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티코를 만났다.
어떤 끝여름의 주말 오후였다. 마지막 더위가 습기와 함께 기승을 부렸지만 길게 이어진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터널만 있으면 장시간의 산책도, 자전거 타기도 가능한 맑은 날이었다.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다, 사거리 코너의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목을 축일 겸 물을 사러 들어갔다. 그러다 화려한 아이스크림 통에 시선을 빼앗겼다. 먹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매일 다이어트 중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자와 영어가 난무하는 상하이의 글자계에 한글이 보인다. "티코" 이건 한국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두 글자가 아니다. 모두의 추억에만 있을 뿐.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오늘 이 보물을 사지 않으면 족히 2주는 후회할 것 같았다.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의 슬로건이 나를 응원했다. "JUST DO IT"
한국에서 구슬 아이스크림이 다시 인기인 이유 중 하나가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꼬꼬마들에게는 나름 비싼 아이스크림이었던 구슬 아이스크림을 이제는 어른이 되어 원하는 만큼 마음껏 사 먹으며 느끼는 행복감 때문이라고. 그런가 보다 했던 그 이야기가 상하이의 어느 길목의 편의점에서 만난 이 녀석 하나로 내 것이 되었다. 해외에서 한글을 만난 것도 반가운데 이 붉은 갈색의 두 글자는 기억의 서랍 깊은 곳에 흑백으로 있던 장면과 감정을 활성화시켜 버렸다. 그 장면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기억에 나쁜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반가움과 오래 숙성된 좋은 감정이 섞이더니, 구매라는 행동을 낳았다. '미니 사이즈'라는 이름과 함께 크기는 더 작아졌지만 맛은 그대로였고, 엄마가 아빠가 사주는 만큼이 아닌,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그 만족감을 극대화시켰는데 다만, 단 것은 danger이라는 오랜 세뇌 덕에 딱 그 행복감을 누릴 만큼만 구매를 했다. 하, 어른의 삶이란… 세금도 내고, 책임도 지고, 자유도 누리고, 하기 싫은 것도 하는 어른인 척 살아가지만 아직도 단 것이 좋고, 노는 게 좋은 내 안의 어린이가 이 작은 붉은 상자에 잠깐 신이 나서 즐거웠다. 이것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개똥철학이다.
위치: Lawson 复兴中路Fuxingzhong road와 襄阳南路Xiangyangnan road 사이 교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