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는데 국어가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남의 집 얘기인 줄 알았다. 그것이 내 아이의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좋아한다. 많이 읽고 잘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읽는 속도도 굉장히 느리고 읽고 싶지만 어려운 책도 많아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이 읽고 내용을 빠르게 분석하는 이들을 보면 부럽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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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독서이다. 책에서 길을 찾고 책에서 위안을 얻고 독서를 휴식으로 여기길 바랐다. 집안의 대부분의 벽이 책들로 채워져 있다. 거실도 방도. 태교로 책을 읽으며 그때부터 나의 독서량이 늘었고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 나를 위한 일이 되었다. 초등학교까지는 시험이 없으니깐 독서를 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좋은 시절임에 틀림없다. 책으로 모든 교육을 할 수 있기에 학원도 필요하지 않았다. 가장 빛을 발한 건 영어다. 책으로 한 영어공부는 풍부한 고급 어휘를 습득하는 좋은 방법이어서 원어민들과의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5년 동안의 주재 생활 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국어가 힘들 거라는 지인의 조언을 가볍게 무시했다. 꾸준히 한글책을 읽어왔으니깐. 해외 배송료가 책 값만큼 비쌌지만 초등시절의 국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독서가 메꿔줄 거라 확신했다.
중학교로 전학 온 태하의 국어 성적을 받아 들고 독서가 정답임을 더욱 확신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국어는 달랐다. 학원에 다녀보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학원을 알아봤다. 그렇게 몇 번의 시험을 치르며 쉽게 오르지 않는 점수에 책만 읽혀와서고생하고 있는건 아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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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축구리그가 있었다.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태하는 유튜브를 보며 기술을 배우고 나가서 연습을 하며 시합을 기다렸다. 그런데 태하의 포지션을 원하는 후보 선수가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여 전후반전을 나눠 뛰기로 했다고. 전반전을 뛰고 난 친구는 후반전도 계속 뛰겠다며 고집을 피웠고 싸우기 싫었던 태하는 경기에 참여도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태하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축구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너무 속상해서 도서관에 갔다고 한다. 책에 빠져 읽는동안 속상하고 화난 마음이 사그라졌다는 말을 하는데 내가 간절히 바랐던 그것이 발현되고 있음에 전율과도 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책에서 위로를 받았다니.
앞으로 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을 텐데 그때마다 책에서 길을 찾고 위로를 받기 바란다. 그러려고 독서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