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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Jul 30. 2023

주호민 논란과 '죽은시인의 사회'의 상관관계

요즘 시대의 교육에 관하여

나는 최근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많이 본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무언가 오랫동안 곪아온 상처가 드디어 터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경제 [단독] "학교 쑥대밭 만들고 줄행랑"...입장문 낸 주호민에 엄마들 분노


해당 사건은 눈덩이 처럼 커져서 진실공방 양상이 되어가고 있다. 주호민 작가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라며, 반박에 나섰고 참다 못한 학부모들이 단체로 행동하기에 이르렀다. 특수교사에 대한 주 씨의 대응이 과도했다는 댓글이 지배적으로 많다. 물론 개개인의 특수한 사정에 따라 하나하나 면밀히 들여다 봐야하겠지만 주호민 논란이 최근 사람들이 참고 있었던 예민한 지점을 건든 것은 자명해 보인다. 


SBS 학폭 알렸더니 "흉기 들고 학교 갈까"...부모 협박에 '공황장애'


관련 보도들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교권 침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유치원에서도 이른바 '교권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동학대인지 교권침해인것인지 가려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식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부모의 성향으로 변질됐다는 문제의식부터 아동학대의 법 규정이 모호한 점 등을 지적하며 하나 둘씩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창 아동학대가 사회 문제로 떠올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던 때를 떠올리면 상황이 이렇게나 180도 달라진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이번에 화두에 오른 주호민 사건의 주요 키워드는 '훈육'이다. 주호민 작가는 교사의 행위가 훈육을 넘어선 학대라고 본 것이고 교사들과 일부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 씨는 "총 5명의 변호사와 용인경찰서 아동학대 담당관과 상담을 거쳤다"면서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해 교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우며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서적 아동학대와 훈육은 엄연히 다른 것이면서도 주관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나 커다란 훈육의 온도차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일까. 

훈육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사회적 규제나 학교의 규율과 같이 사회적으로 명백하게 요청되는 행위나 습관을 형성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다.단체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요청되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습관을 형성시키거나 규율위반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교정하는 것을 말한다. 훈육을 위해서는 흔히 의도적으로 상과 벌을 사용되나 실제로 생활습관의 형성은 사회화()의 전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상과 벌에 의한 훈육보다는 대화나 상담을 통한 심리적 교육의 절차나 원리를 적용하려는 경향이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훈육에 대한 본질적 의미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는 빠르고 복잡하게 변해가고 있고 획일화되어있는 교육 환경은 이들을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했다. 아무리 구태의연하고 상투적인 말이더라도 변하지 않아야하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나 사회적 도리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구조적인 문제는 꽤 뿌리가 깊다.

우리는 가르치는 행위를 소위 '꼰대'라고 지칭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교육의 정수가 하나마나한 소리, 한가한 소리로 들리는 현실에서 "교육은 입시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나.


나는 1989년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생각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989년 미국도 학생들은 아이비리그에 가기 위하여 정형화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영문학과 선생님 키팅은 그런 의미에서 독보적 존재가 된다. 오자마자 책의 일부를 찢는 퍼포먼스로 학생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지금은 약간의 오글거림(?)을 감수하면서 지켜봐야하는 측면이 있지만 상투성에 몸부림치는 우리의 습성을 감안한다면 금방 교육의 본질 그 자체임을 알 수있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거야."

"나의 신념이 독특하고 나 자신의 소유임을 믿어야 해. 
비록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이상하다거나 인기없다거나, 심지어 '나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자랑스럽든, 어리석든, 무엇이든지.
자신만의 걸음걸이와 속도로. 어떤 방향이든지. 무엇을 원하든지."


키팅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낸 학생은 주저없이 연극판에 뛰어든다. 그러나 의사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더이상 연극을 할 수 없게 된다. 학생은 끝내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고 이 모든 책임이 키팅 선생에 쏠리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해체된다. 

 

지금의 아이들은 과대 포장되고 뽐내는 수많은 매체에 노출되어 있고, 사교육비 26조원에 이르는 입시와의 전쟁 속에 살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2세가 조금이라도 뒤쳐질까, 소외감을 느낄까 전전 긍긍이다. 어렸을 때의 경험이 커서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부모들의 교육 카운셀링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거리로 나선 교사들은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낡아빠진 옛날 교권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도 외면 받던 참된 교육은 우리 사회에 없어져선 안되는 정수이기 때문에 울림이 컸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잠깐의 이기심이나 불안감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서로 믿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은 길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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