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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Dec 27. 2020

게으른 천재의 투자 일기

두 번째.

이번 편은 게으른 천재의 투자 일기(이하 게천 일기) 그 두 번째 "경매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경매는 남의 것을 베껴올 것이 없어서 제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아부지와 경매 물건을 보러 동두천, 이천, 화성을 다녀왔다. 시골에 내려가 살고 싶어 하시는 아부지와 서울에 있기를 원하는 어머님의 기싸움이 수년 째 이어지다 내년은 반드시 내려가시겠다는 아버지를 모시고 임장을 다니는 것이다. 나는 일명 윤기사.


사실 몇 년째 아버지 경기도, 충북, 충남지역을 임장을 다니고 있다. 아버지 덕분에 나도 경매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보다 보니 어느덧 혼자 물건을 찾고 분석할 수 있는 수준 정도는 되었다. 경매는 나름 재미가 있다.


나는 3기 신도시를 분양받기 위해 "생초"를 아끼고 있었는데 최근 부동산 광풍이 불며 꼬깃꼬깃 아껴놓은 내 "생초"는 점점 꼬깃해진 똥이 되어 가고 있는 거 같다. 현 상황에 참 할 말이 많지만 주댕이는 잠시 집어놓고 내 할 일이나 해야겠다.



1. 동두천 상패동 물건 - 나미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응?

감정가 3.5억 / 현재가 (49%) 1.71억


첫 번째 물건은 동두천의 상패동에 위치해 있었다.

내부순환로 --> 동부간선도로 --> 신평화로를 따라 달렸다.  동두천 IC를 빠져나와 진입하자마자 좌회전을 하니 위치해 있었다. 큰 도로를 끼고 있기에 위치는 좋은 편이었다.


말소기준 권리 2004년 근저당 7,000만 원. 대항력 없고, 임차인도 없다. 근데 근저당이 너무 작아서 변경이나 취하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입찰일이 되어 봐야 알겠다. 이건 됐고.


문제 아닌 문제는.. 이게 지금.. 절..이라는 건데. 뭐, 절이면 어떤가 건물만 좋으면 되지. 

대지분 169평에 연면적 157평의 2층짜리 건물이 지어져 있다. 주변이 군유지가 있어서 본인들 땅만큼 더 쓰고 있는 거 같아 보인다. 토지이용계획을 보니 계획관리지역 내 성장관리권역. 직선거리 1km에 동두천 국가산단이 예정돼있다. (22년 예정) 뭐 나쁠 거 없다.


아버지는 집이 있고 땅이 넓은 저렴한 곳을 찾고 계셨는데 가끔 이렇게 엉뚱한 것도 좋다고 하신다. 허허허.

2번 유찰된 물건이기에 나도 불만은 없었다. 건물은 다소 오래됐지만 페인트칠하고 여기저기 손보면 문제없을 것 같다. 나는 기왕이면 땅이 있는 곳을 낙찰받으면 좋겠는데 아부지가 하고 싶으시다니 어쩔 수 없다. 주사위는 아부지에게. 입찰일을 기다려 본다.



2. 이천시 설성면 물건 - 집 좋고, 땅 좋고, 지화자 좋다.

감정가 4.24억 / 현재가 100% / 1회 유찰 시 (70%) 2.96억


두 번째 물건은 이천시 설성면에 위치해 있었다.

신평화로 --> 제1순환도로 -->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렸다. 남이천 IC를 빠져나와 70번 국도를 달리다 좌회전하고 1차선 도로를 250m가량 들어가니 물건이 있다. 250m가량 1차선 도로를 들어가야 하지만 이 정도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여긴 물건이 아주 좋다. 대지분 216평에 밭이 746평. 15년에 2층으로 지은 신축 건물.

비닐하우스와 그 외 기타 건물들. 생산관리지역에 주변의 큰 호재는 없지만 공기 좋고 건물이 좋다.

이 정도면 아주 감지덕지다. 채무자와 소유자가 같은 깨끗한 물건. 이 집은 근저당이 많아 변경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번 유찰 후 도저어어언 해보기로 한다.


3번 물건을 가기 전에 금강산도 식후경 따끈한 사발.. 은 아니고 자장면을 먹기로 한다. 코로나를 감안하여 사람이 많지 않은 식당을 가려고 했으나 가는 곳마다 휴무..

역시 나란 인간.. 주룩..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다.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서 자장면을 호로록 마셨다.

자, 다시 길을 떠나보자.


남이천 IC를 빠져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탔어야 했는데 4,000원을 아끼고자 죽양대로(라 쓰고 무료도로라 부른다. 국도님 감사합니당)를 타고 20분을 더 써가며 물건지에 도착했다. 이 돈으로 자장면을 우걱우걱.



3. 화성시 남양읍 빌라 - 내가 여기 땅도 파고! 응! 건물도 짓고! 응! 다 했어! 그러니 유치권.

감정가 2.18억 / 현재가 34% 74,774,000원 (억 대신 원이 붙었다. 올레! 뭔가 만만해 보임ㅋㅋ)


물건지에 도착하니 거대한 현수막이 나를 맞이한다. 두둥.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최강 권법. 유우우우치권!

이런 된장. 경매정보지엔 유치권 이야긴 없었는데 어쩐지 34%까지 떨어졌다 싶었다. 뭐, 유치권이 무조건 성립되는 건 아니니 집에 가서 확인하는 걸로 하고 일단 물건을 살펴보기로 한다.


건물은 삐까뻔쩍 잘 지어놨는데 분양 후부터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서인지 세입자가 없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소리를 치신다. (죄진 것도 아닌데 이럴 때면 괜히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어찌 왔냐고 묻는 아저씨. 여기 경매 물건 나온 걸 보러 왔다고 말하니 본인이 분양업자라고 술술 이야기를 하신다. (이런 물건은 관계인을 적극적으로 만나서 물건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게 좋은 거 같다. 사유지는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아저씨 왈, 본인이 분양업자인데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이 마감을 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3년 동안 싸우느라 이렇게 귀신의 (비싼) 집으로 방치를 했다란 얘기다. 이제 자기가 와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매매하려는 사람이 은행 채무 정도만 내고 저 유치권자한테 까까 사 먹으라고 용돈(?) 조금만 주면 넘기려고 한다는 거다.


아무리 봐도 냄새가 난다. 여긴 대지 분만 1,100평이 넘고 건물만 3동, 세대수만 37세대인 나름 이름까지 붙인 빌라 타운이다. 평당 공시지가만 91만 원이니 정말 싸게 잡아 평당 100만 원을 잡아도 자기 자본만 최소 11억이 있어야 담보 잡고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정도 자본가가 1층에 들어와서 작업복을 입고 여기저기 손을 보고 있단 말인가. 뭐, 사실일 수 있겠지만 바지 사장님에 무게를 더 실어본다.


여하튼, 분양업자님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다. 유치권은 분양권자와 건축업자 간의 문제로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 다만 전 세대가 분양이 되고 입주를 해야 물건이 살 텐데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어차피 근교에 송산이 개발 계획 중이니 존버 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보인다. 일단 싸니까 모든 게 용서. 이히히.


'동두천이 먼저고 그다음이 이 빌라이니 둘 다 낙찰받으면 취등록세가 8%인데' '그래도 낙찰가를 싸게 받으면 모든 게 해결되니 끄읕!' 하는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상상 회로를 돌리며 혼자 행복해한다.


운전만 6~7시간은 한 거 같다. 오늘은 느낌상 이 "무척추동물"에게 새끼발꼬락 뼈가 생긴 느낌이다.

참 좋은 하루였다. 이제 입찰일만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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