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날의 멸망 42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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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날씬한 여자여야만 한다는 기류를 만들어내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긴장을 가지게 된다. 그녀들은 배가 나와 보일까 봐 저녁을 아주 조금 먹거나 굶기 일쑤였다. 일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식비로 나가는 비용은 비례하지 않았다. 독신남은 2호점의 바에 들러서 마감을 한 후 다시 다운타운가의 1호점에 들렀다.


1호점은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그 시간까지 문을 열어놓는 경우는 드물었다. 1시부터 집이 먼 여대생부터 한 명씩 퇴근을 시켰다. 독신남은 언제나 자신이 마지막에 문을 잠그고 퇴근을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씩 퇴근을 하고 나면 마지막에 남은 아르바이트생과 독신남은 밤을 즐겼다. 독신남이라는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직원으로 만나서 밤을 보내게 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여대생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마무리를 도왔다. 남자는 잠자리에서 여자를 배려할 줄 알았고 가방과 옷도 사주었다. 물론 고급브랜드로만.


모든 것을 가지고 완벽한 남자와 이렇게 친밀하게 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여대생은 행복했다. 남자는 늘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다. 헤어가 바뀌면 스타일을 알아차려주었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버건디 네일에서 젤네일로 바뀐 것도 알고 있었다. 입고 있는 바지와 화장에 대해서도 칭찬을 해주었다. 새벽의 안개처럼 중저음의 목소리는 여대생의 마음을 이미 잡아당기고 있었다. 가끔 시간이 맞아서 독신남이 학교에 자신을 데리러 올 때면 고급세단이 자신을 위해서 대기했다. 자동차의 문을 열면 일상과 단절된 일탈의 세계가 밖으로 흘렀다. 여대생은 그 냄새에 도취되어서 올라탔고 친구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대생은 오늘도 그의 집에서 보낼 것이다.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 여대생은 독신남의 집을 좋아했다. 자신의 집에서는 맡을 수 없는 모던한 향기와 푸른빛의 조명이 은은하게 집을 과하지 않게 비춰 주었다.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집이었다. 그렇다고 부담이 될 정도로 큰 집도 아니었다. 많은 음악과 책이 가득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바라보고 있으면 남자가 와서 확신에 찬 움직임으로 한 권을 빼들어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윌리엄 포크너는 말이야, 하면서 얼굴가까이 와서 속삭였다.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무는 시늉을 하고 윌리엄 포크너에 대해서, 그의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친구들과 늘 가서 마시던 술에서 벗어난 술이 있었고 그에 맞는 술잔도 종류별로 있었다. 심지어 냉장고는 와인 냉장고 외에 카메라를 보관하는, 습도와 먼지를 자동관리하는 저장고도 따로 있었다. 남자는 보관하고 있는 여러 대의 카메라 중에서 라이카의 붉은 딱지가 붙어있는 카메라를 꺼내 여대생을 담아 주었고 그것을 사진으로 인화해서 건네주었다. 매일이 꿈같은 하루이며 여행이었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에 바에 남아서 남자와 술을 같이 마셨다. 독신남은 여대생에 비해서 지식이 풍부했다. 언어적 유희도 여대생이 현혹되기에 충분했다. 2시쯤에 마감을 했다. 늘 그렇듯이 바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간단하게 한잔 마셨다. 내일은 수업이 없기 때문에 오늘은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된다.


그리고 남자의 집으로 같이 갔다. 오늘은 바에서 4시까지 있었다. 새벽 4시가 되어가는 동안 여대생은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컨디션이 별로였다. 빨리 남자의 질 좋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싶었다. 물론 배려에 압도당하는 섹스를 하고 말이다.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평소보다 술에 취했다. 그래도 남자의 품에 안길 생각을 하니 참을만했다. 여대생에 비해서 독신남은 멀쩡했다. 4시 10분이 되어서 남자는 여대생을 데리고 바의 문을 닫고 나왔다. 몸 자체가 매력적인 여대생은 독신남에게 업혀 나올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이상했다. 고작 위스키 몇 잔을 마셨을 뿐인데 몸이 죽은 생선 같았다. 콜라와 섞어 마셔서 괜찮을 법 한데 정신이 이렇게 가물가물 한 것이 현실처럼 와닿지 않았다.


