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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Jun 13. 2023

상하이 비밀의 골목에서 몰래 전하는 소식

<나의 봉쇄일지>를 이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날 것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상하이 특별한 골목

노란 벽과 파란 하늘을 이어주는 능소화, 그리고 좁고 굽은 작은 길이 참 사랑스러운 리시루 利西路. 그 흔한 상하이의 대표 명물인 가로수, 오동나무 하나 없는 이 작은 길에는 능소화가 있고, 노란 담장이 있고, 오래된 아파트에 주렁주렁 달린 빨래가 있다. 날 것의 아름다움이 있다. 울창한 나무 그늘 터널이 장관을 이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우캉루武康路나, 안푸루安福路, 화이하이루淮海路, 푸싱중루复兴中路 같은 여러 가로수길만큼의 유명세는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보통 직선으로 뻗은 앞서 언급한 상하이의 유명한 길과 달리 꼬불꼬불한 이 길은 서울의 어느 골목과 닮아 더 정겨운지도 모르겠다.






이 평범한 길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굽어짐에 있다. 길이 꼬불한 덕에 저 골목을 돌면, 코너를 돌면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걷는 내내 저 골목 너머에 뭐가 있을지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덕에 골목을 걷는 내내 신이 난다. 멀리 보이는 노란 담장 위로 가득 핀 능소화를 감상하며 걷다 보면, 귀여운 조형물과 그림을 만나고, 물길처럼 굽이진 길을 따라 돌면 그곳에는 예쁜 제과점 카페 over가 있다. 어떤 시대에 주막을 만난 여행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깔끔하고 예쁜 외관만큼이나 정성스럽게 만든 빵이 가득하다. 분위기도 상당히 편안해서 잠깐 들렀다 가기 좋다. 지난가을, 이 근처에 사는 지인이 알려준 덕에 거의 인기척이 없던 골목을 처음 방문했었는데, 당시에 마치 비밀의 골목을 발견한 것 마냥 기쁘고 흥분되었던 감정이 생생하다. 요즘은 이 낡은 길에 멋쟁이들이 꽤 많아졌다. 카페와 골목의 매력이 입소문이 나서 요즘엔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이 찾는 나름의 왕홍(网红) 길이 되어가나 보다. 우리는 왜 이런 것에 끌릴까. 이렇게 구석에 있어도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 걸까? 이런 골목 같은 매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져 이런저런 생각의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건너며 작은 길을 따라 걷는다. 그러다 보면 어떤 오래된 건물의 보수 공사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문 옆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초도 볼 수 있다. 주인아저씨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것이 느껴지는 화초 너머로 샛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가면 이 비밀의 골목 여행은 끝이 난다. 이윽고 가로수가 우거져 나무 그늘 터널을 만드는 신화루新华路에 닿아 안온한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골목길 여행과 닮은 첫 번째 출판 여정 

이 비밀의 골목길 여행은 나의 첫 출판 여정과 많이 닮았다. 굽이진 길, 가는 길에서 보이는 날 것들, 잠깐의 쉼, 누군가의 정성, 여정 자체가 의미 있지만 아무튼 닿아야 할 끝이 있다는 것도. 그러나 이윽고 어떤 다른 길로 이어진다는 것까지. 


그렇게 처음 출판이라는 길을 걸은 초행자는 굽이굽이 골목을 돌아 돌아 드디어 이곳에 닿았다. 드디어 <나의 봉쇄일지>는 한국 서점의 식구가 되었고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분들께 닿았으면 좋겠다. 많이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비밀의 골목의 끝이 울창한 가로수 길의 시작인 것처럼 출판의 끝이 누군가의 울창한 삶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짜릿하다. 어떻게 다가갈지, 어떤 의미가 될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지만, 아무튼 그렇게 이 책이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제목이 송구스럽기도 하다. ‘봉쇄’라는 단어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분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남겨야 할 것은 남기고, 승화해야 할 것은 승화하자. 그다음엔 다시 또 다른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자.


이 긴 여정을 함께 걸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함을 전한다. 이렇게 상하이 비밀의 골목에서 조용하게 출판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봉쇄라는 단어로만 남기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 상하이에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을 신중히 적어본다. 인생은 원래 말로 먼저 뱉고, 그 말에 책임지며 만들어 가는 거니까. 





[온라인 서점]

YES 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515101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632420



[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 (coming soon)


커넥티드 북스토어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3층 외부 바열 328호

135 종로3가역 12번 출구에서 292m





*중국에서 받아보실 수 있도록, 통관고시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과거형으로 문장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출판 일지 다시 보기 ]


1. 출판을 마음먹은 날

https://brunch.co.kr/@mydreambig2016/166


2. 펀딩을 진행한 날

https://brunch.co.kr/@mydreambig201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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