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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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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Dec 24. 2022

산타와 크리스마스선물


도담이는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는다. 2년 전, 8살 어느 날 나에게 무심히 툭 말했다.


"엄마, 산타클로스는 없어. 내가 5살 때 유치원에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선물을 나눠줬잖아. 근데 그 산타 할아버지가 이상했어. 산타 할아버지는 머리카락이 하얗잖아. 수염이 하야니까 머리카락도 하얘야지. 그런데 검은 머리카락이 보이는 거야. 그리고 수염이 삐뚤빼뚤한 게 가짜였어. 그래서 알았지. 산타 할아버지가 가짜라는걸."


5살 크리스마스에 유치원에서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했었다. 낯선 것을 만나면 일단 유심히 관찰을 먼저 하는 성향인 도담이는 아마 처음 본 산타도 유심히 관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의 분장이 너무 허술했던 모양이다. 산타를 처음 본 아이는 혼란스러웠고 이후로 계속 생각했을 테다. 그런데 하필이면 6세 크리스마스 행사 때는 산타 영상만 보여줬고, 7살 크리스마스에는 아예 산타 행사를 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가 어느 해에는 오고, 또 어느 해에는 안 오는 게 이상했을 것이다. 산타가 없다고 확신하듯 말하는 아이에게서는 아쉬움과 혼란이 느껴졌다. 이후에도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유치원에서 그건 아~~~주 잘못했어!!!!"

"산타는 믿지 않지만 선물은 받고 싶어."


산타를 믿지 않는데 선물을 기다려도 되나, 선물을 받을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에 질문을 던졌다.


크리스마스에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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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살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부모님이라는 걸 알았다. 그때 우리 집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놀다가 다락방에 올라갔는데 거기 소꿉놀이 장난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장난감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내 머리맡에 놓여있었다.

그때 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랄까, 엄마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산타를 믿는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선물을 준비한 엄마의 마음이 고마워서. 아니 어쩌면 엄마에게 말하면 더 이상 선물을 받지 못할까 봐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산타 할아버지의 환상은 깨졌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이 마음을 아이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러다 얼마 전 일본 드라마 '리갈하이'를 보는데 산타 에피소드가 나왔다. 산타가 없다고 말하는 코미카도에게 마유즈미가 하는 말이 내 생각과 비슷했다.


"산타클로스는 가난한 이들에게 곡물을 나눠주던 4세기의 실존 인물 성 니콜라스가 기원이에요. 그 선행을 제자가 이어받아 후에 일반 가정까지 퍼진 거예요. 그러니까 산타클로스는 많아요.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을 준 순간 그 부모는 산타클로스예요. 산타클로스란 타인을 생각하는 그 마음 자체라고요."




이걸 보고 나서 성 니콜라스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도담이와 함께 보며 얘기를 나눴다. 덕분에 도담이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선물 받는 날'에서 '타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날'로.

산타에 대한 환상은 깨졌지만 산타가 전하는 그 마음은 간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처음으로 엄마, 아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가 잠들고 나면 트리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아둘 것이다.


비록 썰매를 타고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놓고 가는 빨간 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는 없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산타가 되어줄 수 있다. 타인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모두가 바로 산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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