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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옥미 Aug 29. 2022

그래, 그럼 됐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공간.


책방은 주일에 마음이음 교회 예배 공간으로 사용한다. 예배 후 점심식사를 하고 소모임 마치면 3시쯤 되고 그때부터 책방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변신이란 말이 무색하게 바뀌는 것은 없지만 그냥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평일에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비록 4시간이지만 책방 문을 활짝 열면서 오늘은 누가 올지 기다려본다.


그동안 마음이음 교회 담임목사로, 책방지기로, 씀방지기까지 감당하면서 보낸 시간이 버거웠는지 몸에 적신호가 켜졌었다. 몇 달째 지속되는 어지럼증과 코로나 확진되고 호흡곤란이 오면서 알게 된 울혈성 심부전이란 병. 한동안 책방도 잘 챙기지 못했고, 설교도 5주를 다른 사람이 대신했다. 지금은  다행히도 많이 회복이 돼서 책방도 교회도 지키고 있다.


책방을 잘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이왕이면 손님도 많기를, 책도 많이 팔리고, 무엇보다 책방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얼마나 바랐던가.


잘 아는 책방 대표님은 백 명이 한 번 오는 책방이 아니라 한 명이 백 번 오는 책방이 되길 바란다고 늘 얘기했다. 처음에는 "음.. 좋은 말이다." 란 생각을 하면서 정말 한 사람이 백 번 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그때는 꿈같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수이긴 하지만 맴임책방이 1년 7개월을 지내면서 백 번 이상 오신 분들이 있다는 걸 얼마 전 깨달았다. 한 번 오셨다가 다시 볼 수 없는 손님도 많았지만 가족처럼 늘 지켜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흔한 전단지 한 번 안 돌렸고, 책방 소식을 알리는 곳은 인스타 계정 하나가 전부였다. 주위 분들이 더 안타까워하며, 좋은 공간인데 홍보 좀 하라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사실 갈등 아닌 갈등이 요즘 있었다. 그동안 여력이 없기도 했고, 그나마 인스타에 책 소개나 책방 소식을 올리는 것도 건강이 안 좋아 제대로 올리지 못했더니 확실히 책 판매도 저조고, 방문하시는 분들이 적어졌기에 운영과 향후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기 때문다.


그동안 책방 운영하면서 생각보다 훨씬 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책방 운영의 목적을 바꿨었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 같았다.


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맴임책방을 통해 한 권이라도 책을 읽게 하는 것, 그러다 보면 카프카가 말하는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트리는 도끼 같은 책"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거창하지 않으니 자족의 마음을 가지기 다. 큰 욕심 없이 시작했기에 그저 운영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간간히 자신의 로망을 이루고 산다고 부러움을 담아  말을 건넨다. 그때 난 이렇게 답변한다.

"전 백조예요~"

이 말 한마디에 모두 뜻을 간파한다. 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힘든 일이란 걸 나름 미화해서 이야기한다. 힘든 만큼 수익이 따라 준다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책방으로는 신경 쓰고 힘든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중간에 확 괴리감이 드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책방처럼 느껴져 감정이입하고 몰입했었는데 북 토크 참여인원이 50명이란 말과 따로 바리스타를 둘 정도의 여력이라니.. 우리 책방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란 생각에 객관적으로 나머지 부분을 읽었었다.


그나마 순수익이라고 하면 씀방 모임비인데, 그동안 내가 글쓰기를 배웠던 것을 조금씩 나누며, 서로 글에 대해 합평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 수업료가 아닌 모임비로 책정해서 한 달에 5만 원을 받고 있다. 부담 없는 금액이어야 글쓰기가 습관이 될 때까지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금액을 결정했다.그나마도 부담될 만한 사람은 무료로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던 모임을 병원에 다니느라 한 번으로 줄였다. 씀방에서의 수익 기대할 수없다.


책방이 이러다 지속해서 운영을 할 수 있을까?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책방 건강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의 리듬과 속도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운영난에 대해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욕심부려 애쓰다 건강이 더 나빠지면 아예 책방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경험했기에 천천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오후에 방문한 손님은 작년에 주변 책방을 검색하다 맴임책방을 발견하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첫 방문을 했다. 우린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 함께 오는 아이의 키가 테이블 아래에 있었는데 올 해는 테이블 위로 훌쩍 자라 머리 부딪칠 걱정 없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책방을  뛰어다다.


한동안 몸이 안 좋았을 때 마음도 많이 힘들어 곤고해졌을 때, 책방 문 열고 달려와 내 품에 쏙 들어와 안겼을 때 어린아이를 안고 한참 울었던 적이 있었다. 뭘 알까 싶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가만히 안겨있는 아이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지금도 책방 문에 들어서면 날  달려와 품에 쏙 안긴다. 난 세상에서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다.


손님이 아닌 이제 맴임 가족이 된 그분이 오늘 책방에 왔다. 손님도 없이 혼자 책방을 지키고 있었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아이는 오늘도 뛰어와 꼭 안아준다.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건강 걱정이 화두였고 나도 그동안 힘들있던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 많이 아프고 나니 이렇게 책방을 지키고 있는 의미에 대해, 마음 쓰며 사랑했던 지체가 여전히 힘들어하는 모습에 목회적인 실패로 끝날까 봐 힘들었다는 마음도 나눴다.


그분은 처음 책방에 왔을 때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그때 책방을 만나고, 나를 만나 큰 힘이 되었다고 말씀해다.(사실 더 감동적인 말이었는데 디테일한 어휘가 생각이 안 나서.. 아쉽) 마음 깊은 곳에서 뭉클하고, 뜨거운 뭔가가 올라와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 울보.


그럼 됐다. 우린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방 주인과 손님이 아닌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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