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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Aug 20. 2024

가장 맛있는 카페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뭘 원하는지 물어보지 마라. 소비자의 99%는 멍청이들이다.
- 노엘 갤러거, Oasis


흔히 경영학이나 마케팅책을 보면 항상 등장하는 조언이 "완벽을 좇느라 시간낭비하지 마라"입니다. 제품이나 어플이 빨리 세상에 나와야지 피드백도 받고 시행착오를 거쳐 더욱 진일보할 수 있는데, 고민과 토론만 거듭하다가 결국 중요한 타이밍을 놓친다는 뜻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일에서 위의 조언을 문제없이 잘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인 취향의 영역인 음식, 음료, 패션, 음악으로 넘어오는 순간 우리는 반드시 실력과 품질이 뛰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만 같습니다. 왜냐면 어릴 때부터 응당 그래야 한다고 배웠고 어른들이 "기본이 되어야만 큰일을 할 수 있다"라고 수도 없이 다그쳤기 때문입니다. 즉 일정 수준의 실력이 안 되면 일을 벌여서는 안 되며 고수가 될 때까지는 나대지 말고 절차탁마하라는 믿음이 은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딱 기본만 하거나 기본도 안 되는 카페, 맛집, 인플루언서, 유투버들이 최고의 성공을 거두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왜일까요? 




그건 우리가 스스로의 잣대로 다수의 대중을 평가하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관점에서는 무조건 많은 고객수, 넓은 시장을 공략해야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자신과 동일한 소수의 전문가층을 공략하려는 완전 반대의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12년, 15년 숙성 위스키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런던 베이글과 뉴욕 베이글이 어떤 맛인지 잘 모르며 관심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세기의 보컬과 오토튠 들어간 보컬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통찰력 있는 깊은 글과 그럴듯해 보이는 자기계발서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은 작가나 보컬이 잘생기고 예쁜지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커피의 포장이 세련되고 카페의 분위기가 고급스러운지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TV, 블로그, 유투브에 레스토랑이 나왔는지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인스타 피드에 상품이 소개되었는지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전문가에겐 억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겉으로만 그럴싸하지만 기본도 안 되는 상품과 창업에 더 많은 돈이 몰리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섭리일 뿐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만약 지금 하려고 하는 일 (작곡, 창업, 출간...)이 있는데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가 두려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 내놓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영역일수록 대다수의 사람들은 90점과 98점 와인의 차이를 인식할 수 없으며 눈에 잘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 씁니다. 따라서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대중적인 성공에는 유리할 것입니다.


두 번째.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데 훨씬 더 잘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실력 말고 저 사람이 나보다 뛰어난 부분이 어딘가 있는가? 내가 모방할 수 있는 부분인가?

- 내가 잘못된 구매자층을 타겟하고 있지는 않는가?

- 구매자에게 나의 뛰어남을 증명해 줄 만한 경력이나 사회적 인정을 내세울 수 있을까?

-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함과 어려움을 어필할 수는 있을까?


만약 소비자가 똑똑하지 않다면, 그것을 보완해줘야 하는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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