여대생은 몸을 전혀 가눌 수 없었다. 데쳐진 시금치가 되어 남자의 차에 구겨지듯 넣어졌다. 남자는 그동안 여대생과 술을 마실 때마다 여자가 마시는 술에 GHB와 엑스터시, 러미나정을 번갈아가며 타서 먹여왔다. 바에서는 두 사람이 사귀는 것처럼 기정사실화되어서 다른 여대생들에게 질투를 불러일으켰고 독신남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아르바이트 여대생들도 있었다.


여대생은 정신이 없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새로 구입한 고출력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같았고 여자를 위했고 무엇보다 돈이 많았다. 주머니를 털면 돈다발이 두두둑 떨어질 것만 같았다. 여자는 그동안 술을 마시며 남자가 자신의 술에 약을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약을 술과 함께 먹으면 기분이 좋았고 몸이 뜨거워지며 섹스가 가져다주는 쾌락을 몇 배나 느낄 수 있었다. 독신남자를 알기 전 학교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잠을 잘 때와는 다른 양질의 쾌락이었다.


여자 속에 숨어 있던 욕정을 끝없이 끌어올렸다. 여대생은 초반에 엑스터시와 마약 최음제의 효과로 몸이 밑으로 한없이 쳐지는 느낌과 함께 카타르시스에 도달하는 천상의 기분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버리고 뇌의 중추신경의 억제기능이 감소되어서 환시, 환청이 들렸고 현실을 왜곡해 버리는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다. 그 사실을 본인만 몰랐을 뿐이었고 그럴수록 그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술에 약을 타서 먹거나 정신이 아찔해지면 남자가 또 다른 약을 투여해 주었다. 그러면 세상은 황홀해졌다. 걱정근심이 새가 되어 모두 싹 날아갔다. 바다 위의 고급 보트에서 마련한 물 위의 침대에 엎드려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경이로운 경험. 일상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쾌락적 환희였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대생은 현실을 잊기 위해서 독신남자에게 약을 원했고 남자는 술에 약을 타서 밤마다 바에 남아서 마시거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먹이고 여대생을 탐닉했다. 바에서 업혀 나온 여대생의 몸은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늘어졌으며 살 가마니처럼 무거웠다. 그녀는 이제 남자가 어떠한 행위를 해도 알지 못했다. 그저 쾌락만을 추구하는 정신과 육체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은 그 마저도 버거워 보였다.


여자를 업고 있는 독신남은 등으로 그녀의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 맥박이 빠르고 불규칙적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집 현관문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열고 들어가 여자를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미미한 소리만 낼뿐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가 되어 가만히 누워만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를 본 후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두 개 풀었다. 남자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그러진 일탈로부터 시작된 망가진 땀이었다. 남자는 방의 에어컨을 틀었다. 깨끗한 에어컨디셔너는 조용하게 주둥이가 벌어지더니 차가운 바람을 만들었고 후텁지근한 집안을 곧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자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방독면을 꺼냈다. 방독면 두 개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하나는 여자의 얼굴에 씌우고 하나는 자신의 얼굴에 뒤집어썼다. 남자 역시 이미 환상 속의 세계에 들어온 얼굴이었다.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정신이 없는 여자의 얼굴에 방독면을 씌운 다음 자신의 침대 밑에 가득 있는 하이힐 중 굽이 제일 높은 지미추 힐을 꺼내 여자의 발에 신겼다. 치마를 걷어 올렸다. 스타킹을 찢고 팬티도 찢었다. 다리를 벌리니 여자만의 냄새가 풍겼다. 남자는 하이힐을 한 번 보고 여자에게 올라탔다. 여자는 맥박이 너무 불규칙적이고 빠르게 뛰었다. 독신남의 손이 어린 여대생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여자가 입고 있는 윗도리를 다 벗기지 않고 유륜이 보이게 상의를 젖히고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여자의 가슴은 남자가 만지기 위해 만들어 진거야, 남자가 말했다. 여자가 잠시 미미하게 미동을 했다. 남자가 방독면을 쓴 채 소리를 쳤다.


이곳이 천국이다!


여자가 쓴 방독면 안면렌즈 부분에 성에가 꼈다. 여자는 더 이상 숨쉬기가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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