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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번만 더 May 30. 2024

명작다큐 <차마고도> 2부 순례의 길

왜 순례길을 가십니까?



저에게 충격과 감동을 가져다주었던 <차마고도>입니다. 2부와 4부가 특히 더 그랬었습니다.


그중 2부인 '순례의 길'입니다.


티벳인들의 순례를 보며, 고행과 순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쓰촨에서 출발한 한무리의 순례자들입니다.


그저 걷는 것이 아니라, 오체투지를 하며 나아갑니다.


세 번의 합장을 하고, 이마를 땅에 대고, 온몸을 던져 절을 하고, 다시 합장을 한 후에야 일어납니다.


하루에 고작 6km를 갈 수 있습니다.



티벳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모래바람이 부는 황량한 고산 입니다.


여기는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입니다.


순례는 평생의 소원이지만, 가족 부양에 힘쓰고, 먹고살기에 바쁘다 보면 길을 떠나기 어려워집니다.


이들은 소유의 거의 모든 것을 팔아야 길을 떠날 수 있습니다.

 


한낮에는 길이 열기로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밤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습니다.



두 노인이 수레를 끌고 이들과 함께 길을 갑니다.


수레에는 식량과 장구, 또 야영에 필요한 솥이며 이불, 천막이 실렸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언젠가 죽습니다. 외면한다고 피할 수도 없고, 언제인지도 모릅니다.


그게 내일일지도 모릅니다.


제 아버지께서 지난주에 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운이 좋게도 6월에 수술 일정이 잡혔습니다.


요즘은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요새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저는 아무튼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걷는 길은 쓰촨에서 티벳으로 이어지는 천장공로, 평균 해발고도는 4000m를 넘습니다.


곳곳에 5000m를 넘어가는 산이 즐비합니다.



한 가족의 순례 행렬이 설산을 뒤로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 인생의 허망함, 그리고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소유를 뒤로하고 길을 떠난 가족.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하니 결국 자신들에게도 안정과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티벳의 장례풍습 '조장'입니다.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새에게 보시하고 떠납니다.


그리고 생명은 대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가을에 길을 떠났는데 이젠 한겨울입니다.


고산의 겨울은 더욱 혹독합니다.



수레는 도로를 따라 돌아가지만, 순례자들은 길이 아닌 절벽으로 올라갑니다.



강과 시내를 건너고, 눈 밭과 얼음 밭을 기어오릅니다.


길이 험할수록 공덕을 많이 쌓는 것입니다.



수레를 끄는 노인들이 야영 준비를 합니다.



허름한 천막을 치고 불을 피워 식사 준비를 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식사는 보릿가루를 뭉친것 한 덩이와 차 한 잔이 전부입니다.



고두를 하며 생긴 이마의 상처는 이미 까만 점으로 변했습니다.  



손에 끼는 나무 장갑을 50켤레나 60켤레 정도 준비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타이어로 덧댄 신발을 신고 걷습니다.


저는 좋은 신발을 신고, 좋은 가방을 메고, 좋은 옷을 입고 걸었습니다.


하루가 끝나면 기름진 음식과 맛있는 술을 사 먹고, 따뜻한 샤워를 하고 나서 침대에서 잠을 잤습니다.


지금도 나름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있습니다만 이들에게 비하면 너무나도 가진 것이 많습니다.


처음 한국을 떠났을 때, 차 한 대로 옮길 만한 짐 이상은 가지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언제든지 싣고 훌쩍 떠나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차는 처음엔 작은 승용차였다가, 더 큰 세단이었다가, SUV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순례는 이렇게 계속됩니다.



허름한 천막 안도 춥기는 마찬가지, 영하 20도입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 경을 읽으며 잠이 듭니다.

  


순례자들이 돌밭으로 미라산을 오릅니다.



고통이 클수록 더 큰 공덕을 쌓기에, 기쁨도 커집니다.



오후 늦게 미라산 위에 올라 점심 식사를 준비합니다.


길가의 눈을 퍼다 녹인 물로 차를 끓입니다.

 


수레를 끄는 노인 부사는 폐병을 앓고 있습니다.


맨 몸으로 걷기에도 힘이 부칩니다.


순례자 중 막내가 부사의 수레를 대신해 끌기도 합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6개월, 티벳의 고산에도 봄이 찾아옵니다.


내리막이라 속도가 조금 빨라졌습니다.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황량하고 허름한 마을



차 한 잔씩을 보시 받습니다.



순례자에게 보시하는 이유는 이들의 순례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변덕스러운 고산의 날씨, 갑자기 눈과 비가 섞여 내립니다. 하지만 달리 피할 곳이 없습니다.



드디어 라싸가 보입니다.



라싸의 시가지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수레를 끌던 두 노인도 함께 오체투지를 하며 나아갑니다.




포탈라궁과 침푸계곡을 지나



드디어 목적지인 조캉사원에 다다랐습니다.



이들의 표정은 평화롭기도 하며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순례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나 하나의 안녕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여기는 순례의 끝이 아니라, 순례를 마치고 새사람으로 사는 새 삶이 시작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어도 속죄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또 겸손한 마음을 가진 새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순례를 한 것이 아닙니다.




고향으로부터 2100km, 반년간이나 티벳의 겨울을 오체투지로 지나온 이들



당신은 왜 순례길을 가십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K_G76eMRbzI&t=402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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