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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모먼트 Jun 14. 2020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더 잘 산다던데

너무나도 다른 우리, 괜찮은 걸까


  요즘 MBTI를 비롯한 심리테스트가 인기다. MBTI별 궁합, MBTI별 예상 수입 등 테스트 결과를 활용한 재밌는 콘텐츠도 많다. 더 재밌는 건 매번 테스트를 할 때마다 우린 너무 다르다는 거다.


친구: 너랑 오빠는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아. 오랜 시간 그렇게 잘 만나는 걸 보면.
나: 아닌데? 우리 진짜 달라. 성격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가정환경도 많이 다르더라고. 심지어 음식도 오빠가 싫어하는 걸 내가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걸 오빠가 좋아하더라.
친구: 의외네? 서로 다르면 많이 싸워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게 좋다던데.



너무나도 다른 우리

  연애 초기, 남편과의 관계에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면, 우리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거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컵라면과 과자인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두부김치, 양배추쌈 등 건강식. 남편은 주말에 영화나 유튜브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난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쳐다보면서 하루를 보내면 하루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침대에 누워 성질을 낸다. 음식이나 취미만 다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살아온 시댁 식구들과, '목표/성취'가 조금 더 우선이었던 내 가족 사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건 아직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나보다. 비슷해야 서로 잘 이해하고, 오래오래 잘 산다고. 특히 종교나 정치처럼 의견 대립이 갈등으로 이어지는 주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요한 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우리의 다름을 한 번 더 증명(?)해준 교육이 있었으니, 바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예비부부교실(강력 추천)! 8시간에 걸친 교육 중 첫 시간은 ‘서로의 차이 이해하기'였다. 강사님이 나누어주신 성격 설문지를 모두 작성하고, 점수를 매겨서 남편과 그래프를 그려보았는데, 우리는 완벽한 대칭형이었다. 같은 조였던 분들 중에서도 이렇게 성격이 다른 경우는 없었고, 강사님도 우리 그래프를 보며 신기해하셨다.


주도적이고 사교적인 나 vs. 안정적이고 신중한 남편


  ‘평소에 다른 건 알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라고 마음이 복잡하던 그때, 강사님이 질문하셨다.


강사님: 여러분, 그래프 다 그리셨나요? 서로 비슷한 커플도 있을 거고, 많이 다른 커플도 있죠? 여러분이 생각하실 땐 비슷한 커플, 다른 커플 중에 어떤 커플이 잘 살 것 같아요? 손을 들어볼까요?
사람들: 비슷한 커플이요! (70%) 다른 커플이요! (30%)
강사님: 여러분 모두 틀리셨어요.
(술렁술렁)
강사님: 비슷한 커플? 좋을 때 너무 좋죠! 둘 다 주도적이고 사교적이면 “어쩜 우린 이렇게 똑같나, 같이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안 좋을 때요? 둘 다 신중하지 못해서 문제 생기면 "네 탓이네, 당신 탓이네" 그러겠죠. 다른 커플? 좋을 땐 역시 좋아요. 내가 못하는 거 상대방이 해주고, "우린 이렇게 쿵짝이 잘 맞네", 그런단 말이죠. 그러다가 사이가 안 좋잖아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가 없네", 이렇게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서로 다른지, 비슷한지가 아니에요.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냐는 거죠.



우리가 다름을 해결하는 방식

  돌이켜보면 강사님의 말씀이 정말 맞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사교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의 사람을 사귀었을 때도, 연애는 쉽지 않았다. 성향이 비슷하니 웬만한 경우엔 의견이 일치했지만, 수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었고, 한 번 다툴 때 우리는 심하게 다퉜다. 그 다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덧나고, 상처가 더 커지고,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많아지며 그와의 관계는 끝났다.


  반면에 남편과는 서로가 다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다름을 보완하기 위해 서로 많은 노력을 한다.


(1) 서로의 취미를, 취미를 위한 시간을 존중한다.

"신혼인데 주말에 여행을 간다고? 그래도 돼?" 친구들이 물어볼 정도로, 싱글만큼이나 자유로운 외박 라이프! 물론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지만, 서로의 친구들만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각자의 취미를 존중하니까. (보드를 좋아하는 남편이, 보드를 타다가 무서워서 눈물을 흘린 나에게 함께 가자고 강요할 수 없듯이, 중국 향신료를 못 먹는 남편에게,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며 중국 여행을 함께 가자고 할 수는 없으니까)


(2) 의견 차이로 다툴 땐, 그 의견을 갖게 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시댁과 우리 집 어른들 사이의 의견 차이가 생길 때 해야 하는 일이다. 왜 오빠 가족은 가족 모임을 이렇게 중요하게 여기는지, 우리 엄마와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과거의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을 내리긴 어렵지만, 항상 가장 중요한 건 ‘남편과 나의 관계’라는 원칙 안에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3) 공통된 취미를 찾는다.

이렇게 다른 우리도 찾아보면 공통된 취미 하나 둘 쯤은 함께할 수/만들 수 있다. 서로 좋아하는 여행지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 다 여행을 좋아하니 번갈아가며 서로가 좋아하는 여행지를 다니고, 오랜 기간 배드민턴을 친 시댁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동시에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배드민턴 등.


(4) 고맙다고 많이 표현한다.

서로의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면, 내가 오빠랑 영화를 보러 가거나, 오빠가 나 대신 집안일을 더 많이 할 때면, ‘이제 부부니까 당연한 일’이 아니라, 서로의 배려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여긴다.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자주, 서로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5) 계속해서 물어본다.

연인이 된 지 5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는데, 작년의 남편과 지금의 남편이 같은 사람일 거라고,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지레짐작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게 아닐까.




  


  이 모든 건 지금 사이가 좋고, 심적인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일 거다. 아이가 생기고, 서로를 배려할 여유가 없다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지. 그래서 더 적어놓아야겠다. '맞아, 우리 이땐 이렇게 서로 노력했었네.'라고 돌아보며, 다시 한번 서로를 위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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