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뒤피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생소한 이름이다. 처음에 라울 뒤피라는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어떤 작가일지에 대한 호기심이 먼저 들었고 독특하게도 라울 뒤피의 전시가 두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다 보니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예술가에 대한 궁금함과 더불어 이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더현대서울 ALT.1 에서 진행하는 라울 뒤피 전시회에 방문하였다.
라울 뒤피의 전시의 큰 부제목으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전이라고 표기가 되어있어 다른 곳과는 다르게 오리지널 원화로 진행하는 전시라는 점이 특별하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은 퐁피두센터에 있으며 프랑스의 3대 미술관 가운데 하나로 근. 현대 미술 작품을 다작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그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울 뒤피 작품을 소장하는 곳으로 130여 점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실제 프랑스에서 직접 가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원하가 오는 기회가 매우 드물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특히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욱이 이번 기회에 라울 뒤피의 작품들을 진득하게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방문했던 날 전시를 구경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고 이로 인해 내부 관람이 조금은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시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시 작품들을 더욱 깊고 심도 있게 즐길 수 있어서 오히려 전시를 보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니 오히려 작품에 더 이입하여 볼 수 있었고 관람객들의 관람 질이 높아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라울 뒤피 작가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게 아니지만 라울 뒤피를 알 정도로 예술을 사랑하는 일부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될 정도로 라울 뒤피는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들로 인사를 해줄지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 내부로 들어갔다.
이번 전시는 라울 뒤피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를 조금 현대적으로, 그리고 독창적인 스타일로서 선보인다. 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지만 회화에만 그치지 않고 조각이나 드로잉, 판화, 도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뒤피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려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선 라울 뒤피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로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고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았지만 마티스의 작품에 빠져 야수파로 합류하지만 그의 독창적인 화풍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남아 행복과 기쁨을 주는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밝고 경쾌하며 축복과 기쁨을 그의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그의 일대기가 전시 공간을 12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어 라울 뒤피의 예술적인 여정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 맨 초입, 가장 먼저 세 가지 스타일의 자화상이 나오는데 각각 다른 시기에 그려진 자화상이다. 자화상은 세 가지 모두 다른 화풍으로 그려져 있는데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이 모두 작품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통해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고 활동하였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특히나 대부분의 작품들은 각각 스타일별로 나누어져 있지만 이렇게 맨 처음에 변화하는 스타일을 한 번에 자화상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독특하고 첫 작품부터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런 특징은 이어서 나오는 세 가지 전시 공간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인상주의 화풍을 받았던 초기에는 풍경 화가로 알려져 풍경 작품들을 먼저 만날 수 있었으며 이후에는 야수파의 성향을 이어받아 강렬한 색상과 가벼운 붓질을 통해 풍경화 혹은 초상화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나 에밀리엔 브리송이라는 뒤피의 아내를 그린 작품에서는 야수파의 대표 주자인 반 고흐와 폴 고갱의 영향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고갱의 오렌지색의 살 표현과 고흐의 선으로 표현하는 선은 후광을 표현한 것으로 두 작가의 영향을 받은 뒤피의 그림이라는 점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입체파로서 조르주 브라크와 함께 입체주의 기법을 시도하게 되는데 색에 대한 고민보다는 간소화 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에 매진하였고 색의 사용을 줄이고 장식적 효과를 시도한 흔적들을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뒤피의 그림 스타일의 변화를 세 가지 섹션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고 상당히 한 인물의 발전사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뒤피는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동을 하게 되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 민중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어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가운데 동물우화, 오르페의 장례행렬의 합화를 목판화로 그려낸다. 판화다보니 흑백의 컬러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뒤피의 스타일이었던 강한 대비, 그리고 장식적 효과 등이 잘 나타났던 부분이 바로 이 목판화 작품이 아닐까 한다.
또한 패션 쪽과도 협업을 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상표를 만들거나 직물에 패턴 또는 그림을 그려내기도 하였다. 게다가 장식 예술에도 관심이 있어 자신만의 고유한 그림체를 만들어 이를 도예가였던 로렌스 아르티가스와의 협업을 통해 많은 도자기들을 만들어냈다. 패션도 그렇고 도자기도 그렇고 기욤 아폴리네르의 동물우화 작품의 영감을 직물과 도자기에 똑같이 표현 한 부분 또한 볼 수 있다는 게 또 재미있었다.
라울 뒤피는 풍경화를 특히 많이 그려냈는데 특히 해안가 도시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고향인 노르망디에서 경마장을 운영하며 금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작품 속에는 바다와 말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암피트리테 라고 하여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바의 물거품에서 태어난 포세이돈의 아내를 자주 묘사를 하는데 귀에 조개껍데기를 가져다 대는 모습으로 주로 그려졌다고 한다. 그로 인해 물놀이하는 여인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을 더 자세히 바라봤을 때 그려진 여인의 모습을 보면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건지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직선의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봤던 그림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던 거는 각 나라의 풍경을 자유롭게 그려낸다. 이런 풍경의 특징으로는 둘로 쪼개진듯한 느낌이 들도록 그려진 게 특징이라 돌아보면서 바다, 말, 여인, 그리고 둘로 쪼개져있는 공간 등 뒤피만의 그림 스타일과 특징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림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맨 처음에 보았던 세 가지 초상화 작품들이 나온 이유는 바로 그가 초상화에도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그의 아내였던 에밀 리엔을 모델로 삼았고 유명 인사들을 그림으로 그려내는데 케슬러 가문이 의뢰한 초상화도 뒤피가 남긴 걸작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초상화 작품을 감상하면서 들었던 생각 가운데 하나로 초상화의 비율이 이상하다는 점을 꼽았다. 다들 얼굴이 기형적으로 크고 몸이 작은 형태를 취하고 있어 특이하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그만큼 인물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볼 수 있는 대형 벽화 작품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인 전기 요정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습작부터 그 과정을 만날 수 있었던 공간이다. 전기 요정이라는 작품은 파리 만국 박람회 당시에 전기관을 꾸미기 위해 제작 의뢰를 받아 만든 작품으로 상당히 거대한 벽면에 그려진 대형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부터 전기가 발견되기까지 긴 시간 동안 전기와 관련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고대로 시작하여 현대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인물 110명이 등장하고 기차, 조선소, 등 고대와 현대 사이의 어려 시설들이 묘사되어 있다.
작은 그림에서도 보이는 세밀함과 웅장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실제 작품의 규모를 보면 얼마나 압도적일지 매우 궁금했다.
라울 뒤피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그 또한 아마추어이지만 음악가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음악과 관련 있는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음악 애호가로서 유명한 음악가들과도 인연이 있기도 하였다.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경의를 표현하기 위한 그림들을 그리기도 하고 특히 바흐에게 헌정하는 작품에는 바이올린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느낄 수 있던 공간이다.
마지막으로는 검은 화물선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고향 항구를 묘사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색채의 화가이지만 어두운 검정에 대한 관심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생에 한 번도 전시한 적 없는 작품으로 화가가 남기는 유언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의미 심장했던 장소 가운데 하나였고 이를 마지막으로 전시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전시를 보면서 라울 뒤피의 그림들을 왜 행복의 멜로디라고 표현을 했을까 생각을 해보니 전시를 하나하나 보면서 라울 뒤피의 인생이 마치 음악처럼 흘러가듯 그의 일생을 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있어 물론 불행도 슬픔도 있지만 전시 자체가 어두운 느낌보다는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느낌이 주로 들었고 맨 처음 전시를 소개할 때 보았던 밝고 경쾌하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인생 속에 담긴 즐거운 멜로디를 한 번 만나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