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nislaus Oct 17. 2019

블루헤븐국 세제사 4장. 정치제도의 변화

1. 왕정의 탄생

블루헤븐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인근 공동체 중 최대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제 공동체라고 부르기 보다는 ‘국가’로 불러야 합당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블루헤븐의 영토는 나날이 확장되었고 유입되는 인구는 늘어났으며 경제적으로는 풍족해졌다.

이제부터 주민을 ‘시민’이라 부르기로 하자.

당신은 조팝나무에 핀 꽃이 보이는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잊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당신이 식량생산에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산이 점점 불어나 당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백여 명에 달한다.


일꾼들에게 오늘의 과업을 지시한 후 커피원두를 사기 위해 내자(內資) 스트리트를 향해 저택을 나섰다. 어떤 품종이 들어왔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르는 ‘야자나무 사이로’ 살롱에 들렀다가, 호사가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엿 듣게 되었다.


내용인즉슨, 블루헤븐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주민대표 중 한 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실질적으로 모든 안건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대의 장군들도 그를 존경해 마지않아 결국 현재와 같이 주민들이 뽑은 여러 명의 주민대표들이 블루헤븐을 이끄는 체제가 곧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당신의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당신은 저택에 돌아와 오늘 산 원두를 핸드밀에 넣고 갈면서 오후에 살롱에서 들었던 내용도 함께 갈아 곱씹고 있다. ‘만약 정치체제에 변화가 들이닥친다면 나에게 득일까 해일까?, 나의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깊은 생각에 빠져 원두를 다 간 사실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당신의 대저택에는 빈 핸드밀에서 나는 소음만 드르륵, 드르륵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블루헤븐의 전 지역에 새로운 체제가 들어섰음을 선포하는 공지문이 나붙었다. 살롱에서 들었던 풍문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블루헤븐국 세제사 3장. 물품세와 소득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