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이 되었다.
응급의학과는 인턴수련이 끝날 무렵
충동적으로 선택하게되었다
나이트근무를 하고 평일 대낮 혼자카페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셔 본 날,
화창한 햇살과 사람없는 고요한 거리에 반해버려
응급의학과에 지원했다.
그런 여유를 일상처럼 즐길 수 있는 과들은 더 많은데....
아주 어리석고 근시안적이고 찌질한 이유였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나는 4년차가 되었다
1년차가 지나고는 근무설 때 마다 최소 한 번은 사망 선언을 했고 두 세번은 곧 돌아가실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살아오며 나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을 잘도 해댔다.
공감과 위로가 섞인 눈빛도 꾸며냈던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실력은 모르겠지만 눈치와 짬밥은 쌓였다.
집에가기싫다고 버티는 환자들을 잘 돌려보내는 노하우는 덤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하여 내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있었는 줄 알았는데,
없었다.
멀쩡하게 잘 사시던 엄마가 암 판정을 받으면서 나는 죽음의 냄새를 처음으로 느꼈다. 생경했다.
그동안 내가 선고해왔던 그 많은 '죽음'들은 무엇이었을까.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고민도 없이
누군가의 죽음을 선언하고 뒤돌아서서 잊어 버리던 지난 날들.
의사로, 보호자로 또 언젠간 환자가 될 한 인간으로써
응급실의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볼 까 한다.
응급실은 정말 이상한 일들도, 안타까운 일들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