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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쿠감

포스트휴먼으로 살아가기

신상규 외 7인

by Mel

- 저자들이 철학자라 글의 깊이가 돋보이는 책

- 비교적 최근 논쟁거리까지 담겨있어 뉴스에서 스쳐 지나갔던 용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책



포스트휴먼: 현재 상태의 '인간'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시간상으로 미래에 도래할 '새로운' 인간에 대한 상상을 포괄하는 용어

트랜스휴머니스트: 정신과 신체가 갖는 생물학적 한계는 기술과의 결합을 통하여 뛰어넘을 수 있고, 이러한 개념이 포스트휴먼이라고 보는 사람들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스트: 일상적 이해의 틀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서사의 상징으로 포스트휴먼을 사유하는 사람들.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진 내용들을 엄선한 것이 눈에 띄게 보였지만 2부의 예술 관련 내용은 개인적으로 흥미도가 떨어졌고, 인공지능의 초지능화, 복수 실현가능성 논제, 메타버스 등 최근 핫이슈인 키워드들을 심도 있게 풀어놓은 1부 기술 파트와 자연과 생태 이야기가 포함된` 3부 세계 파트가 특히 흥미로웠다.


1부에서는 포스트휴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을 포착했다면 3부에서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스트들의 관점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한다. 한 때 열광했던 (또 한 때가 되어버린...) ESG와도 연관성이 있는 주제라서 더 흥미롭게 보았다. 자연 대 기술이라는 이분법 아래 구조화가 되어버린 현시대에서 그들은 기술과 야생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미 기술적 개입으로부터 순수한 자연은 없고, 그렇기에 더더욱 생명체와 인공물들이 서로 얽혀 만들어 내는 전체 연관 안에서 포착하고 파악해야 함을 인정한다.


해러웨이는 다른 세계 짓기 (reworlding)를 위해 이 세계의 주인공을 바꾸고 판을 다시 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종들이 함께 살아가게 될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화성 이주계획은 계획으로 끝나거나 아주 먼 미래로 늦출 수 있지 않을까?


2020년에 쓰인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를 읽지 않고 후속작인 포스트휴먼으로 살아가기를 읽었음에도 어렵지 않은 개념설명과 더불어 흥미로운 논쟁들이 풍부해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저자분들이 모두 교수님들이라서 그런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으려고 펼치다가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 책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보고 싶은 책!


치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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