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쉬어야 하는 거지?(ft. 휴식 리스트)
남편이 밀접 접촉자로 회사 1인실 사택으로 자가 격리된 후 나 또한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이기에 14일 전까지 자발적으로 집에서 자가 격려하며 생활하고 있는 요즘
매일 안고 있던 문제 하나가 터져버렸다.
자가격리 첫날은 그동안 밀린 유튜브 편집부터 해서 이것저것 일을 하느라 살짝 들떴던 하루였다.
하루 4시간만 근무하면 되는 직장에 다니지만 사람 욕심이란 게 참 무섭다. 나는 하루 종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회사의 권유로 인한 자발적 자가 격리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많은 시간을 하게 되어 살짝 흥분했던 하루였다. 하지만 이 설렘은 불과 이틀 만에 질리기 시작했다.
현재 내가 하는 일(창업/플랫폼 운영)은 전부 스마트 폰 혹은 컴퓨터로 작업해야 하는 일이다.
앱 홍보 관련 일도, 유튜브 편집 관련 일도, 인스타 피드 관련 일도 전부 촬영 및 편집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어릴 적부터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보지 않아도 늘 티브이 소리가 들려야 마음이
안정되는 고질적인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나는 이 일들을 거실에 상을 핀 후 티브이를 킨 후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작업을 했다. 그것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결국 나는 하루 만에 ‘심리적 번아웃’을 경험했다.
내 생각으로는 티브이를 보면서 일을 하는 것이야 놀면서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나의 뇌는 한 시간도 쉬지 못하고 티브이와 스마트폰 , 노트북의 자극을 받고 있었고 결국 뇌는 과부하 걸린 마냥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현대인들은
혼자 있는 시간 조차 혼자라고 할 수 없다
손에는 늘 스마트 폰이 들려 있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일상과 비교하고
누군가의 생각이 내 생각인 듯 습득하고 있다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와다 히데키)
매일 하루 남편과 영상 통화로 20분씩 책을 읽는 데 이 구절을 발견하고 나는 내가 이토록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24시간 내내 집에서 혼자 있지를 못했다. 나는 고요를 끔찍이도 견디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를 계기로 휴식 리스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생각날 때마다 창가에 있는 먼 산을 30초~1분가량 멍하니 쳐다보기 시작했다.
각종 전자기기와 책을 보느라 수축된 눈을 위한 휴식 타임이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튼 티브이를 틀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 루틴을 만들어 실행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멍하니 티브이를 보며 소요한 시간이 많았다, (이 시간이 늘 불안한 감정이 더 크게 증폭되었다) 하지만 리모컨을 드는 대신에 이불을 정리하고 반려견의 패드 등을 뒤처리한 후 바로 러닝 머신으로 올라가 공복 운동을 시작하였다.
휴식 시간에는 티브이나 스마트 폰을 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디톡스가 뇌 휴식에 좋음을 알고 있기에 정해진 시간에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쉬는 법을 잃어버렸다고 느끼고 있었다. 가만히 티브이를 보면 불안하고 손에 책이라도 들려 있지 않으면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무언갈 생산해야 된다는 압박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나는 지금 충분히 나의 밥벌이를 하고 있고 아내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그 외 자꾸 욕심을 부리며 내 능력 이상의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마음. 그 욕심이 나를 쉬지 못하게 하고 나를 괴롭히게 했던 것 같다.
휴식,
그것은 내 욕심에 이것저것 갖겠다고 가득 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 씩 내려놓는 게 아닐까?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욕심부리며 하루를 채우기보다
버리고 버리고 버려서 그 안에서 충분함을 느끼는 단순한 하루가 되기를 이번 기간에 희망해 본다. 그래야 나는 이 긴 장거리 레이스를 조화롭게 끝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