레는' 글쓰기 수업이야.
선생님은 글쓰기가 언제나 설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글쓰기는 '노동'과 같지. 보통 손으로, 펜으로, 컴퓨터로 쓴다고 하겠지만 글쓰기는 '엉덩이'로 쓰는 거야.
작가가 된다는 것은 엉덩이와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거지.
너희들은 보통 언제 쓰고 싶어져?
맞아. 보통은 억울하거나, 후회되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화나거나... 사람들은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을 쏟고 싶어 해. 마구 되는 대로 끄적이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 가라앉고 평정심이 잦아들면서 다시 한번 그 상황을 돌아보게 되지. 그래서 글은 치유와 힐링의 도구가 되는 거야.
또 여행 간 것을 기록하고 싶거나, 아이디어를 잊고 싶지 않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내 의견을 밝히고 싶다거나, 오늘 겪은 독특한 경험들을 쓰고 싶기도 해. 기록은 기억을 이기지. 늘 그렇지.
<동물농장>, <1984>, <나는 왜 쓰는가>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가 있어. 그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를 4가지로 이야기해.
1) 사람들은 근사하고, 잘 보이고 싶고, 순전한 욕구 표출로 글을 쓴다는구나. 2) 또한 동물과는 다른 인간들이 쓰는 '언어'라는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고 해. 탁월한 묘사나 리듬, 구절 등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을 즐기는 거지. 3)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려는 강한 동기, 개인이든 사회든 202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소소한 기록들을 저장하고 싶어 하는 거야. 4) 마지막으로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추구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이뤄야 하는지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주기 위해 쓴다는구나. 이것을 정치적 욕구라고 하지.
여러분들은 이 중에 어떤 의도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니?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이고, 능력만 있으면 수많은 매체에 나라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이 아주 많아. 이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글이야.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면 신입생부터 가장 강조되는 것이 글쓰기 수업이라고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이라는 책에 나와 있어. 송숙희 저자님은 11살 때부터가 글쓰기 훈련을 할 적기라고 하면서 매일 10분 오레오법칙으로 연습을 꾸준히 하라고 하시지.
그렇다면 어떤 친구는 강홈스쿨이 어떤 곳인지 소개하고 싶을 거야. 10 가정 27명의 학생이 있고, 연령을 이렇게 분포되어 있다, 수업은 매주 1회 모여서 이러이러한 수업이 있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고 있다, 어떤 친구들이 있다며 설명하는 글, 소개하는 글을 쓸 수 있어.
어떤 친구는 홈스쿨과 공교육을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자세히 분석해 볼 수 도 있어. 이런 것은 비교는 글, 비평하는 글이지.
또한 우리 홈스쿨에 오세요~ 이런 점이 너무 좋아요~ 하면서 설득하는 글을 쓸 수도 있어.
내가 강홈스쿨에서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 에피소드나 경험한 것을 쓴다면 수필(에세이)이나 일기이겠지.
우리 강홈스쿨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사건을 콩트나 극본을 쓸 수도 있고,
우리 홈스쿨이 이런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이나 성찰하는 글을 쓸 수도 있지.
이렇듯, 어떤 글을 쓸 때에는
내가 이 글을 왜 쓰는가가 제일 중요해. 글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달라지지.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지만, 이 글의 목적을 정한 뒤, 쓰면 글이 혼란스럽지 않아.
또한 재미있어야 독자들이 읽겠지. 지루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만 하면 사실 읽지 않아.
(아... 오늘 이 글도 사실 많이 읽을 것 같지 않아... 너무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서 지루하잖아...ㅠ 나는 초등학생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글 쓰는 두려움을 없애라고 쓰기 시작했는데, 브런치 독자층과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한 문단엔 한 가지 생각을 집어넣고 글에는 반드시 내 주관과 시선이 담겨야 글이 독특하게 돼. 팔딱팔딱 뛰는 글은 신선함을 담은 글이야.
이 세상엔 단 한 개도 똑같은 글은 존재하지 않아. 그렇기에 모든 글은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저작권이 있지. 글은 표현하는 순간 바로 권리가 생기는 개인 소유가 되는 거야. 사적인 재산이지.
마지막으로 문장력이 좋으면 글이 매끄럽고 풍부한 어휘와 돋보이는 상상력, 은유와 비유 등 표현이 창의적이면 더욱 좋겠지. 문학을 많이 읽는 이유도 문학 작가들의 문장 솜씨가 특출하기 때문이야. 비문학만 읽는 친구들과 문학과 비문학을 골고루 읽는 친구들은 표현력에도 차이가 많아.
오늘은 첫 시간이라 말이 엄청 길어졌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설레는 글쓰기 수업> 첫 번째 쓰기 주제는 바로 '나'야.
나를 소개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처음으로 하게 되는 관문이지.
책 앞날개를 보면 저자 소개가 반드시 나와 있어. 보통 저자 소개는 출생, 학교를 어디 나왔는지, 어디에서 일하며 활동했었는지, 어떤 책을 썼는지 보통 객관적인 정보가 수록되어 있고, 어떤 저자는 개인적 포부나 비전을 넣기도 해.
선생님은 <언바운드>라는 책을 읽으며 조용민 작가님이 책 뒷날개에 '비공식 자기소개서'가 너무 인상 깊었어.
그 어떤 것보다 너무 재미있고, 마치 이 분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 겨자씨앗 선생님은 조용민 작가님과 극대극을 이루는 성격인 것 같아. 하하. MBTI에서 ISTJ형이라는 것만 봐도 I(내향성) 외엔 다 반대니깐 말이지.
오늘은 나에 대한 비공식 자기소개서를 한 번 써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음식, 장소 물건, 보물, 사람)
내가 즐겨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나의 특이한 점(외모, 성격, 행동, 습관, 버릇 같은 것)
내가 잘하는 것(자랑질해도 괜찮아)
내가 못하는 것
나의 부끄러웠던 것
내가 실패한 경험
나의 신념 같은 것
내가 겪은 재밌는 것 등
30가지만 찾아보자.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써보고 나눠보자.
2. 오늘의 좋은 글 필사.
필사에 대해서도 선생님이 할 말이 많지만 가장 핵심은 필사는 천천히 글을 음미하면서 내가 이것을 생각해냈다는 듯이 쓰는 거야.
따라 쓰다 보면 표현도 늘고, 좋은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지. 오늘 시를 보면 눈앞에 상황이 그려지지. 이렇듯 묘사는 그림을 보여주듯이 쓰는 거야.
김용택 시인의 <콩, 너는 죽었다>를 써볼게.
콩, 너는 죽었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튀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3. 매일 글쓰기 10분 과제
글은 좋은 책을 매일 읽고 매일 쓰다 보면 차차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점점 좋아져. 두려움이 없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