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세아 Feb 17. 2020

아이에게 주는 '발리'라는 선물

자연이 키우는 아이


참으로 뜨거운 볕이다. 말레이시아의 햇살과는 촉감이 다른 느낌. 단 오분도 헉헉거리며 걷는 게 힘들어서 고민 끝에 빌린 오토바이로, 사고 날까 조심조심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길에 아이는 빨리 달리면 더 재밌다는 주문을 넣는다.



며칠 만에 더욱 까맣게 탄 딸은 이곳에 와서 또 3개의 유치원을 구경했고, 그 중 수영장이 딸린 유치원을 골랐다.

자연친화적인 여기 발리는 유치원마저 과도하게 자연적이다. 창이 없는 기둥과 나무 바닥에, 움집을 연상하는 지붕 사이로 땀을 겨우 식힐만한 바람이 드는 넓은 교실, 잔디와 진흙으로 덮인 놀이터 마당, 숲 안에 들어온 듯한 나무들까지 한국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곳은 있겠지만, 여기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억지로 체험시키는 자연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연과 일체화된 공간에 가깝다.

새나 벌레가 교실에 날아 들어와도 자연스럽고, 마당을 돌아다니는 닭들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까지 고스란히 포함한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영어로 가르치는 발리 선생님과 하루 종일 웃으며 논다.



여기 발리의 모든 것이 그렇듯, 필리핀을 닮은 이곳의 거리 풍경은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묘하게도 낙원의 느낌이다. 서울에 널린 번듯하게 만들어진 빌딩 이전에, 파괴된 자연으로 잃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게 해주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잃은 그 위대한 자연이다.

그 풍경 안에 종교적인 예술세계가 깃들어 있고, 젊음이 있고, 여유가 그득하다.



아침 일찍 일어난 딸은 맨발로 마당을 거닐며 동네 고양이를 번쩍 안아 들고 평상으로 데려가 아침 햇살을 즐긴다.

더울 때면 조금 미지근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한적한 카페에서 신선한 과일이 잔뜩 올라간 스무디 볼을 오물거리는 채로 '엄마 여기에 집 짓고 살자'라고 말하는 일곱 살 딸.

이곳의 하루를 줄 수 있어서 나도 참 좋구나.



RUMAH KECIL Kids Learning Center


사누르에 위치한 친자연적 유치원이다. 주 1회 수영 수업이 있고, 어린아이들은 주 2회 영어수업이 있으며 만 6세는 매일 영어수업이 있다. 일과 중에도 영어를 사용한다. 원생은 발리 현지 아이들과 일본, 호주, 유럽, 한국 아이들이 비슷한 비율로 있다. 인기가 많아서 예약이 필요하며, 성수기에는 단기 원생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하루 기준 2만 5천 원선으로 연휴를 제외하고, 등원하는 날짜로 계산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는 활달한 성격의 일곱 살 아이, 로숲이는 세계 일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케줄 매니저로, 아빠는 짐꾼과 보디가드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 세 달 살기 후,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