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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아 Dec 28. 2022

비교는 비참함만 낳을 뿐이다

창업 초기에는 내 위치를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내 갈 길을 갈 것 

"나다움. 마이웨이. 내 갈 길을 간다."

나도 참 많이도 썼던 말이다. 본래 내 고집도 상당한 편이라 하겠다고 결심하면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해야만 직성이 풀렸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느 정도는 내가 생각한 기준대로, 가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10대부터 시작된 나의 진로 찾기 여정만 정리해도 책 한 권은 나올 정도는 되니까. 

그러다 보니 원래 남들과 비교하는 것을 지양하며 살아왔던 편이다. 그건 출판계에 입문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편집자로 일하면서도 남들과 비교하거나 누군가를 이기려고 하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내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며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내게도 '비교'라는 안 좋은 버릇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는데, 외주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생각해보면 비교라는 행위도 내가 잘 안 풀릴 때, 스스로를 폄하할 때, 자격지심이 있을 때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초라하니까 더더욱 비교가 잘되고, 다른 사람의 작은 성과도 더 크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초점을 두기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될까'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초라할 때 비교를 더 잘하게 된다'는 말을 곱씹어보면, 사업 초창기 때 왜 그렇게 비교를 하며 힘들어했는지 답이 나온다. 창업 초기만큼 초라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으니까. 더구나 나는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를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수없이 많은 성공담과 성공적인 경영 스토리를 간접경험하고 학습해왔었다. 내 주변에는 자수성가형 CEO나 계속해서 자신만의 길을 닦으며 성취를 해가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비교군은 계속해서 늘어날 뿐이었고, 나 혼자 벼랑으로 내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만큼은 10년간 내가 수없이 많은 성공담을 학습해온 것이 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있는 인물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나를 계속해서 비교하기 시작한 것이다. 창업 초기에 아무리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고 한들, 진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내가 내밀하게 알기는 어렵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들이 한 삽질이 무엇이었는지 알기도 어려웠을뿐더러, 현재는 대부분 어느 정도 커리어에 있어 정점을 찍었거나 안정화가 된 사람들이라 이제 와서 초심자의 마음으로 삽질을 하고 있는 나는 너무나 초라했고 비참하기까지 했다. 


[사업 초창기의 나 vs 자신의 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주변 사람들]


사실 위치도, 상황도, 사정도 다 다른 사람들과 나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이성은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 나는 스스로에게 많이 엄격한 편이라 웬만큼 성과를 내도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다. 계속되는 비교에, 내 이런 성향까지 합쳐지면서 나는 스스로를 탓하고 또 탓하며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1.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거실 충전기에 꽂아놓고 침대로 간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스마트폰을 찾지 않는다.

2. 읽고 싶은 책을 선별해서 침대로 가져간다. 이때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이 아니라, 읽고 싶었던 소설책을 들고 간다(실용서 편집자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읽을 일이 거의 없었다).

3. 자기 전까지 소설을 읽으며 허구의 세계에 푹 빠져든다.


두 달 정도 이런 생활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내가 가장 우울해지고 비참해지는 시간이 잠들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그 시간.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도 죄다 좋은 이야기들 뿐이고, 유튜브를 들어가도 알고리즘 덕분에 대부분 성공담, 자기계발 콘텐츠다. 그러니 잠들기 직전까지도 혼자 끊임없이 자격지심을 느끼다가 불안해하며 잠드는 패턴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 전에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이어갔는데, 꽤 괜찮았다. 그 시기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른들의 거짓된 삶>, <모모>, '열린책들 세계문학 중단편 소설 세트'를 읽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고, 편집자가 되기 전에 누린 온전한 독자의 기쁨 - 조금 읽다가 잠들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새벽까지 책을 읽는 기쁨 -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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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정리하고 객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냉정하게 구분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이 기버(Giver)인가, 테이커(Taker)인가. 다행히 7년간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이 두 부류를 구별하는 안목은 어느 정도 생긴 상황이었다. 그리고 신기할 정도로 점점 내 인생에는 '기버 그룹'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내가 사업을 하면서 인력으로서의 '쓸모'가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끊어진 관계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해로운 관계와 멀어지기>

1. 내가 질투를 하고 비교하며 힘들어하는 대상이 기버일 때는 충분히 나를 반성하면서 객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사람이 잘될수록 내게도, 사회에게도 이로운 것이다. 그러니 내가 비참해질 이유가 없다.

