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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nislaus Oct 27. 2019

블루헤븐국 세제사 5장. 법인과 법인세의 탄생

2-2. 법인의 탄생

예를 들어 3명이 모여 사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사무실을 빌리려면 모두가 임대인과 계약서를 써야 한다. 또 사업에 쓸 은행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도 3명의 명의로 해야 한다. 이제 동업자가 세 명에서 300명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마찬가지로 임대계약을 할 때나 은행에서 계좌를 열기 위해서 300명이 다 같이 손잡고 다녀야 한다. 단 한 명이라도 불참한다면 일이 진행될 수 없다


만약 300명이 모인 단체, 그 자체에게 자연인과 똑같이 독립적으로 임차계약을 체결하고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능력을 줄 수 있다면 앞서 일어난 불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래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독립적인 계약능력 등을 갖춘 단체와 거래하는 것이 300명 모두와 거래하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편하다. 예컨대,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300명 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말의 뜻이 와 닿지 않는다면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집단 간 다툼이 있을 때 대표자를 한 명 뽑아 그들 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효율적일 것이다.   


법인을 만든 두 번째 이유는 단체 구성원의 책임제한과 관련된다. 법인이 없을 때 사업으로 빌린 빚을 갚지 못했을 경우 300명 구성원 모두가 개인 재산으로 책임을 끝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를 ‘무한책임’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단체가 법인격을 얻어 법인의 재산과 구성원의 개인자산을 엄격히 분리하고, 법인이 빌린 빚에 대해서는 법인의 재산으로만 갚아야 한다고 정한다면, 이제 구성원들은 법인에 출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을 부담하면 된다. 이를 ‘유한책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책임을 제한할까?

사업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투자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생각해보라. 투자가 실패했을 때 당신의 전 재산이 사라지는 경우와 투자원금만 사라지는 두 경우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경우를 선호할지를. 


레코멘드 씨의 세밀하고도 획기적인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한 당신은 서둘러 투자를 결정했다. 몇 년 후 상선들이 줄줄이 블루헤븐 남쪽의 비엔나 항구로 무사히 귀항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 2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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