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로
8월 19일 오전 11시경 김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1시 25분 발 중국 남방항공을 타고 베이징 다싱 공항을 경유, 알마티에 밤 9시 10분에 도착하는 여정입니다.
인천-알마티의 아시아나 직항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쪽이 시간적으로 유리하긴 하지만 결국 알마티에 도착하는 시간이 비슷하고, 인천 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굉장한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김포의 출국장이 살짝 덜 붐비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국 경유엔 유쾌하지 않은 부분이 꽤나 있으므로 익숙하지 않다면 직항을 타는 게 좋습니다. 둘의 금액적 차이는 시즌에 따라 5-15만 원 정도이니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저는 시간이 많고 가급적 한 군데라도 더 들러보자는 주의라 선택했을 뿐입니다.
왜 비슈케크가 아닌 알마티로 가느냐 물으신다면 카자흐-키르기스 국경을 육로로 넘어가는 과정에 꽂혔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주워 들어서 고생을 자초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티웨이의 인천-비슈케크 직항을 탔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꽤 서둘러 떠나는 길이라 사전조사가 부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까미노 절친인 마테오와 안젤라가 키르기스로 여행을 한다기에 급하게 항공권을 예매한 부작용입니다. 사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올해는 일본 쿠마노 고도나 베트남 하지앙 루프를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등에는 40리터 백팩을 멥니다. 패딩 포함 긴팔 옷, 등산 스틱과 신발, 그리고 둘에게 줄 선물을 넣으니 무게가 꽤 되었습니다. 여기에 우쿨렐레까지 얹으니 10kg을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멜 작은 배낭, 지갑과 여권이 든 힙색이 더 있습니다. 총 15kg 정도 됩니다. 까미노를 어떻게 4kg으로 다녀왔는지 심히 의문스러울 따름입니다.
새로 만나는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으로 태극기 와펜을 준비했습니다. 열접착으로 가방이나 모자에 붙이는 제품입니다. 가볍기도 하고 받는 이들도 아주 좋아하더군요. 작은 것으로 열두 장 준비했습니다.
인천에 비해 무척이나 한가한 김포입니다. 이래서 김포 출발을 좋아합니다.
언제 보아도 도장과 마크가 촌스러운 중국 항공기들입니다. 이들의 미적 감각은 저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뒤처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1시 25분 출발 예정인 항공기가 12시 50분쯤에야 게이트로 들어왔습니다. 승객 하차하고 기내 정리하려면 조금 더 걸리겠네요.
드디어 1시 20분에 보딩이 시작되었습니다만 보딩을 완료하고도 출발은 계속 지연되었습니다. 대기가 길어지자 활주로 위에서 기내식이 서비스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땅콩, 요거트, 과일, 참치 샌드위치 두 쪽을 먹었습니다.
두시 반쯤 출발하여 네시 경 베이징 다싱에 도착했습니다. 연발 연착에도 아직 환승 시간이 넉넉합니다.
경유는 항상 3시간 이상 여유를 가지고 하세요. 예상치 못한 일은 항상 벌어집니다.
나름 10회 이상의 중국 경유 전문이지만 다싱은 처음 와봅니다.
우리가 주로 거치는 서우두 공항의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최근에 개항했습니다. 따라서 시설은 아주 깔끔합니다. 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 쪽을 담당하는 모양입니다.
이란 가는 항공편을 발견했습니다. 이란 여행은 작년부터 계속 벼르고만 있습니다. 조만간 가긴 갈 겁니다.
중국은 올 때마다 뭔가가 달라져 있습니다. 원래 공항에 여권을 스캔하여 와이파이 비번을 발급해 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여권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VPN 없이 접속되는 서비스는 드뭅니다만 그나마 이거라도 있는 게 낫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여름철에도 따뜻한 차를 즐기므로 어디 가도 온수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뜨거운 물을 부어먹는 식품을 준비해 가면 요긴합니다. 컵라면을 먹는 현지인들이 많습니다.
김포-베이징과 마찬가지로 베이징-알마티 노선에도 협동체 에어버스 321 네오가 투입됩니다.
중국식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순 있지만 양은 정말 푸짐하게 나옵니다. 술이며 음료며 간식도 무제한 투여해 줍니다.
국제선 승무원들의 서비스도 훌륭합니다. 그리고 국제선은 중국 국내선에 비하면 조용한 편입니다.
알마티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연착 연발이 있어 예상보다 늦었습니다.
입국 수속은 수월합니다. 60일 무비자 관광이 허용되고, 왕복표가 있느냐 숙소가 어디냐 묻지도 않습니다. 물론 저는 아무것도 없지만요.
여권에 도장을 받고 짐을 찾아 나오니 벌써 열 시가 넘었습니다.
시골 공항같이 한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붐빕니다.
출구를 나와 왼쪽에 환전소와 통신사 부스가 있습니다. 전에 남은 러시아 루블을 쓸까 하다가 미화 50달러를 꺼내 바꾸었습니다. 러시아 루블은 팔 때, 살 때 환율 차이가 좀 크네요.
내일 아침 바로 비슈케크로 떠날 것이라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고, 유심도 필요치 않습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요.
사전에 조사한 대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만 시간이 늦어 버스가 끊어진 모양입니다.
정류장에 서있는 두 젊은 친구에게 버스가 있는지 물어보니 자기들도 막 택시를 불렀다고 합니다.
다행히 시내까지 태워주겠다고 하네요. 하나는 카자흐 사람으로 이름은 오자크, 다른 하나는 러시아에서 온 로만이라고 합니다.
벌써 카자흐스탄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행에도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얀덱스로 부른 택시가 왔습니다. 얀덱스 고는 이 동네에선 필수입니다. 꼭 다운로드해 가시기 바랍니다.
로만은 옴스크에서 아스타나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며 내일 저녁엔 비슈케크로 간다고 합니다.
로만의 숙소까지 공짜로 얻어 타고 와서 다시 그가 제 숙소까지 택시를 불러주었습니다. 택시비로 1000 텡게를 지불했습니다. 고마운 로만에게 선물로 에너지바와 태극기를 주었습니다
오늘 묵을 숙소는 Abay hostel입니다.
숙소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꽤 청결하고 주인장도 친절합니다. 수건과 일회용 슬리퍼를 받았습니다.
빠르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긴 첫날이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