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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nislaus Nov 06. 2019

블루헤븐국 세제사 5장. 법인과 법인세의 등장

3화. (1) 예기치 못한 문제

레코멘드 씨와의 동업은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전엔 입맛만 다셨던 값비싼 커피원두도 이제는 시장의 좌판에 놓인 값싼 적채를 사듯 망설임 없이 구매할 정도로 당신의 재산은 늘어났다. 어제도 야자나무사이로 살롱에 들러 “여기서 저 끝까지 죄다 담으시오!”라 외치며 남보란 듯 호기롭게 커피원두를 한가득 구매했다.


햇살이 따사로운 아침, 오늘도 변함없이 커피를 마시던 당신은 갑자기 심장이 심하게 벌렁거리는 증상을 느꼈다. 카페인 과다섭취로 인한 증상이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하루 마실 수 있는 커피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현타가 온 것이다. 잠시 후 증상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며칠 전 레코멘드 씨로부터 오늘 오후 삼개1)에 위치한 프릿쯔 살롱에서 보자는 기별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오늘 열 번째 상선이 비엔나 항구에 들어올 예정이다.

1) 서울 마포의 옛 이름이다.

통상 배가 귀항하는 날에는 레코멘드 씨와 다른 동업자들이 단골 살롱에 모여 모종의 의식을 치렀다. 서로의 손을 두 번 잡아당기고 주먹을 치고 테이블을 두 번 두드린 후 편 손을 위와 아래로 한 차례 휘저은 후… (이하 생략), 마지막으로 최고급 부띠크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투자원금과 이익2)을 정확히 나눈 후 최종적으로 사업관계를 청산하였다. 계산을 끝내자마자 그 인원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새로운 투자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다.

여기서 ‘이익’이란 번 돈(수익)에서 나간 돈(비용)을 뺀 차액을 말한다.

그런데 동업관계를 끊을 이유가 없다면, 굳이 이런―비효율적인―방식을 유지할 필요가 없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배가 귀항하더라도 투자원금은 그대로 둔 채 다시 그 배나 다른 배를 출항시키는 식으로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 되었던 까닭이다. 벌어들인 이익도 모두 배분하는 것(배당)이 아니라 일부만 배당하고, 배를 더 빌리거나 몹시 유능한 선장이나 항해사의 스카우트를 위해 쓸 돈을 회사 내에 남겨둘 필요도 있었다(이를 ‘유보’라 부른다).


이런 이유로 사업을 존속시키는 방식은 주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금까지의 설명을 숫자로 예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① 종전 방식(청산 후 투자)
  1단계: 투자원금 10,000 헤루 + 이익 50,000 헤루 → 투자자에게 모두 배분하고 사업은 청산
  2단계: 50,000 헤루를 새로운 사업에 투자     
② 새로운 방식(사업의 존속)
  투자원금 10,000 헤루 + 이익 50,000 헤루 → 투자원금 10,000 헤루는 회사에 유보, 이
 익 50,000 헤루 중 투자자들의 합의에 따라 이익 일부만 배분(10,000 헤루), 나머지는 역시 회사에
  유보(40,000 헤루)     

종전 방식이나 새로운 방식 모두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되는 금액은 같다는 점에서 실제로 차이가 없다. 같은 결과라면 종전 방식보다 기존 사업의 청산 없이 계속 사업을 유지하는 방식이 한결 수월하다. 프릿쯔 살롱에서 레코멘드 씨와 당신을 포함한 다른 동업자들은 새로운 방식에 따라 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편, 커피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블루헤븐 내에 설립된 주식회사는 대략 300개에 이를 정도로 주식회사를 이용한 사업방식은 대성황이었다. 회계(Accounting)라 불리는 장부기록법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회사 재무상태손익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완벽한 것만 같았던 법인제도는 생각지도 않았던 영역에서 골치 아픈 문제를 낳았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민회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벌을 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인디비주얼(Individual) 씨는 목의 핏대를 세우며 현 세제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표양반들. 나는 벌을 치며 번 돈에 대한 세금을 매년 꼬박꼬박 내고 있소.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소. 내 이웃인 코프레이션(Corporation) 씨는 나랑 똑같이 양봉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데, 그는 세금을 나보다 훨씬 적게 내고 있단 말이지.     


인디비주얼 씨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누가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같은 사업을 하면서 똑같은 돈을 벌고 있는데 내는 세금은 다르다니,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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