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두 번째 일기 - 내겐 너무 근사한 레스토랑
2021. 07. 13.
오늘은 설렜던, 또 바빴던 하루였다. 아침 일찍 중랑천을 걷고 돌아와 미용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커트를 좀 하고 염색도 했다. 머리는 원래 다음 주에나 하려던 참이었지만 작은 아들 내외의 연락을 받고 서두른 것이다.
아들 내외는 오늘 맛있는 식사를 사준다며 점심에 보자고 한다. 노원역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2시 30분에 만나자 하는데 맛있는 것 먹을 생각에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고프긴 했다. 하지만 작은아들 내외를 만날 생각에 내 마음은 한껏 들떴다.
시간이 되어서 노원역으로 가는데 한여름 날씨는 너무 더웠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갔더니 도착한 곳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레스토랑이었다. 나는 그런 곳엔 몇 번 가보질 않았기에 그곳 분위기도 정말 맘에 들었다.
아들 내외는 내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며 많이 먹으라고 내 접시에 음식을 연신 채워놓는다. 직원이 와서 음식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고 나니 며늘아이가 내게 다시 소상하게 다시 설명을 하면서 내 앞에 있는 접시에만 음식을 채워 놓는데 그 중 스파게티가 눈에 들어왔다.
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6년 전 일이 생각이 나서다. 난 스파게티만 보면 그 일이 생각이 난다. 작은 아들은 6년 전 어느 겨울날 결혼 날짜를 잡았다. 예복 가봉을 하는 날이라고 예비 며느리하고 날 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따라나선 곳은 강남의 압구정 거리였다. 두 예비 신랑신부는 점심부터 먹자며 내 손을 연신 끌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집이라며.. 어머니는 이런 곳에 안 다녀봤을 테니 그 집으로 가자고 해서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날 데려갔었다.
그날 식사에도 스파게티가 나왔다. 그 당시 내 마음은 아들 녀석을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덜컹하고, 아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던 때다. 큰아들은 담담하게 결혼을 시켰는데, 작은 아들은 또 마음이 달랐다. 허전함을 가눌 길이 없었다. 당시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도 눈물이 줄줄줄, 생각만 해도 눈물이 줄줄줄, 눈물샘이 터져버린 것처럼 내 마음이 그랬다.
작은 아들은 결혼 전에도 엄마인 내게 살갑고 정이 많은 아이였다. 엄마인 나도 큰 아이보다 작은 아들한테 속 깊은 얘기들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무슨 일이든, 어떠한 말이든 끝까지 내가 이해하고 알 수 있게끔 자상하게 들어주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 아들을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날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으려는데 난 새콤달콤한 것을 싫어할뿐더러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젊은 손님들은 포크로 돌돌 감아서 근사하게 먹는데, 나는 도무지 포크에 면을 감을 수가 없었다. 예비 며느리는 내게 스파게티를 포크로 연신 감아주며 말했다.
어머님, 꼭 이렇게 감지 않고
라면처럼 드셔도 누가 뭐라는 사람 없어요.
그러니 어머님이 편하게 드시면 돼요.
작은 며느리가 내게 그날 따뜻하게 날 배려해주었었는데, 오늘 점심에도 스파게티가 나온 것이다. 우리는 옛날 이야기를 하며 크게 한번 웃었다.
남들은 아들 결혼 시키는데 무슨 엄마가 우느냐고들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아들들에게 많이 의지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작은 아들을. 녀석들이 내 품을 떠나 짝을 찾아 둥지를 틀었는데도 1년 정도는 가눌 수 없는 허전함이 나를 힘들게 했었다. 그래도 살아보니 또 살아지고, 하루 이틀, 한해 두해를 지나니 이제는 제법 나 자신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 우리 영감탱이 꼴통과 건강하게 살면서 둘이서 잘 먹고 잘 살아보자고 너스레를 떨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