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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아 Dec 28. 2022

낮에는 저자 미팅하고, 밤에는 펫시터 알바를 찾는 심리

도망갈수록 알게 되는 사업에 대한 진심

<필자의 인스타그램 피드>


2022년 5월 6일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피드. 이 피드를 보고 몇 분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이러느냐는 질문을 주셨다. 당시는 답변하는 것도 부끄러워서 대답을 못했는데, 이제야 공개한다.

내가 했던 알바는 '펫시터'였다. 너무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현재 내가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집사인 데다 예전에 11년간 함께한 강아지를 떠나보내며 펫로스를 진하게 경험했다는 걸 아는 지인이라면, 그렇게까지 쌩뚱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당연히 무슨 일을 하든 그건 내 자유고 알바를 하는 데 일의 유형을 따질 게 뭐가 있냐마는 펫시터까지 하게 된 그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펫시터만 한 게 아니라 다른 일들도 닥치는 대로 알아보고 있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사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출판 외에 대안이 될 만한 일을 찾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딴짓>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딴짓 리스트>

1. 한국어교원

프리랜서로 일할 때 2년 반 동안 사이버대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과 다문화사회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실 20대부터 관심이 있던 일이기도 하고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간에 남편이 유학을 가게 되면서 해외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른 것도 있고 '자원봉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자격증 취득 후 처음으로 일자리를 구해봤고, 실제로 아주 잠깐 중도입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르쳐본 경험이 있으나 임신 이슈, 그리고 이 일도 하려면 정말 모든 걸 쏟아야만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과감히 포기했다.


2. 독서지도사

이건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양성과정 수업은 다 이수했고 현재 자격증 취득만 남은 상태인데, 공부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지금도 미루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정말 벼락치기를 할 때가 되었다. 곧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좋은 대안이라 생각해서 준비했던 것이다.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출판 경력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딴짓 중에서 꽤 괜찮은 대안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이 일 또한 현재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자꾸만 무용지물이 될 법한 자격증만 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쓰라리다.


3. 심리상담 공부

심리상담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련이 있다. 내가 완전하게 '전업'을 하게 된다면 40대를 이 공부에 바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관심이 많았던 영역이다. 사이버대학교를 다니면서 맛보기를 수업을 듣기도 했고 진지하게 대학원을 다닐 생각을 했던 시기도 있었고 적성에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다만, 전문가가 되기까지 아주 많은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고 훗날 출판과 병행하면 꽤 괜찮은 일이란 생각은 들지만 시간과 돈이 충분히 필요한 일이기에 망설이고 있다. 


4. 펫시터

요즘에는 펫시터 교육을 제공하고 고객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여러 개 있어 그중 한 군데와 계약을 맺고 일을 했었다. 아주 잠깐 했던 것이라서 펫시터를 했다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이걸 하고 완벽하게 깨달았다. 나는 펫시터는 절대 못하겠구나. 집에 방문할 때마다 시간 안에(보통 30분) 모든 미션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번 다른 집을 가야 하고 다른 미션을 수행해야 하고 집마다 다른 펫 용품들을 다뤄야 한다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게다가 실시간 촬영까지 하니 심적인 부담감이 컸다. 펫시터 일을 나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많을 때 굉장히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걸 알게 된 알바.


5. 쿠팡 알바

워낙 유명... 하니까 설명은 패스. 정말 이것까지 진지하게 하려고 했을 정도로 당시 알바 찾기에 빠져 있었다. 


6. 그외 기타 등등에 해당하는 수많은 알바 자리

사실 위의 5가지를 찾는 동안 수많은 알바 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알바뿐 아니라 구직 사이트까지 들어가 다 뒤져보는 게 일상인 시기도 있었다. 





