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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세아 Jan 23. 2020

해외 세 달 살기 후,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성격 좋은 여자 아이



 아이는 스스로 수영을 터득했다.

조호바루에 세 달 살기를 하면서 아파트 안의 수영장에 풀어놓았을 뿐인데 언제부터인지 발도 닿지 않은 수영장을 맨몸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무슨 형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자세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물이 무서운 엄마의 눈에는 그것도 감동이다. 수영장에서 많은 아이들이 하고 있는 수영 과외도 붙이지 않았는데 아이의 적응력이 그저 신기할 름이다.

 한국을 떠난 지 세 달이 가까워오며 아이는 그 전과는 다른 엄청난 속도로 자라고 있다.






환경이 아이를 만든다는 말을 절감한다.

 나는 겨우 스물이 되어서야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 보았는데, 아이는 여섯 살 나이에 다섯 번째 여행지로 조호바루에 와 낯선 나라에서 새해를 맞고 일곱 살이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유치원을 몇 달간 다니고 있는 것 역시 내가 어렸을 무렵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만나는 한국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조호바루에 왔거나 영어 경험을 위해서 한 달 살기에 온 친구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은 우리 아이보다 훨씬 많은 나라를 경험했고 조기교육도 잘 받아서 영어도 곧잘 하는 친구가 많다. 영상물도 처음부터 영어로 된 영상물만 보여주면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영어로 된 영상물만 찾아본다고 들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엄마인지라 여러 가지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으며 귀가 솔깃했다.

맹모삼천지교라 했던가. 교육 환경에 따라서 주변을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였나 보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엄마들의 교육 시기와 교육 양을 본받아 훌륭하게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바뀐 건 아니다.

나의 육아 가치관은 기본적으로 아이는 놀면서 행복하게 커야 한다는 주의였다. 같은 맥락에서 영어도 놀면서 노출이 저절로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영어유치원에 보낸 것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시키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영어 한마디 하지 않던 아이가 영어유치원에서 들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모른다는 이야기를 "아이 돈 노" 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조호바루에서 새롭게 만난 엄마들이 해주었던 이야기대로 알파블럭스 애니메이션을 유튜브로 틀어주어 보니 곧잘 보기 시작했다. 아이 입장에서 십 년 넘게 스트레스받으며 외워야 하는 영어가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친숙해지고 있는 걸 보면, 여기 와서 얻어들은 것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물 안에 개구리였던 우리가 한국을 떠나온 뒤에 비로소 이의 성장 환경을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 강압적이 아닌 방식으로 아이가 즐겁게 세상을 배워나갈 수 있게 하는 능숙한 부모가 되길 바라는 건 욕심에 그칠지도 모른다.

허나 이 긴 여행을 떠나온 것 자체가, 일곱 살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서툰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선물임을, 먼 훗날 성인이 된 아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세 달 살기에서 아이의 변화를 보며, 앞으로의 9개월 동안 세계 일 년 살기에서 아이가 맞닥뜨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배워나갈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이곳 조호바루에서 세 달 살기를 하며 아이의 성격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 보는 아이에게 먼저 말 걸고, 같이 놀자고 이야기하고, 노는 방식을 먼저 제안하는 것이 전부인데도 엄마들은 아이의 성격이 당차고 밝아서 좋다고 한다.


 물론 그런 면이 있기는 할 것이다. 워킹맘으로 외동아이를 키운 탓에 부족한 모성애와 건조한 사랑까지 꽉 짜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이에게 퍼부으며 키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싫어할 가능성이 있다고 염두에 두지 못한다. 나기를 원체 겁이 없는 성격으로 태어났고, 거기다 사랑받는 경험들이 더해져서 아이의 사회적인 자신감은 꽤나 높은 편이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조마조마하게 아이를 키웠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 가서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나는 항상 아이에게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는 것보다 배려를 먼저 가르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아이는, 크게 야단을 쳐도 그게 잘 되질 않았다.

가끔은 여자아이가 이렇게 활달해도 괜찮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과도하게 밝은 성격이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낯선 친구들을 만날 때는 큰 장점이었다니, 그 덕분에 유치원을 몇 번이나 바꿔도 놀러 가는 기분으로 다닌다니 우연치고는 우리 상황에 너무 딱 맞는 성격 아닌가?


아이는 본인의 의지로 테스트 수업을 포함해서 조호바루에서 벌써 4번째 유치원을 다니고 있으며, 발리에서도 유치원을 다닐 것이고, 유럽에 가서는 처음보는 외국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여가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러니 반편성이 바뀌는 학기 초마다 괜스레 우울했던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아서 정말 천만다행일 수 없다.

종종 처음 영어유치원에 오는 한국 아이들이 하루 종일 울고 있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하고 건성으로 달래주는 건 애석한 일이지만. 그리고 여전히 넘치는 자신감으로 예의의 선을 넘을 때마다 눈물 쏙 빠지게 혼나지만 말이다.

그래도 돌아서자마자 까먹고 노는 밝은 모습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적어도 세계 일 년 살이를 할 일 년간은 그럴 것이다.




조호바루 추천 방문지

LEGOLAND®  : 레고랜드



레고랜드를 빼고 조호바루를 논할 수는 없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과 레고 덕후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어트렉션 중 하나인 아카데미에서는 당일 신청자에게 레고 기반 코딩 교육을 실시하며, 휠을 포함하여 다양하고 유니크한 레고 블록으로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어 경사로를 굴려 보다 보면 아이들의 시간이 순삭 될지도 모른다.

놀이기구가 가득한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4D 영화관과 수족관인 씨라이프, 그리고 레고랜드 워터파크 또한 알차게 즐기기 위해서 연간이용권을 살짝 추천해본다.

일 년에 몇 번 있는 할인기간을 노리거나 온라인 원데이 입장권으로 연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다.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는 활달한 성격의 일곱 살 아이, 로숲이는 세계 일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케줄 매니저로, 아빠는 짐꾼과 보디가드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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