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하루 하루 보내다보니 5월이 다 되어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길 바랐지만 3.4월은 전쟁이었다. 쌍둥이들은 울고 아이들은 날 낯가리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부모님 보고싶다고 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3.4월이 지나고 5월이 되니 신기하게 아이들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일과에 적응하게 되고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제야 반에 세세한 것들 아이들의 세세한 특징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문득 내 긴머리카락이 아이들 얼굴에 반복적으로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내 머리는 옅은 갈색으로 염색되어 길었는데 머리끝이 손상되 빗자루 같았다.
우연히 아이들의 키즈노트를 작성하는데 내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닿았다. 따가운 감촉이 느껴지자
'그동안 우리반 애들도 이렇게 따가웠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머리를 묶는데도 머리를 숙이거나 아이들과 앉아서 생활하는 일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의 얼굴에 내 머리카락이 자주 닿았다.
그 주 주말 나는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 잘라주세요."
나는 긴머리가 짧은 머리보다는 잘 어울려서 20살 이후 긴머리를 안한적이 없었다. 6년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짧은 머리는 역시나 어울리지 않았지만 더이상 내 머리카락이 아이들의 얼굴을 스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초임이라 그리고 그 초임때 애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 해는 내내 염색이나 머리를 기르는 것을 하지 않았다. 화장도 마찬가지였다. 수시로 안고 볼을 부비는 아이들에게 화장품이 묻는게 싫어서 였다.
내가 어울리지 않는 머리를 하게 된거 보다 아이들을 더이상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행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