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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크맘 Nov 26. 2021

산후우울증

야, 나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비혼의 딩크족이었을 ,  가치관은 매번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거리였는데 특히 아기엄마들에게 꽤나 좋은 타깃이었다.  보기에 그들은 자유도 없이 몸도 망가져 힘들어보이기만 하는데 아기가 주는 행복이 얼마나   아냐며 애는 낳아야 된다던  여인네들. 그때마다 나는 태연하게 반문했다.


“내 몸, 내 인생 버려가면서 굳이 그 행복 꼭 느껴야해? 그 행복 안 느껴도 지금 충분히 행복한데?”


다소 비아냥이 섞여있는 내 답변에 반응은 크게 두가지였다. “응, 뭐 너만 좋다면야….”하고 말끝을 흐리거나 애를 낳아야하는 이유를 더욱 더 열심히 나열하거나.


그렇다면 엄마가  지금,  생각은 과연 뀌었을까? 정말 아기가 주는 행복 느껴야  행복일까?


지금 어떤 여자가 내게  반문한다면 나는 정말이지 그녀가 못견딜만큼 부러울  같다. 앞으로 평생  자유되찾지 못한다는  명백하므로.


엄마란 칭호를 얻게 된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조막만했던 우리 아가는 쑥쑥 커 한번에 안아들기 힘들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나는 점점 퇴행했다.


하루종일 집에서 말 못하는 아기랑만 있다보니 남편에 대한 분리불안, 의존, 집착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왕자님과 결혼한 개구리가 된 기분이랄까. 신체도 정신도 직장도 뭐 하나 변함없는 남편이 멋있어보이고 그래서 불안해지고 괜히 의심스럽고 그래서 내 자신이 더 초라해지고 그래서 우울해졌다. 식욕이 완전히 사라져 하루 한끼 겨우 먹을까말까. 밖에 나가지도 못하니 오늘이 몇일인지, 밖은 지금 가을인지 겨울인지, 코로나 확진자가 4천명에 육박한다는 것도, 일하다 틈틈히 확인했던 내 주식의 주가가 얼마나 떨어진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잠도 못자고 아이만 봐야하는 건지, 언제까지 맘대로 외출을 못하는 건지, 이제 시작인데 언제까지, 언제까지.


어제는 이 우울감이 갑자기 폭발해 하루종일 눈물이 났다. 안되겠다싶어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여전히 누구보다도 예쁘다며 포근히 다독여주는 말에 웃음이 났다. 먼저 아기를 낳은 친구들에게 우울하다 말하자 하나같이 이맘때 엄청 울었다고 하는 말에 힘이 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울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꽤나 오래 우울할 것같다. 아기가 더 커서 엄마, 아빠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더 행복해진단 말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빠져있다. ‘내가 희생한 만큼, 내 몸이 갈리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거겠지.


출산 후 내게 축하연락을 하며 아기를 가질지 말지 고민한 몇몇 친구들에게 단호히 말했다. 아기는 너무 예쁘지만 가능한 갖지말라고, 그저 너와 배우자의 인생을 즐기라고. 정말이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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