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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Jul 12. 2024

멕시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들

파히타가 멕시코 음식이 아니라고?

미국 남서부 음식(Southwestern cuisine)


오늘 포스팅에서 소개할 국적이 애매한 멕시코 음식들은 대부분 미국식 멕시코 음식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멕시코는 미국과 매우 긴 국경을 맞대고 있고 19세기 중반까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현재 미국의 남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의 음식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된 멕시코 음식이 "텍스멕스(Tex-Mex)"라는 일종의 장르로 굳어졌고, 이 텍스멕스가 세계로 퍼지면서 얼핏 멕시코 음식 같으면서도 실제로 멕시코에서 소비하지는 않는 메뉴들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럼 제일 유명한 타코부터 하나씩 알아봅시다.




하드셸 타코 (Hardshell taco)

멕시코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알지만 멕시코에서는 딱딱하게 튀긴 타코를 잘 먹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흔히 타코라고 하는 이 U자 모양 튀김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타코벨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큰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타코의 모양으로 자리 잡게 된 케이스입니다.


미국인들은 이 타코에다 양념한 다진 고기, 토마토, 양상추, 사워크림, 올리브 같은 토핑을 채워서 먹는데 사실상 본토의 타코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타코벨은 이 하드셸 타코를 들고서 1992년 그리고 2007년 두 번이나 멕시코 시장에 진출 시도를 했었으나 두 번 다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길거리에 널린 게 싸고 맛있는 타코인데 미국인들이 만든 정체불명의 타코를 비싸게 안 사 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드셸 자체가 멕시코에 아예 없는 음식은 아니며, 여기서는 U자 대신 납작하게 튀긴 모양의 토스타다(tostada)에 고명을 올려서 먹습니다. 주로 위 예시와 같이 해산물 요리에 많이 곁들여 나옵니다.




나초 치즈 (Nacho cheese)

영화관이나 스포츠경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초 치즈 역시 멕시코 음식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미국 음식에 더 가깝습니다. 멕시코는 많은 양의 토티야 칩을 소비하지만 나초라고 부르진 않고 totopos라고 합니다. 미국처럼 걸쭉한 아메리칸 치즈소스를 얹어서 나오는 버전은 1970년대 텍사스의 야구 경기장에서 처음 대중화되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칠라킬레스(chilaquiles)처럼 토티야 칩을 활용한 여러 메뉴가 있는데 주로 흰색의 연성 치즈인 오하카 치즈를 사용합니다. 노란색 체다치즈나 잭 치즈가 올라간 음식은 대체로 미국식 멕시코 음식이라 보면 됩니다.

나초 치즈와 매우 비슷한 음식으로 멕시코에 queso fundido가 있습니다. 오하까 치즈를 녹인 다음 위에 초리조 소시지 같은 간단한 고명을 얹어서 만듭니다. 나초는 아마 여기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칠리 콘 카르네 (Chili con carne)

강낭콩과 간 고기, 토마토를 듬뿍 넣어 끓인 칠리 콘 카르네는 명칭이 스페인어라서 멕시코 것 같지만 미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스튜입니다. 미국인들은 칠리 스튜에 진심이어서 동네마다 칠리 콘테스트를 하는 곳도 있으며 핫도그 위에다 얹어 먹기도 합니다. 한 그릇만 먹어도 엄청 든든하기 때문에 아마 캘리포니아의 광부나 텍사스 카우보이들의 주식이었을 것 같습니다.


칠리와 비슷한 음식은 오히려 멕시코가 아니라 스페인에 있습니다. Fabada Asturiana라고 불리는 콩과 고기 스튜는 스페인 북부 산악지대 주민들의 오랜 전통 음식이었습니다. 아마 멕시코로 넘어온 스페인계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부리토 보울 (Burrito bowl)

이런 잡탕밥 같은 퓨전식을 팁+세금 포함 20달러 가까이 주고 사 먹는 미국인들을 보며 멕시코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부리토(burrito)는 멕시코 음식이긴 하지만 북부지방 별미에 더 가깝고 멕시코 전역에서 먹지는 않습니다.




카르네 아사다 (Carne asada)

해외에서 부리토나 타코를 주문하면 종종 메뉴에 "카르네 아사다"라고 적혀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메뉴의 뜻은 스페인어로 "구운 고기"이므로, 멕시코에서는 보통 이렇게 주문하지 않습니다. 마치 한국인이 고깃집 가서 "등심/안심/갈비 주세요"라고 하지 "소고기 주세요"라고 하지 않는 맥락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코집에 가서 선택할 수 있는 소고기 메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메모해 두었다가 멕시코 여행 가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Bistec: 가장 일반적인 등심 혹은 옆구리살
Costilla: 갈빗살
Rib eye: 꽃등심
Suadero: 양지
Arrachera: 치맛살
Gaonera: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타코집 El Califa de Leon에서 개발한 안심 부위. 특별한 비법을 사용해 재운다고 함


라틴아메리카에서 asado는 주로 아르헨티나식 바베큐를 가리킵니다. 미국에서 부위 명칭 대신 굳이 카르네 아사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 있어보이려는 마케팅적 측면이 강합니다.




파히타 (Fajita)

한국이나 미국의 멕시칸 스타일 레스토랑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메뉴입니다. 피망, 양파, 소고기, 새우 등을 볶아서 뜨거운 상태로 스킬렛에 담아 토티야와 함께 서빙하는 것이 특징인데 쌈 싸 먹기 좋아하는 한국인 취향에 잘 부합하는 메뉴입니다. 파히타라는 이름의 유래는 1930년대 남부 텍사스 카우보이들이 값싼 부위였던 치맛살(faja)을 야채와 볶아 먹던 것에서 왔습니다.

멕시코에서는 같은 부위를 아라체라(arrachera)라고 부르며 타코나 고깃집에서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부위여서 인기가 많습니다. 아라체라나 돼지고기 등을 썰어서 야채와 함께 볶은 음식은 파히타가 아니라 알람브레(alambre)라고 부릅니다.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밥집이나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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