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리 상담 후기1
올해 10월 13일을 시작으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예를 들면, 반복적으로 나를 침잠하게 만드는 생각들로 인한 고민, 무기력함, 꽤 자주 지속적으로 오는 번아웃 증상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명상을 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던 건데…
그리고 매사에 차분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나를 힘들게 했다.
내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나를 괴롭히는 느낌.
타인의 수고를 빌려 ‘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심리상담을 받을 때,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기질 및 성격검사) 검사의 결과를 가지고 진행한다.
TCI는 말 그대로 기질과 성격을 검사하는 테스트다. 기질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이고,
성격은 후천적으로 특히 현재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성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기질’ 카테고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자극추구’ 항목이었다. 백분위 97%. 즉, 상위 3%라는 뜻이다.
내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보다 내가 훨씬 자극추구형 인간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그리고 자극추구의 하위척도 중에서도 ‘충동성’이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지표를 보면서 상담 선생님의 분석을 듣고 있자니, 그동안 나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떤 물건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사야 되고, 내 질문에 상대가 빨리 답하길 원하고,
마음 먹은 것은 바로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침착하고 차분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행동들. 다 이유가 있었다.
‘충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다소 침울해져 있는 내게, 상담 선생님은 충동성이 높은 사람들이
추진력이 좋기 때문에 일의 진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며 안심시켜주셨다. 그래,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지.
두번째로 높았던 점수는 위험회피. 하위척도 중에서도 ‘쉽게지침’의 점수가 높았다.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기질 때문에 무슨 일을 하던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할것이라고.
나의 지속적인 번아웃에 대한 원인이 이것이었구나.
선생님은 번아웃이 남들보다 자주 오는 것은 나의 타고난 기질 영향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번아웃이 왔을 때 잘 대처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살필 것.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다거나 이유없이 졸립다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지는 등 몸의 신호를 잘 알아채고,
잠시 쉬어가줘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한편, 나에게 의외의 결과를 준 항목도 있었는데, 자기수용과 타인수용의 점수였다.
내 TCI 검사 결과지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두 항목이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인생사, 특히 유년시절을 한번 되짚어볼 수 밖에 없다는 말에 나는 왜 순간 갑자기 울컥했을까.
결론적으로 그 울컥하는 감정 때문에 TCI 검사 결과 상담 이후 다섯 번의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진정 알고 싶었다.
그리고 세번째 상담 날, 나는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