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독후감입니다.
이 글은 뉴닉의 고슴이처럼 잠시 다람이에 빙의하여 격식차리지 않은 구어체로 쓰여졌습니다.
지은이 : 양도영
출판사 : 스리체어스
이 책을 읽은 건 지난 가을,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선물 받은 책입니다. 작고 얇아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수 있고 (또 이쁘다) 고민 많던 브랜딩의 방향성에 대해 꽤나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던 책이에요. 선물해준 동료에게 감사의 의미로 적었던 독후감을 각색해 공유해보고자 해요.
블루보틀에는 입소문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스토리도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이 살아온 과정을 알게되면 더 친근함을 느낀다.
브랜드 역시 고객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스토리가 많을수록 좋다. 네이밍의 유래는 이야기하기 좋은 스토리중 하나다.
1600년대 후반 오스만튀르크(오늘날의 터키) 군대가 유럽을 장악했을 당시, 오스트리아군은 폴란드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세지를 전달해야 했어요. 그때 폴란드 외교관 출신의 게오르크 콜쉬츠키가 오스만튀르크 병사로 위장해 무사히 폴란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대요. 치열한 전투 끝에 오스만튀르크 군은 물러나게 되고, 그때 그들이 남기고간 물건들 중 ‘콩주머니’가 있었는데, 콜쉬츠키는 이게 커피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게되고 그 커피 자루들을 모아 커피가게를 차렸어요. 그 가게의 이름이 바로 ‘푸른 병 밑의 집(Hof zur Blauen Flasche)’ 였어요. 블루보틀의 이름은 여기서 따왔대요. 블루보틀 병의 색을 단순히 블루 라고 부르지 않고 터키블루 라고 부르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래요.
우리나라에 처음 블루보틀이 들어오고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블루보틀에 관하여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었을까요? '음? 왜 이름이 블루 보틀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네이밍은 적어도 반이상 성공했다고 보아요. 고객과의 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대학교 오티를 가면 처음 만난 친구들과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것처럼 부담스럽지않은 가벼운 대화가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서 시작이 됩니다. 이 때 이런 네이밍 스토리를 듣게 되면 고객은 꽤나 흥미롭게 받아들입니다. 그 후 나는 이 브랜드에 대해 좀 알아!라는 생각과 함께 친근함을 느낄 수 있어요. 이것은 아주 좋은 브랜딩 전략의 예시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객이 인정하는 브랜드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정성이다. 기업이 주장하는 철학과 실제 고객의 경험이 일치해야만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CEO로 복귀한 후 수십 가지였던 제품 종류를 단 네가지로 줄임으로써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만을 제공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이건 디자이너 입장에서 브랜드 경험 (Brand eXperience)를 고려할 때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기업이 주장하는 철학과 실제 고객의 경험이 일치해야만 브랜드 파워가 유효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고객의 경험은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을 합니다. 즉 시각적인 것이 큰 영향을 미치죠. 이 부분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꽤나 분명해집니다. (물론 시각적인 것 외적인 부분도 모두 중요해요) 브랜드의 철학이 시각적으로 또 경험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가는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손과 머리에 달려있어요. 컬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블루보틀은 사실 파랑(blue)은 신뢰의 색이기도 하기 때문에 품질 우선주의, 신뢰의 시각적 구현에서 잘 맞아떨어진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자기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창업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명확한 철학을 세워야 한다.
그 이후에 보유자금, 인적 네트워크 등의 자산을 바탕으로 콘셉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오래가는,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블루보틀의 창업자 프리먼은 “내 커피는 매일 더 좋아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해요. 그의 생각은 블루보틀의 브랜드 핵심 철학이 되어 제품,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등 브랜드 곳곳에 녹아들어있죠.
블루보틀의 SNS 전략 중심에는 디자인 전략이 있다. 짧은 시간에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복잡하지 않고 명쾌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디자인과 컬러를 단순화 하면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 할 수 있도록 색감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로고부터 모든 상품의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블루보틀의 이미지는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설득력을 갖고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일 때가 있다’ . SNS의 발달로 고객은 단편적인 브랜드 이미지 만으로 브랜드를 평가한다. 요즘 20대들은 인스타그램을 찾아 음식점 정보를 얻는다. 굳이 블로그 텍스트를 찾지 않고도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뉴 사진과 매장 인테리어를 보고 판단을 내린다.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할 수 없어요. 물론 첫 인상은 한장의 사진, 한개의 인스타 게시물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진만 보고 찾아갔다가 되레 실망만 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미지는 브랜드의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브랜드 자체가 그 기대에 부응을 해주어야 해요. 번지르르 하게 포장하는 것은 그래서 조심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한번 실망한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블루보틀과 애플은 그 스토리와 디자인 뿐 아니라 브랜드 전략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두기업 모두 다수의 대중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알아보는 소수의 마니아를 주 고객으로 한다.
제품의 질이나 기능을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마케팅을 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블루보틀의 첫 시작은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프리먼이 연주를 접고 낡은 카트에 직접 로스팅하고 연구한 커피를 싣고 다니며 팔았던 것이었어요. 그는 손님이 주문을 하면 그자리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었는데 바쁜 현대인들에게 커피를 기다리는 10분은 처음에 부정적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프리먼이 만든 정성스럽고 또 맛있는 커피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그 10분은 오히려 바리스타가 정성스럽고 맛있는 커피를 나만을 위해 내려주는 소중한 시간으로 인식되었어요. 그렇게 소수의 매니아들을 홀린 블루보틀은 결국 전세계적으로 대중에게 까지 사랑받게 되었어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적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적이에요. 어떻게 받아들이게 하느냐는 기업의 사활을 건 문제가 되기도 해요. 그렇기에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고 또 너무 조급해서도 안되요. 블루보틀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마침 읽고 싶던 글들을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브랜딩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블루보틀만의 대답을 들은 것 같아요. 커피계의 애플이니 그만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한국에 블루보틀이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뙤약볕에 온종일 기다리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오는데 , ‘ 에이 별거 아니네.’ ‘왜 줄서서 먹는거야?’ 라는 반응이 꽤나 많았는데 그건 아직 한국의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약하거나 블루보틀이 왜 유명한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기에 그런 반응이 있을 거라 예측이 됩니다. 바리스타가 본인의 10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하여 정성껏 사용하여 커피 한잔을 내주는 그런 소중한 경험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네요! 이제 점점 더 제품보다는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예상들을 많이 봅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고자 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되는 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