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과 의사결정에 숨은 심리'를 듣고
요즘 들어 논문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고민의 끝(?)에 (사실 고민에는 끝이 없다.), 회사에서 일할 때부터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책부터 읽어야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에 '인지심리학'을 검색하게 되었고, 우연히 '최강 1교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접하게 되었다. 영상 속 교수님께서는 매우 쉽고 재미있는 사례들로 인지심리학을 설명해 주셔서, 새벽에 보기 시작한 1시간짜리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순식간에 시청할 수 있었다. 이번 글은 인지심리학에 대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인지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는 학문인지 가볍게 기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상 시청 직후 브런치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영상 내용 중 흥미로웠던 3가지 내용을 뽑아 소개하고자 한다.
인지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도, 영상 속 교수님의 강연 스킬만 봐도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피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상 시청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인간은 멀티태스킹에 능하지 않다. (1)
"이걸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는 SNL에 출연하시는 김아영 배우님의 유행어이다. 이 유행어를 진지하게 반박(?)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정말로 능률이 올라갈까?'는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 중 하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이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나 일을 했을 때, 효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한다. 음악을 들으면 단순히 음악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인데, 마치 공부나 일이 잘돼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인간은 어떠한 형태의 멀티태스킹에도 능하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어쨌든, 앞으로는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수행할 때는 최대한 음악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악을 듣지 않고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수행했을 때,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멀티태스킹에 능하지 않다. (2)
"저 친구(후임)는 태도도 좋고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데, 왜 결과물이 미흡할까?"라는 고민은 많은 사람들이 한 적 있거나 현재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러한 고민을 한 적이 있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와 같은 고민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이러한 상황은 어떤 조직에서든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친구(후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냉정한(?) 조직의 경우에는 이 친구에게 의도적으로 일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후임을 따로 회의실로 불러서 강의하는 것처럼 화이트보드에 차근차근 가르쳐 주기도 해 보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알려준 내용을 퀴즈 형식으로 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후임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거나,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대신, 이 친구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또는 일을 하는 도중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만약, 이 친구가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 무언가를 줄여주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위에서 다루었던 주제와 유사하게, 인간은 멀티태스킹에 능숙하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일의 효율성, 판단력, 그리고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나는 이 내용을 듣고, 앞으로 이러한 고민의 상황에 다시 직면했을 때, 후임이 '퍼포먼스를 잘 내지 못하고 있는 일'에 접근하기 전에 후임이 '처한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 좋은 사례인 것 같다.
인간은 기억하기 편한 대로 자체적으로 편집해서 기억한다.
긴장되고 떨리는 면접, 앞 순서가 유리할까, 뒷 순서가 유리할까? 순서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순서는 면접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접에서는 앞 순서가 유리하다고 한다. 한 면접장을 예로 들어보려 한다. 면접에 참여한 면접자는 총 20명이고, 오전에 10명, 오후에 10명으로 끊어서 면접을 본다고 가정해 보자.
오전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들은 점심을 먹으면서 오전 면접자 10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때 면접관들은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오전에 면접을 본 면접자 10명 각각의 장점을 뽑아서 합쳐놓은 ‘가상의 능력자’를 상상해 만들어 내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면접관들이 상상해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은 기억해야 할 내용이 많을 때 자체적으로 편집해서 기억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오후에 면접관이 면접장에 들어가면, 오후에 면접을 보러 온 면접자들은 오전의 면접자들과 개개인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버린 '가상의 능력자'와 경쟁(비교당하게)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오후 면접자들이 아무리 면접을 잘 보더라도 가상의 능력자보다 좋은 인상을 주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표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며, 뒷 순서에 있는 사람들은 더 강력한 '가상의 능력자'와 경쟁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순서를 직접 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앞 순서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위 내용은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김경일 교수님의 영상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