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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nislaus Oct 22. 2019

블루헤븐국 세제사 5장. 법인과 법인세의 탄생

1-2. 투자 제안

당신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레코멘드 씨에게 다른 매력적인 투자안이 있다면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늘이 지난번의 오판을 만회하기 위한 기회를 허락했던 것일까. 레코멘드 씨는 마침 투자자를 모집 중이었다며 당신에게 바짝 몸을 바짝 붙이며 사업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항상 타인과 30cm 정도 거리를 두던 당신은 이번만큼은 그런 루틴을 제치고 머리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바짝 의자를 끌어당겼다. 멀리서 보면 마치 두 사내가 머리 밀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레코멘드 씨는 현재 블루헤븐으로 들여오는 커피 수입량에서 대략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모노폴리 상인의 차지다. 야심 많은 레코멘드 씨는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길 원한다. 시장점유율을 적어도 50% 정도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긴 항해와 풍랑으로 배가 침몰할 리스크(위험)가 높았기 때문에 선주(船主)에게 지급할 용선료, 선장과 선원에게 줄– 생명수당과 같은– 높은 급여, 식량 등 투자비용은 실로 막대했다. 그런 투자여건에서 점유율을 40%포인트 올리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레코멘드 씨 자신의 돈이나 기존 동업자들의 주머니에서 충당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통상 부족한 돈은 재력가로부터 이자를 주고 빌릴 수 있다. 그렇지만 커피 수입의 투자 리스크가 워낙 높아 선뜻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얼마 전 가까스로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았지만 그는 연간 이자율로 무려 300%를 요구했다. 물론 배가 커피를 싣고 무사히 귀항하기만 한다면 수익률이 이자율을 훨씬 상회하기에 300%라는 고율의 이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배가 침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투자원금을 날릴뿐더러 빌린 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다른 재산–심지어 보증인의 재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후추 수입을 위해 전 재산을 올인(all-in)한 상인 안달나오 씨의 배가 풍랑으로 돌아오지 않아 돈을 빌려준 살라미(Salami) 씨에게 신체일부포기계약조항에 따라 가슴살을 발라내는 식의 잔인한 죽임을 당할 뻔한 끔찍한 일도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관계를 연상해보라.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묘책으로 레코멘트 씨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냈다.


① 3명의 투자자를 300명으로 늘려 개인당 투자부담을 낮추면서 전체 투자액은 늘린다.
② 투자자 확대로 차입은 불필요하다.
③ 배가 무사히 귀환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은 투자원금 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나눈다.
④ 사업과 관련된 일반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24명을 뽑아 이사(director)라는 직책을 주고 그들에게 일임한다.
⑤ 투자에 대한 증명으로 ‘주권’이라는 종이 증서를 발행한다.
⑥ 최초 투자자는 주권을 타인에게 양도(거래)할 수 있다.

< 2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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