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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세아 Nov 28. 2019

엄마, 영어유치원에 가기 싫어요.

예상 못했던 해외 한 달 살기의 변수.



 유치원에 다닌 지 일주일이 넘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어린 탐색기는 끝났고, 이제 매일 보는 친구들과 알아듣지 못할 선생님의 말에 어느새 지겨워졌나 보다. 아침부터 눈물을 글썽이는 딸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보낼 때도 출근하는 나를 붙잡고 늘어졌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데리러 올 때는 하루 종일 잘 놀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하원 하면 과자를 사주겠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닦아주고 머리를 묶어주 다행히 유치원에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일 년간 해외에서 머물 우리 가족의 기본적인 영어 대화를 위해 여러 곳을 비교해서 선택한 곳이었다. 적당한 가격에 수영장이 딸린 콘도에 머물 수 있고, 주변에 신축 상가와 유치원이 많으며 한국인이 많고 물가가 한국과 비슷한 편이었다. 태국이나 세부보다는 가격이 있는 편이었지만, 그만큼 깨끗하고 치안도 괜찮다는 것이 매력적이었고 몇 달 동안 머물며 아이 영어에 친숙 해지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고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쌀쌀해지던 무렵에 말레이시아에 와서 그런지 따뜻한 날씨에 이곳에 온 것이 좋은 선택이였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이곳은 우기지만 가끔씩 폭우가 쏟아져도 몇 시간 이내에 그쳤고, 더운 날과 맑은 날이 왔다 갔다 해서 더우면 더운 데로 수영을 하고, 맑으면 맑은 대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집안에 있으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덥게 느껴지지 않았고, 밤에 잘 때는 이불을 덮으면 잠이 잘 오고 아이가 이불을 덮지 않아도 밤새 다시 덮어줄 필요가 없는 적당한 온도였다. 음식도 썩 나쁘지 않았다. 아이의 입맛에도 말레이시아 음식은 꽤나 잘 맞았고, 이국적인 맛에 오히려 새로운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에 있을 때의 생활비와 거의 같은 금액을 쓰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들이 괜찮았고, 지금까지는 아이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엄마 아빠와 함께  더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우 행복해했기 때문에 참 잘 왔다는 생각에 뿌듯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우는 딸을 유치원에 보내 놓고는 이미 두 달을 낸 유치원비와, 혹 앞으로도 계속 유치원을 다니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생각이 들어 걱정이 드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딸에게 미안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딸과 함께 일 년을 해외에서 보내기 위한 거국적인 계획을 조금 실패한 게 아닌가 싶어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일 년간 세계한달살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것을 예상했었고, 어린 딸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지만 막상 칭얼대는 딸을 보니 너무 어린 나이에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많은 걱정끝에 하원 후 만난 딸은 다행히 과자를 먹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나는 딸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던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외에서의 일 년은 생각보다 길다. 앞으로 아플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고비는 계속 찾아올 텐데 지금 가진 연약한 마음으로는 아마 버티기 어려울 거다. 우리 가족에게 평생 추억이 될 일 년 살기를 위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때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며 돌파구를 찾는 쪽으로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일순간의 변덕이었는지 딸은 그날 이후로 웃으며 유치원을 잘 갔다. 워낙 한국인이 많은 덕에 유치원생의 절반이 한국 아이라고 하니, 영어 습득은 더딜지언정 아이가 외국생활을 적응하는 데는 그 친구들과의 대화가 적응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늦더라도 천천히, 아이가 행복해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내며 해외 생활과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다음 달에 옮기는 유치원은 한국 아이의 수가 훨씬 적고, 지금처럼 놀이형식이 아니라 앉아서 학습하는 시간이 있는 유치원이라 다시 한번의 더 고비가 찾아올 것 같다. 그때는 또 그때의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할 것 같다.


  


TIP 

말레이시아 영어유치원에 관하여



한국의 유치원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인터네셔널 유치원은 한달에 약 30만원~50만원 사이다. 


교사는 주로 말레이시아인, 인도인, 중국인들이고 기본적으로 하루종일 영어로 수업한다. 


시설과 위생은 일반적인 한국의 유치원과 유사하며, 커리큘럼은 한국의 어린이집처럼 보육 중심이다. 수업 구성은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예절, 그림, 활동, 수학, 과학 등을 가르치며 일부 유치원은 낮잠시간이 있다. 학생들 역시 다국적인데, 유치원에 따라 한국아이들이 많은 곳이 있다. 


한국아이들이 많은 곳은 선생님들이 기본적인 한국어, 예를 들어 '앉아', '물', '화장실', '아파'등을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한달살기로 적합한 곳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도 푸테리하버지역과 누사자야지역이며, 이곳은 신도시로 전반적인 시설들이 깨끗한 편이다.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는 활달한 성격의 일곱 살 아이, 로숲이는 세계 일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케줄 매니저로, 아빠는 짐꾼과 보디가드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로숲 TV :: rosoup https://youtu.be/fpIR1AfLT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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