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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바람길'을걷다

2018년 진도팽목바람길을걸었던 발자취

               



       2018년 6월 9일 토요일, 진도 '팽목바람길' 여행 후기 중 일부......            

                   

     진도 운림산방을 뒤로하고 팽목항으로 갔다.

팽목항으로 가는 길 내내 세월호 참사 아픔으로 우린 숙연했고, 마음이 아려왔다.   

어린이청소년작가연대와 문화예술노동연대, 유가족들, 팽목항 마을 주민들이

한 달에 한번 마지막 주 토요일 팽목바람길함께 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팽목바람길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임정자 선생님의 추천 때문이기도 했고,

우리들 마음에 미안함이 숙제처럼 남아있기도 해서였다. 임정자 선생님은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여전히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지켜보던 국민으로서 어깨에 짐을 얹고 있는 듯 마음의 부채였다.

미안하고, 아프고, 안타까웠는데......  내려가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추모하며, 유가족과 자원봉사 선생님들을 응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분향소에 들러 추모를 하고, '팽목바람길' 걷기를 시작했다.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감정들이 자유를 찾아 나오듯 쏟아져 나왔다.

‘울지 마세요. 괜찮아요. 토닥토닥….’하는 걸까, 바람이 잠잠해졌다.

해님도 짠하고 밝게 비추더니 따뜻하게 감싸줬다.

      


       걸었다. 걷고 걸었다. 언덕을 오르는데 왼쪽으로 바다가 보였다.

그네들이 유명을 달리한 그 바다가 보였다. 바다를 두고 산을 올랐다.

거목들이 무성한 풀들이 가려서일까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턱, 헉, 숨이 차올랐다.

아픔이 차올랐다.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에 있는가 싶게 풀숲이 이어졌다.

마을 주민이 낫으로 풀을 잘랐다.


      한 달에 한번 이뤄지는 행사이기에 일주일만 지나도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고 했다. 

자란 풀들이 떠나간 그네들의 마음일까 싶기도 하고, 보이는 것들 모든 게 그네들과 연결됐다. 이 길을 더욱 단단히 해서 그네들을 기억하고, 함께 상생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도 헥헥 거리며 풀을 뜯고, 돌부리를 치우며 숲길을 걸었다.      




                 

        팽목 마을을 걷고, 마사방조제를 걸으며 해안 길을 걸었다.

유난히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 풍광이 좋았다.

좋다는 표현을 하면 속없는 사람이 될까?

기어이 또 눈물이 차오르고, 주르륵 흘렀다.

눈물을 훔치며 뒤를 돌아봤다. 

나만 우는 게 아니라 눈물 머금은 눈으로 인사하고 다시 걸었다.


그렇게 다신기미에서 숨을 돌렸다. 바람 바닷바람이 휙 지나갔다.

모자를 벗고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반갑다는 것일까?

순간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춤을 추는가 싶더니 미친년 널뛰기하듯 갈피를 못 잡았다.

갈피를 못 잡은 건 머리카락이 아닐지 모른다.

또다시 바다를 향해 묵념을 하고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내 마음이 기도가 그네들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팽목바람길’을 걷고 세방낙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진도. 길 위의 콘서트' 공연을 보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이놈의 눈물은 팽목항이 좋은가.

시도 때도 없이 

주책없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작가연대의 사회로 시 낭송을 했다.

나도 하고 싶었다. 하지 못했다.

감정이 너무 올라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호경이의 시가 나를 밀어냈지만 꺼이꺼이 흐느끼기만 했다.



                    


  ‘꿈꾸는 유랑’의 공연은 너무나 큰 울림이 되었다.

그네들도 위로받았을까

세방낙조 앞바다에는 햇살을 받아 퍼지는 윤슬이 따사롭게 반짝였다.    

                            

                      

 

     진도 ‘팽목바람길’을 다녀온지도 3년이 되었다.

그 길은 동화작가 은 애도의 길이며, 기억의 길이고, 상생의 길이며, 치유의 길이다.



     나는 여전히 ‘팽목바람길’ 띠를 백팩에 달고 다닌다. 

누군가 그게 뭐냐고 물으면 반갑게 소개해주며 진도 여행을 권한다.

당연히 마음은 아프지만 그러기에 꼭 한 번은 '팽목바람길' 걸어보라고 권한다.

가거들랑 반드시 '기억의 숲' 공원도 가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프면서 의미 있고, 깊은 여운이 남는 알찬 여행이었다.

뭇사람들은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며 진도 여행을 꺼려한다.      

                         

                     

       나는 더 권하고 추천한다. 

아프다고, 상처를 후비면 덧난다고, 그냥 덮는 게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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