딴짓 리스트를 보면 어떤 건 내 일과 연관성이 있고 어떤 건 아예 없기도 하다. 이 리스트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내가 이렇게 딴짓을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때 내 상황을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알아본 데에는 '우울증 극복'이라는 명분이 가장 컸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올해 초까지도 극심한 우울증에서 겨우 벗어나려 하고 있었고, 봄에는 아기를 유산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다행히도 우울증이 가장 심할 때처럼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일상에서는 점차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정말 '뭐라도' 해야만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뭐라도'가 정말 아무거나여도 상관이 없었다. 나를 집 밖으로 내몰 수 있는 일이라면. 잠깐이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딴생각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선은 무엇이든 하고 그다음에 수습하자,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겐 '단기'에 '언제든 그만둬도 큰 타격이 없는' 일이 필요했고, 그렇게 선택된 것 중 대표적인 일이 '펫시터'였던 것이다. 

당시 '돈'을 더 버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저 일들을 병행한다고 해서 내 수입에 크게 도움이 될 만큼의 벌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딴짓은 내 불안했던 심리와 그럼에도 극복하고자 했던 (얄팍한) 의지를 반영하는 일들이다. 

이렇게 낮에는 출판사 대표로서, 편집자로서 일을 진행하다가 밤이나 새벽만 되면 눈이 시뻘개져 알바를 찾거나 일자리를 찾는 하루하루가 늘어갔다. 약 5개월 정도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내 본업에서 도망가고 싶어질수록, 희한하게도 본업에 대한 애정이 솟아나기도 했다. 해보면서 '진짜 안 맞는구나'를 알게 되고, 출판을 10년간 하면서 겪은 수많은 희로애락을 새로운 일을 통해서 다시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또 현타가 오기도 했으니까. 그 과정을 다시 겪으면서까지 하고 싶으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선뜻 '예스'라고 답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과감히 물러나야만 했다.


물론 N잡을 갖고,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잘 맞는 사람도 있고. 다만, 내 경력과 커리어에도 '뿌리'라는 건 존재한다. 기둥이 무엇이냐가 중요한데 그게 출판이라는 건 부정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일을 하면 할수록 '오래 버틴 사람들'에 대한 리스펙과 함께 부러움이 생길 때가 많다. 한 가지 일을 30년 이상 한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아우라와 멋. 그건 그 시간을 견뎌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그 시간을 버티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 정말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고비가 분명히 계속 찾아왔을 텐데 그 모든 순간을 넘기고 극복하면서 그렇게 버틴 자만이 누리는 것들이, 가장 부럽고 탐이 난다.

일을 하다 보면 이게 포기하라는 사인인지, 그럼에도 계속 가야 한다는 사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내가 쓸데없는 오만과 아집으로 버티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계속 가야 하는 운명이고 계속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 버티는 건지 알기 어려울 때. 때로는 포기가 미덕일 때가 있다는 걸 나도 알기 때문에. 지금도 출판 실패기를 쓰고 있는 나 역시 정말 실패를 통해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를 말하고 싶은 건지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를 말하고 싶은 건지 여전히 혼란스러우니까.


그러나 아주 예민한 감각으로, 섬세하게 내 마음과 내 상황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숨쉴 구멍이 있어' 이런 고민을 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일을 계속 잘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 되니까 답답한 것에 가깝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다. 물론 어제만 해도 갑자기 큰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 잠시 멘붕이 왔고 나도 모르게 남편한테 짜증을 내고 있었지만, 아침이 되었을 때는 다시 멘탈을 붙들며 마음을 다시 다잡고 있다. 그러니 나는 '출판사' 운영이라는 것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내 업의 본질이 무엇이며 내 강점과 어떻게 연결시킬 때 세상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나의 업으로 '살아남고',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그 안에서 변화를 꾀하는 게 지금으로썬 최선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여전히 대안을 찾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출판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리스크가 크고, 앞으로 100세까지 살기 위해서는 N잡러가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일과 일은 결국 연결성이 있어 결국에는 내 뿌리인 출판과 연결시킴으로써 더 차별화된 나만의 커리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또다시 도피의 시기가 오면 미친듯이 다른 일들을 찾아보는 패턴이 반복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는 큰 산을 하나 넘겼고 그때와는 다른 고민들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그 딴짓들 마저도 내게는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떤 식으로든 이 사업과 내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 그게 '딴짓'이 증명했던 내 진심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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