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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nislaus Oct 21. 2019

블루헤븐국 세제사 5장. 법인과 법인세의 등장

1-1. 투자제안

여느 때와 같이 원두구입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린 야자나무 사이로 살롱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있던 당신에게 누군가가 합석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5년 전 연남강 근처 ‘봉쥬르 테이블’ 레스토랑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레코멘드(Recommend) 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레코멘드 씨를 보자 반가움과 함께 5년 전의 아쉬움도 몰려와 커피 잔에 진하게 뒤엉겨 내려앉는 듯 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커피 매니아인 레코멘드 씨는 커피원두수입과 관련된 투자를 당신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다. 투자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당신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위험선호자(risk lover)인 다른 지인 두 사람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재무학 이론에 따르면 투자에 따른 위험(risk)에 대한 태도를 ① 위험선호자 ② 위험중립자 ③ 위험회피자로 구분한다. 판돈 적은 화투판에 콧방귀가 나오고 사이즈 좀 나오는 판에는 흥미를 느끼는 당신, 위험선호자! 반면, 아버지가 이르시길 "도박을 멀리하라, 땀 흘려 번 돈이 진리이거늘"...이라는 말씀을 명심, 또 명심하는 당신, 위험회피자! 양 극단의 중간은 위험중립자!

3년 후 그 사업은 1,0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신은 당시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었는데, 레코멘드 씨를 보자 다시 그 일이 생각나서 속이 상했던 것이다.


레코멘드 씨가 커피수입에 뛰어들기 전 블루헤븐에서 소비되는 커피 생두는 상인 모노폴리(Monopoly) 씨에 의해 가배국으로부터 전량 수입되고 있었다. 커피뿐만 아니라 블루헤븐 교역의 주된 루트는 육로다. 교역 상대국 중 가장 가까운 곳이 100일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했다. 교역루트는 여러 나라를 경유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운반 도중 도적이나 각 나라의 국경수비대로부터 물건을 빼앗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노폴리 씨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역시 모두 상인이다.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면서 모노폴리 가문은 국경수비대와 도적들에게 뇌물공여와 인간적인 관계, 혼맥 등 갖은 방법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모노폴리 가문의 커피무역 독점이 가능했다.


생각이-말랑말랑-유연한 레코멘드 씨는 어차피 모노폴리 씨가 장악하고 있는 육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랜 세월 탄탄히 구축된 협력관계를 쉽게 깰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남들이 모두 꺼려하는 바닷길을 통한 신(新)루트를 개척하고자 했다.


바닷길을 이용한 교역은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선박이 풍랑을 만나 좌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레코멘드 씨는 항해술이 가히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갓 보이지(Voyage) 씨가 선장으로 있는 전장 38미터인 상선을 이용해 가배국으로부터 직접 수입을 해보려는 생각을 했다. 그 모험 같은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그와 투자자들은 잿팟을 터트렸다. 단번에 레코멘드 씨는 커피수입업계의 독점을 깰 ‘루키’로 떠올랐다.


아무튼 당신은 아쉬움과 속상함으로 혼미해진 정신을 겨우 차렸다. 하지만 레코멘드 씨가 입은 최고급 실크 옷감과 비싼 장신구가 눈에 들어오자 짜증이 2차 공격을 하듯 밀려왔다. 새벽마다 꾸준히 수련해온 단전호흡을 1분 가량 하자, 임독맥(任督脈)이 스스로 열리면서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았을 수 있었다.

 

< 다음 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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