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시카고라는 뮤지컬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한 번은 들어본 적 있는 뮤지컬 가운데 하나이지만 요즘 볼 뮤지컬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시카고라는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뮤지컬 시카고가 미국 뮤지컬 역사상 25년이라는 최장 공연을 기록하여였고 미국 전역 투어를 마친 후 브로드웨이 25주년을 기념하여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이번 5월 27일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하여 오리지널 내한이라는 이름에 매료가 되어서 실제 미국의 <시카고>팀에서 하는 작품은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얼마나 멋있게 표현을 할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뮤지컬 시카고를 보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미 시카고는 몇 번 한국에 내한 공연을 왔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6년 만에 돌아온 무대라고 한다. 한국에서 미국 본토 배우들이 하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회 만으로도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는데 단 두 달간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고 이번 5월 31일에 보러 가게 되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부패한 사법제도와 범죄자가 유명해지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시카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처음 뮤지컬을 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한 넘버는 바로 All That Jazz라는 곡이다. 이 노래가 나오고 나서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벨마 켈리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으로 둘을 살해하게 되고 록시 하트 또한 자신의 내연남이 이별을 통보한 것에 화가 나 살해를 하게 된다. 맨 처음 나오게 되는 장면부터 살해 장면이 나와 상당히 임팩트가 있었던 곡 가운데 하나였다.
록시의 남편인 에이모스 하트는 록시를 사랑하여 죄를 뒤집어쓰지만 결국 진상이 밝혀진 후 록시는 체포되어 다른 여성 살인범들이 있는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다. 교도소에 있는 다른 여성 살인범들이 자신이 살해를 하게 된 동기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장면과 곡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이 교도소에 있는 간수 '마마'는 죄수를 신문 1면에 실리도록 돕고 에이전트와 계약을 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나오는데 관련 한 내용이 When You're Good to Mama라는 곡에 잘 나온다. 너희가 마마를 도와주면 나도 도와준다는 내용을 통해 서로 상부상조하며 이득을 챙기고 있음을 잘 표현한 곡 같다. 마마 역의 배우가 따로 춤을 추거나 주변에서 춤을 추는 댄서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로 홀로 솔로곡을 부르는데, 걸쭉하고 깊은 목소리가 내공이 느껴지는 마마의 모습을 잘 표현하였고 솔로곡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무대가 더욱 집중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마마의 도움으로 벨마는 인기 변호사인 빌리 플린을 만났지만 록시 또한 그를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을 간절하게 원하는 의뢰인들이 많다 보니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된 걸까, 자신의 찬가 노래를 하게 되는데 큰 깃털 부채를 활용하여 아주 화려하면서 부를 축적한 자본가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느낌이 났던 것 같아서 깃털 부채가 그런 화려한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 것 같았다.
이 빌리 플린 덕에 록시는 신문에 록시의 이야기를 작성하였고 이로 인해 록시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는 빌리 플린의 계획하에 있었던 일로 록시와 기자회견에서 입을 맞추기 위한 장면을 부른 We Both Reached for the Gun 라는 곡이 있었는데 마치 복화술을 하고 록시는 말만 하는 인형이 되는 느낌으로 표현한 게 또 재미있던 요소였다.
이후 록시는 시카고에서 무서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자신의 원래 꿈이었던 보드빌에서의 활동을 생각하는 장면으로 시카고 뮤지컬에서도 유명한 장면 가운데 하나인 Roxie라는 곡을 부르게 되는데 이 곡 자체는 워낙 유명해서 몇 번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보니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나와서 친근했던 곡 가운데 하나였다.
록시가 유명해질수록 벨마는 대중들에게 잊히고 벨마는 록시에게 동생이랑 하려고 했던 공연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지만 록시는 이를 거부한다. 사실 이 장면은 그저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이 부분이 마지막 엔딩의 요소로 자리매김할 줄은 몰랐기에 뒤늦게 생각이 나던 장면이었다. 이후 록시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신문 1면에 나오게 된다.
록시와 빌리는 어떤 계기로 인해 말싸움을 벌이게 되고 화가 난 록시는 빌리를 해고하지만 동료 수감자였던 후냑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던 사형을 선고받아 교수형에 처해 죽자 록시는 다시 빌리를 고용하게 되고 결국 무죄 선고를 얻어냈지만 이후 록시보다 더욱 자극적인 사건이 생기자 기자들은 모두 록시를 떠나게 된다. 이후 벨마 또한 무죄를 받게 되고 이 둘은 팀을 꾸려 같이 춤을 추고 연기를 하는 공연을 선보며 공연이 끝이 났다.
뮤지컬을 전부 보고 나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낮아 이 시대적인 배경을 한 번 살펴보니 풍자를 곁들인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담은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1920년도 미국의 사회는 범죄 조직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범죄가 하나의 스포츠처럼 여기던 시대였기 때문이라는 점으로 인해 록시와 벨마는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은 태토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었다.
또한 이런 여성 범죄자를 대상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나 외모 혹은 재판을 가십거리로 만들던 사회적 분위기나 이로 인해 돈을 버는 무능한 언론이나 사법계 또한 비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생각해 보면 여자 강도가 얼굴이 예쁘다고 해서 팬카페까지 생겼던 얼짱 강도 사건만 보아도 극히 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성 인권이 약했던 시대였지만 벨마나 록시는 누구의 와이프가 아닌 내 인생을 사랑한다고 외치며 남편이나 언론의 관심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오히려 더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위한 도전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더라도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당당함이 아주 매력적이던 작품이었다.
작품 속에 이런 시대상들을 보면서 이 작품이 왜 유명한지, 그리고 한국 관람객이 그리 좋아하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왜 인기가 있었는지를 알게 되던 시간이었다.
게다가 오리지널 내한이라서 영어 발음으로 듣는 실제 사운드나 전달력을 직접 볼 수 있다 보니 더욱 그 시절, 그 나라에 이입하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8월까지 시간이 있다 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오리지널 매운맛의 뮤지컬 시카고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