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세아 Feb 18. 2020

취향의 빈곤함을 물려주기는 싫다

리틀 포레스트


나는 전교생이 백명도 안 되는 작은 초등학교를 나왔다.

그곳은 시골이었고, 학교와  사이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아이들은 나가 놀아야 한다고 가르치셨고, 책보다는 흙을 집요하게 파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나의 유년시절은 동네 어귀 개울가에서, 뾰족한 밤송이가 굴러다니는 뒷산에서, 스케이트장 대신 꽁꽁 언 논밭에서 썰매를 타며 영글어 갔다. 그리고 나는 대학을 갈 때까지 그 마을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에 만났던 추억들은 지금의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만들고, 가치관을 세우고, 심지어는 삶의 방향까지 영향을 끼치며 아직까지도 매우 분주하게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그것은 고난 앞에 나약하지 않고 작은 성취 앞에서 거만하지 는 나를 만들고,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새겨졌다.


이렇게 아이 시절의 경험은 사람을 만든다.


손끝에서 이뤄지는 성취감들과 한없이 사랑받은 경험이 자존감을 만들고, 작은 트라우마들이 모여 두려움을 만다.



나처럼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순박하고 촌스럽다고들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이 곧 평생 취향이 되고,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어느새 돌고 돌아 충만한 자기만족을 주는 취향으로 돌아오게 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창 남들 다 세련된 옷을 입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어리고 예쁜 나이에

거적데기를 입고 제3 국가에서 세계일주를 다니며 행복을 찾아 헤매었다. 그건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 딱 맞는 옷처럼 어울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살았다고 해서 아이가 나와 같이 자라게 하고 싶은 지는 조금 다른 문제다.


여느 부모들이 그렇듯 나 역시 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가르치고 싶다.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었으면, 물에 빠지지 않을 만큼 수영을 잘했으면, 그리고 인만의 취향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취향이 있어야 남들의 눈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한 소모적인 탕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를 나타내기 위한 방법도 알 수 있다.

또한 창조해내는 모든 것에 취향이 반영되고 그 사람이 선택하는 많은 것들이 본인의 위치를 만들어나간다.


그것은 내면적인 성장과 동시에 꽤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어쩌면 단순히 예쁘게 생긴 것을 뛰어넘어  그 사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더 매력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것들은 딱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많은 성장이 그렇듯이
그저 환경에서 스며드는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부모세대가 어떻게 보여주었는지,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그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 가지 환경을 아이에게 마련해 주는 데 있어서, 내가 가진 취향의 빈곤함이 혹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까 봐 조금 더 심사숙고한다.


아름다운 집에서의 생활과 주변의 훌륭한 전시회, 음악회에 자주 데리고 가는 건 일하는 바쁜 엄마로써 불가능한 일이였다.

나 그럴지라도, 가끔씩은 클래식과 재즈를 들려주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공간에 데려가 보기도 하고, 시골에서의 따뜻하고 풍요로운 삶과 도시에서의 세련되고 모던한 감각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항상 더 매력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 곳 아름다운 발리도, 앞으로 찾아갈 유럽에서도, 이번에 살아보게 될 수많은 집들과 새로운 나라들, 그리고 그 안의 풍경들을, 그 속에서 일곱 살의 아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많은 것들을, 부디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했으면 하고 바고 있다. 그것들은 아이의 취향이 되고 색깔이 되는데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Sanur 누르 비치

힙한 발리에서 가장 조용한 마을이다. 주로 은퇴자들과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찾는다.

사누르 해변의 모래밭은 평평하고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실컷 하며 놀 수 있다. 석양이 질 무렵 해변가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방문한다면,  맨발로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소라게를 잡아와 자랑하는 행복한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한국에 비하면 거의 반값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는 활달한 성격의 일곱 살 아이, 로숲이는 세계 일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케줄 매니저로, 아빠는 짐꾼과 보디가드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에게 주는 '발리'라는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