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른 장을 맞이하기 위해
출처: 유퀴즈온더블록
출근 전이었는지, 퇴근 후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습관처럼 틀어 놓는 유튜브에 유퀴즈가 흘러나왔다. 가끔 보는 둥 마는 둥 틀어놓는 영상에 꽂히는 순간이 있는데 이때가 그랬다.
내용인즉 "구글 부사장의 스카우트로 신입 채용이 되어 좋은 인사고과를 자랑하며 유퀴즈에 나왔던 한 여성 인사가 하루아침에 해고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 분의 성함은 '로이스 킴', 해고 전날까지 야근했다는 그녀의 말을 듣자니 '아이고..'가 절로 나왔다. 본인 물건조차 직접 가져오지 못한다니 정말 잔인하다. IT고, 혁신이고 다 인간이 하는 일인데 이렇게 차가울 수 있구나.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이 분의 그다음 행보였다. 나였으면 슬픔과 배신감에 적어도 한 달은 끙끙 앓았을 텐데, 이분은 그 상황을 (거의) 바로 받아들였다. 구글 임원직까지 하셨던 분이 바로 마트와 스타벅스 바리스타 일을 구했다고 한다. 하루 3시간밖에 자지 않고 숨 가쁜 2023을 보낸 그녀에게 MC인 유재석 씨가 너무 힘들지 않았냐고 하자,
"2023년이 제게 좀 특별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 답변을 듣는데, 묘한 위로와 용기가 샘솟았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지나 보면 내가 맞닥뜨리는 힘든 순간들이 나를 성장하게 했거나, 추억이 되는 일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내 삶이 버겁고 힘들 때가 참 많았다. 그런 때가 지나면 큰 비가 지나친 숲 속의 들풀처럼 한 두 뼘 우뚝 자라 있었다.
성장하고 있는 걸까? 얼마나 더 있어야 큰 성장이 있을까? 고민의 층이 빽빽해지던 찰나 이 영상을 보며 생각을 다 잡았다. 기나긴 삶. 나는 젊고 응당 담금질이 필요한 때이다. 더 자라려면 부딪히고 쌓아야 한다. 피곤하다는 생각에 경험의 폭을 좁히고 몸을 사리길 원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교만이었다. 너른 시각을 가지고 여러 줄기의 사고를 하면서 작은 차이에 집착해야 기술이 는다. 여러 줄기의 사고를 가지려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공부하고,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요즘 내 삶은 부쩍 잔잔했다. 잔잔한 만남, 잔잔한 생각, 잔잔한 일상. 잔잔바리 삶은 그저 지탱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최고의 삶이다. 어떤 이슈도 없고 나아가기보다, 양옆으로 유유히 횡보하는 삶. 하지만 나는 지탱해야 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은 좀 더 진전해야 한다. 사고의 줄기가 생장하고 밀도를 높이려면 경험과 공부를 양분 넣듯 주입해야 한다. 이 과정은 연속적인 망치질 같아서 약간의 도파민도 돌지만 (어깨가) 아프고, (전완근이 너덜대다) 지친다.
그렇지만 미래의 내 모습을 만드는 것은 연속적인 '오늘 들'일 것이다. 로이스 킴님의 삶의 자세를 보며 나 또한 삶을 더욱 존중하고, 떳떳한 내가 되기 위해 도전과 공부라는 망치질 혹은 양분을 놓지 말아야 한다. 주체적인 도전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있든 반짝인다. 건강할 때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이든 도전하고, 경험을 반갑게 맞이하자.
PS.
이 글을 누군가 보고 있다면,
오늘도 '도전의 벽' 앞에서 망치를 든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 파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