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행이다.

< 풀타임 >을 보고

by 김정재

회사 다닐 때 파업을 겪어보지 않고 순탄하게 출퇴근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40년이 지나서 다행인 것을 알았다. 남가좌동에서 도봉산까지 산 넘고 물 건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짧지 않은 거리였다. 졸다가 의정부까지 가서 도로 돌아온 적도 여러 번이었으니까.


“오늘 당첨이네. 2호선 환승하려고 왕십리서” “ㄷㄷ 이번 주는 나도 버스 타려고 함, 2•5 호선 동시에 안 해서 다행이네” “오늘도 장애인 시위로 2호선 타고 가는 중”이라며 딸들에게서 ‘출근길 보고’가 까똑 까똑 울린다. 그렇게 계속되던 4,5,9호선 전장연 장애인 단체 시위가 대학 수능일에는 멈췄다. 부모 마음은 같은지.

시작하는 영화 화면이 어두워 무엇인가 알아보려고 몸을 앞으로 내밀게 되고, 스쳐 가는 화면이 얼굴의 일부임에 마음을 놓을 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멈칫, 정지되고 점점 긴장시키는 음악은 그치지 않고 더 크게 전편을 통해 흐른다. 일어나자마자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씻기고, 먹이고, 입히는 일을 해내는 슈퍼 엄마는 화면인데도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쫓기는 시간을 같이 느끼며 따라간다.

새벽녘 검푸른 하늘과 빌딩에 켜지는 불들, 출발하려는 철도에 달려 올라타며 차창으로 느껴지는 밝아오는 하늘. 그리고 파업으로 연결 차가 없어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고 출근하고, 다시 불이 꺼지는 빌딩을 바라보며 퇴근. 다음날 다시 직장에 헐떡이며 도착, 퇴근하는 날들의 연속, 연속. 그리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할머니의 은근한 압력! 돈을 더 요구하는 건지, 진정으로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건지. 눈빛이 그리 선해 보이지 않는다.

생일선물로 사준 트램블러에서 놀다가 떨어진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다준 아들 친구의 아버지는, 출근길에 도움받기도 했던 흑인. 집에 고장 난 온수 배관도 후딱 고쳐주는 도움에 감사하며 울컥! 입맞춤. 더 나은 곳을 향하여 짬을 내어 면접하고, 근무시간에 허락 없이 외출하여 잘리기 직전, 다음 날도 파업으로 지각해서, 잠겨있는 직장으로 들어갈 수 없어 마지막 출근이 되어 버렸다.

감독은 코로나로 인해 중간에 작업이 중단되기도 하고, 촬영 당시도 50명의 엑스트라 인원으로 많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느라고 장거리 초점을 맞추며 촬영하기도 했다고 애로점을 말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화면에 보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열차가 도착하고 3분, 8분 계산하여 면밀하게 계산, 출발하여 지나가는 것을 원샷으로 찍기 위해 담당 스태프도 있었다.

감독은 꿈을 꾸면서 물속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형태? 해변으로 바캉스 간 것인지, 남편인지, 행복한 소리도 들리고 피곤함과 절망감에 비몽사몽인 상태는 수면시간이 너무 적다는 표현으로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혼한 여자의 삶은 동서를 막론하고 너무 고달프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몰라도, 아니 어린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것이 심신이 너무 지친다. 더구나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드 파파인 경우 고통은 배가 된다.


2018년의 프랑스 파업을 찍은 것이라고 하는데 화면은 몇십 년 전같이 느껴지는 화면 색채가 더 답답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다. 호텔에서 잘리고 최종면접 결과는 연락이 오지 않고, 아이들 데리고 파리공원으로 놀러 갔을 때 ‘합격’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최종면접 시 4년 전 올린 주인공의 글이, 근무하게 될 회사 방침에 반대하는 것이었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닌듯하나,


그래도 지금은 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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