2. 비교하는 대상이 테이커라면 비교하는 시간도 아깝다. 정신적으로도 손절하는 게 답이다. 


비교는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 사람이 내게 불러일으킨 게 아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비참한 기분이 들면, 얼른 마음을 다잡고 그 상황을 객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에게 좋은 일이 생긴 것과 내가 비참함을 느끼는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잘된 것은 잘된 것이고, 내가 비참함을 느끼는 건 내 감정이다. 그 둘을 연결시키지 말고, 내 부정적인 감정은 내 내면에서 출발해서 내 안에서 처리한다. 화살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왜 내가 비참함을 느낄까'에 더 집중한다. 그 훈련이 꽤 효과가 있었다.




'사업'에 대한 환상을 깬다. 사업에 경험도 없고 그런 DNA도 없는 내게 사업은 신세계다. 그러니 가장 문제는 사업에 무지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자꾸만 판타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책과 주변인들을 통해 간접경험했다 한들, 그 역시 나처럼 초라한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기에 나와는 입장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이든 결과가 좋으면 과거의 어떤 실패도 어느 정도는 미화가 되거나 좋게 해석되기 나름이다. 

내가 엉망진창인 것도 사실인데 나는 계속해서 잘된 사람과 나를 비교했지만 사실 누군가는 또 그래도 10종을 내며 버텨낸 나를 보며 자신과 비교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교란 건 정말 내 상황에 따라 대상도 달라지고 끝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의 형태는 정말 제각각이고, 사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아무리 잘되고 있는 경우도, 그 속내를 들어보면 별일이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들이 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모두가 속앓이를 하고 위기 앞에서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며, 실제로는 매우 힘든데도 아닌 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여전히 사업이란 게 어떤 식으로 확장되고 발전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분명히 이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리고 자꾸만 그 '환상'과 현실의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한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사업이란 게 힘들고 우여곡절이 많고 불안함과 싸워야 하고 끊임없이 진화해나가야 하는 일인데, 마치 어느 순간에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것처럼 자꾸만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업은 '진행형'일 뿐이다. 아무리 큰 성과를 이뤄도 금세 무너지기도 하고, 아무리 바닥을 기고 있었어도 다시 극적인 회복을 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처럼 그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그러니 속단하기도 어렵고 한없이 비참해하는 것도 쓸데없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변한 것 중 하나는 집을 나서며 보게 되는 수많은 가게, 사무실들을 보며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동네에서 오래 버틴 가게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장님들을 보며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존경을 하게 된다. 

소비자로만 살다 보면 '아니, 왜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해?' 싶을 때가 많다. 특히 작은 가게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대기업과 비교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생산자가 되고 사업을 해보니 1인출판 규모의 사업장의 사장, 특히 초창기에 있는 에디토리와 같은 사업장은 놓치는 게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정말 몰라서 안 하고, 못하는 것도 있지만 아는데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력이 안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기도 어렵고, 모든 사업체는 다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 사업이 갖고 있는 약점을 합리화한다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게는 관용이 생겼다. 예전에는 서비스에 불만이 있으면 대부분 표출했던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가는 일도 많아지게 된 것. 물론,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당연히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하면서 진화해나가야 하지만 사람의 발달 단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업체도 발달단계를 거치기 마련이다. 결국 모든 걸 다 챙길 수는 없기에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지에 대해서 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잘나가는 회사와 비교해 봤자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기는커녕 비참해질 뿐이다. 이들에게서는 사업적인 '영감'을 얻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현재 내 위치를 직면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한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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