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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외딴섬으로 발령 받았다.


섬으로 발령받았다. 내가 섬에서 일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월요일까지 들어가면 됐지만 전날 비가 올 수 있다는 말에 하루 일찍 들어갔다.


차에 짐을 한껏 싣고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사택이 허름했다.



이전까지 누가 살았을 거라곤 전혀 믿기지 않았다.


방부터 화장실까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심란했다.


... 1시에 시작된 청소는 꼬박 10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중간 내용 생략)

청소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의사가 섬에 왔다는 소문이 났는지 첫날부터 환자들이 너도나도 방문했다.
이 섬의 병원은 이곳뿐이다.

대개 시골의 보건소가 만성병 약 처방이 일이라면

우리 병원은 다치고 깨지고 피 흘리는 응급환자들도 많이 온다.


그래도 나는 환자들과 얘기하고 처방하는게 재밌었다. 환자들이 많아도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섬에서의 첫날 생각보다 무난했다.




#1 응급 환자 발생

8시반에 시작한 진료는 5시쯤 끝나고 그 이후로는 환자 방문이 없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들어온다.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 약을 먹고 싶다는 할아버지


여러 검사를 해봐도 뇌막 자극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휙 돌려 떨어뜨리니 어지럽다고 하여 관련된 약을 처방한 후 다시 한번 물었다.

두통이 있냐고 했더니 두통이 있다고 했다.


간호사에게 혈압을 재달라고 했더니 측정이 되지 않는 혈압....


어떤약때문에 혈압약을 최근 끊었다고 한다.

혈압약보다 우선되는 약이 있나 하고 차트를 뒤져보니 뇌출혈 history가 있는 환자였다.



아뿔싸 큰일 날뻔했다.

의식은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닥터헬기를 불렀다.

나는 근무 선지 이틀 만에 닥터헬기를 불렀다.

이곳은 5시면 배가 끊겨서 어쩔 수 없이 닥터헬기를 불러야 한다.

섬 생활이 익숙지 않아 의식이 명료한 환자를 닥터헬기에 태우는게 어색했지만 이마저도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r/o cerebral hemorrhage

다음날 입원했다고 한다.





#2 아기 예방접종

한 주 동안 해볼 건 다 해봤다.

다음날 아기 예방주사 있다고 나보고 놓으란다.


(섬사람들은 간호사가 해주는 걸 믿지 않는다. 주사고 상담이고 혈압측정이고 무조건 의사가 해줘야 안심한단다 이 또한 간호사들의 텃세겠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의사생활하면서 아기 예방주사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아기니까 책도 찾아보고 소아과 친구에게도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친구의 말


"아기 예방주사는 아기 상어와 초콜렛이 8할이야"

덕분에 아기 상어란 노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주인공 예쁜 아기 등장

아기상어를 틀어 환기시키고 입에 초콜렛을 물렸다.

생각지 못한 초콜렛을 꺼내니 오히려 아기 엄마가 좋아했다.

그러나 바늘이 들어가면 이마저도 소용이 없다.

주사도 두대라 1초 만에 놓고 바로 엠플 까 두번째도 허벅지에 찔렀다.

할머니들이 새로운 선생이 주사 안 아프게 놓는다고 칭찬 많이 했는데 부디 아기도 많이 안아팠길 바라며






#3 주말 당직

나는 주말이 없다. 게다가 24시간 당직도 선다.

일단 하라고 해서 하는데 이 노예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주말 내내 사택과 진료실을 왔다 갔다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4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


생각하고 낸 처방에 나아서 오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불쌍한 사람도 많다. 사회에서 버려져 섬의 유일한 의료시설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럴 때는 순간적으로 마음가짐을 달리 먹는다. 그때만큼은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한다.

언제 갈아입었는지 모를 찌린내 나는 옷을 입은 할아버지는 3년전 진단받은 치매 진단서를 들고 와서 웅얼웅얼거린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치매 때문에 매일 와서 저런다고 했다.

가족마저 없어서 도와줄 방법이 없단다.

맘 같아선 돌아가신 할아버지라 생각하고 옷이라도 갈아입혀드리고 싶고 육지까지 데려다 드리고 싶지만

나도 해야할 일이 있으니 감성적으로 약지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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