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고 싶다

by 이슬

어쩌다 농부가 되었을까?!

농사를 짓고 살아온 시간이 길어져 어느새 그저 처음부터 농부였던것처럼 느껴지지만

돌이켜 보면 매년 나는 결심했다. 농부가 되야겠다고.

그렇게 농사를 짓고 있는 이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들로 매년 다시 농부가 되었다.


나의 첫 농사를 떠올려본다.

농촌에서 나고 자랐으니 매일이 논과 밭에서의 삶이었지만, 제스스로 무언가를 심어보는 일은 조금 달랐다.

할머니, 아버지와 산밑에 밭에 고추를 심던날, 아버지는 양수기로 연결한 고추밭 물주는 기계로 푹푹 간겨그 맞춰 물을 주고 지나갔다.

그 뒤를 따라 설날이후 부터 촉을 튀워 길러온신 고춧모를 하나씩 내려놓고 가면 할머니는 물빠진 구멍에 고춧모를 세우고 흙을 덮었다.

부지런히 따라가다 모종을 다 내려놓고나면 옆 두둑에서 할머니를 흉내내며 흙을 덮어가며 쫓아나갔다.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 농삿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고 기특해하는 할머니앞에서 어깨가 솟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3-4학년때쯤이었던가.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식물을 배우던 시기였다. 펫트병을 잘라 양파를 올려두거나 고구마를 올려두고 뿌리와 잎이나는 것을 관찰했다.

늘 밭에서 보던것이지만 아이들 모두 내 양파가 더 키가 크다던지 고구마가 더 길어졌다던지 새로운 경험으로 고구마와 양파를 만났다.

그렇게 몇달을 거쳐 자란 식물들의 관찰이 끝이나고 다들 관심이 시들어 질때쯤 양파와 고구마는 버려졌다.

학교를 마친 청소시간에 선생님께서 펫트병을 정리하고는 고구마를 버리고 오라고 했다.

고구마를 손에 들고 소각장이 있는 학교 쓰레기를 모아 버리던 곳에 갔다가 한참 서있었다.

고구마가 자랄 시간은 이미 지났던게 분명한데 잎줄기와 뿌리를 달고 있는 고구마를 훌쩍 던져버리지 못해 종종거렸다.

문득! 고구마는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한 곳을 찾다가 학교 뒤 관사앞에 이르렀다.

마땅한 도구도 없었고, 계절은 곧 추워질참이었지만 나는 돌멩이로, 손으로 땅을 파댔다.

고구마아 들어갈만치 땅을 파고는 토닥토닥 흙을 덮었다.

고구마한테 내심 이제는 여기서 잘살아가보자고 응원을 말도 속삭였다.


그 이후 고구마가 어찌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필시 엉성하게 심긴 고구마는 그곳에서 썩어 죽었을것이다.

그런데 그 고구마를 심으며 두근거렸던 마음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고구마와 나의 관계를 통해 그 고구마를 심던 그 시간이,

딱딱하던 땅을 억척스럽게 파던 그 손끝의 감각이 내게 남아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엉성하게 심은, 고구마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살수없는 상황으로 내몬것이 나의 첫 농사였다.

다행히 고구마는 일반쓰레기 봉투에 담긴게 아니라 그 관사앞 딱딱한 흙에 한줄기 따뜻한 유기물로 다른 생명들을 키우는 흙이 되었을거라고 다독여본다.


실상사작은학교,풀무학교,한농대 그 이후 13년간 수많은 작물의 씨앗을 싹틔우고 심고 죽이기도 많이 죽여가며 여태 농사를 짓지만

여전히 매전 씨앗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 흙의 감각으로 작물을 키우는 일은 그날의 감각과 닮아있다.


어쩌다 농사를 짓게 되었을까

매년 농부를 결심하게 되는 마음 깊은곳에서 분명한 첫머리에 그 기억이 말하고 있다.

나는 농사를 짓고 싶다.

돈을 많이 벌어서 혹은 누군가는 대단한일을한다고 추켜 세워서가 아니고

수많은 오해와 편견속에서도 거창하고 대단한 가치와 의미를 모두 내려놓고 보아도 그렇다.


흙과 협업하고 바람과 꽃에게서 배우는 일을 하고 싶다.

농사를 지을때 나는 조금더 나다워지고 편안하다.

그렇게 농사를 짓고 싶었을 뿐이다.

고구마를 옮겨심으며 행복했던 순간을 나의 매일로 채우고 싶다.


매년 내년에도 농사지을수 있을까 불안해하고

짓고싶은 모습대로 농사를 짓자면 다른일을 해서 유지해야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급변하는 기후와 나의 생애주긴는 오르락 내리락 해서 매년 아. 이제 진짜 농사를 못짓겠다.

이제 때려치워야지. 언제든 그만둘수있다 며 툭 뱉고는 했다.

그러고도 슬며시 겨울이 되면 씨앗을 꺼내놓고 그 아이들이 환하게 자랐을때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농사를 지었다.


나는 농사를 짓고싶다.

시선과 판단이 뭐라하든, 그 일을 유지하는 것이 몸으로 마음으로 버겁더라도

지켜나가는 일이 매년 어려워지더라도.

씨앗을 심고, 싹틀때의 신비로움에 놀라고 함께 관계맺고 사는 것을 깨달으며

오롯이 마음을 내어 밭에서 난것으로 한끼니의 밥상을 차릴때 나는 살아있는게 제법 괜찮다 하며 행복하다.


시장의 논리

급속도로 달라지는 기후위기 안에서도

그냥 그렇게 농사짓고 싶다.

많이 못거두고 풀을 뜯어먹어도 씨앗함줌 남기면 행복하다.


올해도 내게 물으니 대답은 같았다.

농사를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