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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May 24. 2022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마음이 보낸 신호를 놓지지 말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 감정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요즘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남는 시간에 사이드잡을 해보기로 하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일을 할 정도였으니 나쁘지 않은 멘탈을 가지고 생활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그렇게 노력해도 잘 못잤던 잠은 내가 불면증이었는지를 잊을 정도로 잠도 잘 든다.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없고 일어나기가 힘들며 꿈도 몇 개씩 꾼다. 꿈을 많이 꾼다는 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걱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최근에 스트레스받을 만한 일도 없었기 때문에 항상 나는 왜 꿈을 많이 꿀까가 의문이었다.

이주전 쯤 갑자기 대학 동기의 여동생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친구 차를 타고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차 안에서 불안감이 덮쳤다. 불안 성향이 높은 나지만 비행기 빼고는 대중교통이나 차 안에서 이런 불안감을 느꼈던 적은 거의 없었는데 내릴수 없고 빠져나갈 수 없다는 느낌이 갑자기 훅 들어와서 당황스러웠다. 

언제든 중간에 내릴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며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그날 새벽엔 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서 잠을 잘 못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나보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걱정없이 편하게)때문인 것 같다. 

이후에 시가를 갔다오며 운전할 때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고, 저번주에 친한 회사분들과 밥을 먹는데도 갑자기비슷한 증상이 생겼다. 주체할 수 없는 불안감이 덮쳤고,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늘상 타던 지하철을 못타겠어서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몇번의 트리거 때문인지 주말 외출시에도 비슷한 느낌을 겪었다. 


표면적으로 느끼고 있는 큰 스트레스가 없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적인 불안감과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구나를 느끼게 해 준 요 근래의 증상들은 아, 내가 또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비교하며 앞만 보며 달리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해 주었다.



최근 내가 하고 있던 부정적 생각들(남편이 평소 하지말라고 하는)을 정리해 보았다.


1. 요즘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SNS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2. 2세 문제와 관련해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으며, 부정적인 상상을 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사는 친구들의 한마디에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3. 내 성격과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유튜브를 계속 찾아보았다.

4. 돈에 대해 집착을 했던 것 같다. 자산은 나잇대 대비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어느정도 이상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소비의 억제와 조급증을 불러왔고, 비교하는 마음을 불러왔다.



적고 보니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 문제들이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극도로 힘들었던 5년전쯤에 비하면 지금 속해있는 회사의 팀은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도 좋고 업무량도 많지 않아 스트레스가 없는데, 더 맞는 업무와 좋은 회사로의 이직을 위해 또 욕심을 내고 있었고, 돈도 더 많이 벌면 좋을 것 같으며, 이제 이사가지 않아도 되는 집을 사고도 혹여나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불안해 한다. 


걱정과 불안이 주제를 옮겨가며 불쑥불쑥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것을 쌓아 두니 마음이 좀 내려놓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마음이 이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또 비교하는 마음과 돈에 대한 집착, 불만과 걱정을 계속 안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최근에 이 큰 불안증이 생겼을 때 했던 생각은 회사를 못 다니게되면 어떡하지 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 성격에 예전 팀의 힘든 상사밑에서 버티며 지금까지 회사를 다닌 것도 대단한 일이다. 진작에 그만두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사였으니까.
뭐든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은 없다. 회사를 그만두어도 되고, 돈도 안벌어도 되고,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도 되고, 조금은 쉬어가도 된다. 

타인의 말과 시선에 좀 더 자유로워 지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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