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이가 고2가 되어 등교한 지 몇 주는 지난 것 같은데. 겨우 1주일 밖에 안 됐다니.
오늘도 스스로 잘 일어났다. 칭찬해 줘야 했는데 놓쳤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나오면 웃는 얼굴로 대단하다고 해줘야지. 그런데 화장실에서 함흥차사다. 스멀스멀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크게 한 번 숨을 쉬고 화장실 앞에 선다.
"태정아,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어서 밥 먹=="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장실 문이 잽싸게 열린다. 뜨끈한 수증기와 함께 요란한 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음악을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구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활짝 웃는다. 그래, 웃는 얼굴에 어찌 화내리.
"엄마, 오늘도 기대돼. 빨리 학교 가야겠어."
집에선 게임에 열중하지만 학교에선 열공을 하는 걸까??
"어제 점심시간에 1학년때 친구들하고 농구했는데 정말 재밌더라. 오늘은 조회시간 전에 하면 좋겠다. 일찍 온 애들이 있을까?"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우린 어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냐.
친구들과 농구할 생각에 뒤통수도 웃고 있다. 농구공을 야무지게 챙겨나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첫째 아들.
잘 다녀오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든 놀든 새벽에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힘들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새나라의 어린이는 아니지만) 태정이가 정말 기특하다. 바른 자세로 선생님과 눈 마주치며 오롯이 수업에 집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수업을 50분 동안 듣는 건 끔찍하다.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데 단 한 번도 존 적 없다잖아.(믿어야지 믿고말고). 칭찬 좀 해주면 좋겠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하고 전속력으로 뛰어다디 던 것 기억나지?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내려 가서 매점에 1등으로 도착해서는 유부우 한 그릇 후딱 먹고(마셨나?) 성큼성큼 다시 뛰어올라오기.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에 자리에 앉는 스릴은 어떻고. 계단을 뛰어내려 가고 뛰어올라오기 위해 교복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잘 차려입고 학교종을 "출발"신호 삼아 우다다다 뛰었지. 유부우동이 먹고 싶은 건지 교실을 박차고 제일 먼저 나가는 것이 좋은 건지 알 순 없지만 그게 그렇게 즐거웠잖아. 동지애 아니겠어? 태정이에겐 농구를 같이하는 친구들이 그럴 테고.
18살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웃음 지을 태정이를 생각하며 힘차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