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다

인생을 떠먹다

by 김정재

커피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다

방금 먹던 밥그릇에 넋 놓은 듯 커피믹스를 뜯어 넣고 아차 했지만 컵에 옮길 수가 없었다

끓인 물을 넣고, 숟가락으로 저어서 들고 마실수는 없어서 다시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성에 안차서 결국 들고 마셨다. 갑자기 막걸리가 되었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하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라 하는데, 이런 말이 이제 내일모레면 70인데 어울리는 소리 인가 싶다. 2,30대에 용쓰는 내가 듣던 소리였던 것 같은데....

그런데 아직도 가끔 스스로 되뇌는 소리이니 한 심타.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네'가 내 가슴에 쿵! 했던 순간이 있었다. 이런 반전이 있을 수가. 어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선생님~관심 있으면 지원해보세요^^"라고 톡이 왔을 때 지지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자격 경력증명서( 재직증명서)는 활동증명서로 제출하면 될까요' '네'


금요일 오후 4시에 온 톡으로 시작된 것. 할 동하는 다른 곳에 활동증명서 부탁하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내가 지금 제정신인가. 욕심인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마음이 진심인 거지. 혼자 중얼거리며 서류 작성을 월요일에 끝내고 오후에 붙이자. 우편으로만 받겠다니. 내가 직접 들고 가서 제출해야 시간 안에 해 낼 수 있다고 믿는 아날로그인데...


토요일 오후는 지난 일주일치 피로가 억누르는 최대치. 그냥 비우기로 했다. 충전 후 내일 달리자. 신청서, 경력 카드, 자기소개서 등 경력, 자격, 학력증명서와 개인정보수집 이용동의서. 이제는 마지막이다. 결과는 상관없이 되고 안되고는 하늘의 뜻. 이 정도는 내 나이 되면 안다. 느낀다.


그리고 날짜가 잡힌 공개 사례회의 발표 준비가 입 벌리고 있었다. 4주 후.

5년 만이라 감이 떨어졌을 거란 동료 샘들의 말이 찌르르르 가슴에 와닿는데 정신이 번쩍 들면서 순간 팍 사그라든다. 이건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능력이니까 하늘의 뜻이라고 하기에는 좀 죄송하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부터 '어떻게 이것을 잘 풀어야 하나' 생각에, 시리얼 타 먹은 밥그릇(양 줄이기 위한)에 부은 커피믹스를 숟가락으로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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