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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식 Jan 21. 2020

노을을 보며

자주는 아니어도 나는 종종 하늘을 본다. 

2007년 논산에 와서 바라본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에 다시 와서 바라본 노을은 그때보다 더 아름답다.

노을이 좋아지면 나이 든 증거라고 하는데.


15년 동안 나는 도시와는 먼 곳에 있었다. 

처음 근무지였던 양구는 저녁 8시만 되면 온 세상이 캄캄했다. 

저녁에 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하늘에는 동에서 서로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지금도 그 하늘을 잊지 못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서쪽 하늘이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다시 빨간색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저쪽 어딘가로 해가 지고 있겠지 했다. 

세 번째 근무지 파주에서 빨간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노을의 아름다움을 봤다.

하지만 논산에 내려와서 보는 저녁노을은 파주의 기억을 잊게 했다.


전역하고 서울에서는 노을을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바빴고 도시의 하늘은 저녁노을보다는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가득했다. 

그 도시를 벗어나 이곳에 오니 다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이면 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이곳 밤하늘은 맑고 투명하다. 

알고 있는 별자리는 손으로 헤아릴 만큼 적다.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도 조금 알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지금은 기억 저편에 있을 뿐이다. 


하늘을 보고 살 만큼의 여유가 언제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쁘고 힘든 와중에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나 있던 하늘이지만 그때만큼은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수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어느 글에서 읽었다. 

'사람도 동물로 치면 하늘로 머리가 향한 동물은 사람뿐이다. 하늘로 머리가 향한 이유는 하늘의 뜻을 묻고 살라는 것이다'.


온갖 군상들이 사는 땅에서 하늘을 본다는 것이 이런 의미도 있구나 싶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래도 하늘은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 같다. 

노을을 보면서 생각나는 데로 끄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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