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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운 Oct 15. 2024

잠깐 저 방학 좀 가져도 될까요?

어느덧 삼 십대, 하지만 지금도 방황하며 찾아가는 나 자신의 깊은 이야기

4년 전 회사에 면접 보러 오던 길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가득 찬 지하철,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것만 같은 분주한 아침 발걸음.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지루한 일상의 모습인데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던 나는 지루한 일상의 모습이 '내 일상'이 되길 바랐다. 


그렇게 회사에 입사하여 꼬박 4년을 다녔다. 지난 4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한다는 느낌이 좋았고,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이 좋았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동료들과 으쌰으쌰 힘을 내며 새로운 업무를 해결해 가는 그 과정들이 성취감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회사를 열심히 다녔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정해놓은 '데드라인'이 다가왔다. 한 회사의 첫 번째 데드라인은 3년. 그때부터 나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짙어졌다.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싶었다. 


"지금 이곳에서 이 일을 계속해나가고 싶니?"


어느 누구처럼 내 회사 생활은 적당히 만족스럽고, 적당히 아쉬웠다. 큰 만족도 큰 불평도 없이 그냥저냥 일상을 살아가던 모습이었는데, 스스로 이 '적당함'이 과연 내가 원했던 것인지, 내가 바라던 미래의 모습이 맞았는지 다시 '과거의 나'로 돌아가 물어보고 싶었고, 먼 '미래의 나'에게도 지금 어떠한 선택을 해야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일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물을 수 있는 건 '현재의 나'밖에 없었다. 나는 답답할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할수록 답은 명확해져 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여러 이유를 대며 달래고, 애써 설득하며 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강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는데...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켜 주고, 지금의 나를 있도록 만들어준 회사에게 곧 안녕을 고하려고 한다. 과연 멋진 이별이란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순간을 놓치면 나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그저 그런' 날들을 그냥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있을 것 같다. 


현실의 눈으로 바라보면, 경제적인 부분도 걱정이 될 수 있고 재취업이나 그다음 커리어에 대해서도 걱정할 일이 많을 수 있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갈수록 나이를 들어가면서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이번 한번만큼은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봐 줘도 되지 않을까?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나 자신을 충분히 믿을 수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얻기 위해 노력도 했었고 어느 정도의 불편도 감수했던 나이니 이 짧은 몇 개월의 방학은 스스로에게 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설레는 시간이다. 우선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잘 마무리 짓고 그다음, 이 달콤한 방학을 어떻게 채워갈지 하나씩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목표는 오직 하나.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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